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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악의 품 안에서 교류하는 석은의 예술혼과 자연

1 정원이 수려한 변종하 기념미술관
서울 성북동은 한국 주거문화의 굵은 뿌리다. 공들여 지은 오래된 집들과 잘 가꿔진 정원들은 세월이 갈수록 손때 묻은 윤기를 더한다. ‘한국’을 느껴보려는 외국 대사들의 관저도 여기저기에 들어서 있다. 하지만 일반인이 그런 공간과 문화를 온전히 느껴보기란 쉽지 않다. 지난해 연말 재개관해 최근 봄 전시(3월 17일~6월 13일)를 시작한 변종하 기념미술관이 반가운 이유다.

봄 전시 열린 서울 성북동 석은 변종하 기념미술관

세종문화회관 벽화 작가로도 유명한 석은(石隱) 변종하(1926~2000) 화백이 이곳에 자리를 잡은 것은 1980년대 초. 성북동 주택단지를 개발할 때 그는 단지 맨 꼭대기에 있는 이 산등성이 부지를 택했다. 북악산 바위 절벽 사이사이로 진달래가 피고 아름드리 소나무가 듬성듬성 서 있는, 약수가 졸졸 흐르는 곳이었다. “아버님은 자연을 그대로 살리면서 집을 짓고자 하셨어요. 일일이 돌을 골라내고 나무를 심고 가지치기를 하셨죠. 이제 그 일을 제가 하고 있네요.” 아들인 변태호 교수(성균관대 건축학)의 말이다.

대문에서 몇 계단 올라가니 정원이다. 왼쪽 2층짜리 돌집부터 바위 절벽을 지나 오른쪽 하늘까지 보려면 고개가 저절로 반 바퀴 돌아가는데, 연못을 사이에 두고 분홍 잔상을 남기는 흐드러진 진달래와 봄을 머금은 솔잎의 조화가 싱그럽다. 무엇보다 하얀 매화가 뿜어내는 진한 향이 어지러울 정도다. 80년대 초반 대한건축사협회가 ‘정원이 아름다운 집’으로 꼽았다는 말이 금세 수긍이 갔다. “진달래가 지면 철쭉이, 다음에는 산수유로 이어지죠. 이건 명자나무라고 부르는데, 원래 집에서 키우면 안 된데요. 꽃이 너무 예뻐서 여자들이 바람이 난다나요? 하하.”

진귀한 물건은 또 있다. 한눈에 봐도 오래돼 보이는 석탑·석등·석상 등이다. “옛 유물이 일본으로 넘어가는 것을 안타까워 하시던 최순우 선생님이 우리가 갖고 있어야 한다고 하셔서 부친께서 사놓았던 것들입니다. 국내 최대 크기의 백제 금관을 비롯해 상당한 양을 이미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하셨고 남아 있는 것들이에요.”

그중에 커다란 돌거북이 보였다. “부친께서는 이 집을 ‘구석당’이라 부르셨어요. 성북동 맨 구석에 있다고 해서 구석당, 돌거북이 있다고 해서 구석당.”

2 미술관 2층에는 작업실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3 2층에서 내려다본 정원
이제 건축가 김원이 설계한 ‘구석당’으로 들어가 볼 차례. 변 화백이 거실로 쓰던 1층은 전시장으로 꾸몄다. ‘색을 잘 쓰는 화가’라는 별명대로 부드러운 색감이 눈에 띄는 회화 작품들이 차례로 관람객을 맞았다. “88올림픽 총괄구성 일을 하시다 87년 쓰러지셨어요. 그 뒤 기적같이 몸을 추스르시고 전시회도 몇 번 하셨죠. ‘지금까지 못 보던 그림을 보여주마’라고 의욕을 불태우셨지만 끝내 그냥 가시고 말았습니다.”

‘現代文學’ ‘韓國文學’ 등 문예지 표지에 이상·이중섭 등의 초상화를 그린 변 화백의 기사 스크랩이 붙어 있는 복도를 지나 계단을 올라가면 아틀리에로 쓰던 2층이 나온다. 층고가 6m에 달하는 장쾌한 공간이다. 삼각틀 지붕 한 켠엔 빛이 내려오는 창문이 있고, 천장에는 설치물을 걸 수 있는 쇠갈고리가 여럿 매달려 있다. 그 밑으로 변 화백이 작업하던 캔버스와 붓, 물감 등이 가지런하다. 흥미로운 점은 짙은 회색으로 마감한 벽이 반반하지 않고 울퉁불퉁했다는 점. “동굴의 원시적인 공간감을 느끼려는 부친의 생각이 담긴 곳”이라고 변 교수는 설명했다.

4 교황에게 선물한 것과 같은 도자기 작품 5 변 화백의 아들 변태호 교수
그 옆 유리장에는 원반 같은 도자기에 형상을 부조해 구워낸 작품들이 여럿 보였다. “원반 같은 도자기에는 주로 성화(聖畵)를 그려 구워내셨어요. 저기 걸려 있는 작품이 요한 바오로 2세가 처음 내한하셨을 때 정부에서 구입해 선물로 드린 것과 같은 작품입니다.”

미술관 탐방을 마치고 나와 테라스에 앉았다. 시간이 멈춘 듯한 봄볕에 온몸이 노곤했다. 산등성이를 두른 연두색 펜스가 눈에 거슬린다고 하자 변 교수는 “유기견들이 몰려다니고 심지어 멧돼지도 출몰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96년 석은미술문화재단을 설립하고 2001년 미술관을 열었다가 관리 문제로 한동안 닫고 있었습니다. 2010년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3년간 대대적으로 수리했지요. 이제는 유럽의 여느 개인 박물관 못지않은 공간이라고 자부합니다. 한국에도 이런 곳이 있다고 내세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관람 정보 서울 성북구 대사관로3길 41. 관람 시간은 월~금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관람료는 없지만 미리 전화로 예약해야 한다. 주택가에 있어 주차가 극히 어렵다. 문의 02-764-2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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