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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백남준 특별전은 시대 앞서 간 예술가 다시 평가할 계기”

서울 파이낸스센터 지하 1층에 있는 백남준의 비디오 설치 작품 ‘위로의 그림(A Console Painting)’ 앞에 선 아시아 소사이어티 미술관 관장 멜리사 추.
‘아시아 소사이어티(Asia Society)’는 미국-아시아 간 교류 및 우호 증진을 위해 1956년 발족한 세계적인 비영리기구다. 설립자는 ‘석유왕’ 록펠러의 손자 존 D 록펠러 3세. 동양 문화에 대한 각별한 관심으로 유명한 그는 뉴욕의 아시아 소사이어티 본부에 빼어난 미술관을 설치했다. 이 미술관은 아시아 붐이 일기 시작한 2000년대 이전부터 동양의 아름다움을 미국, 나아가 서양 사회에 소개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한국 찾은 뉴욕 아시아 소사이어티 미술관 멜리사 추 관장

오는 9월 이 미술관에서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1932~2006) 특별전이 열린다. 전시회 준비 겸 한국 미술계 인사와의 교류를 위해 방한한 멜리사 추(Melisa Chiu) 관장을 지난달 31일 만났다.

1 임영균의 흑백사진 ‘스튜디오에서의 백남준’(1983), 뉴욕, 50 x 60cm [사진 경기도미술관]
-백남준 특별전을 열기로 한 까닭은.
“두 가지다. 우리는 미국 내에서 아시아 미술을 본격적으로 다룬 최초의 뮤지엄이다. 90년 초부터 아시아 출신 거장과 이 지역 미술 사조를 소개해 왔다. 이번 백남준 특별전도 같은 맥락이다. 다음으로 백남준은 여러 면에서 시대를 앞서갔지만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21세기 들어 두 명의 위대한 미술가가 새삼 부각되고 있다. 앤디 워홀과 백남준이다. 20세기엔 많은 일이 일어났다. 미술과 테크놀로지, 특히 영상 기술이 결합돼 백남준에 의해 비디오 아트라는 장르가 탄생했다. 그리하여 2000년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백남준 특별전이 열렸다. 그의 업적이 제대로 평가받은 첫 전시회라고 본다.
그러나 이제 그를 재평가할 시기가 됐다. 현 시대에선 테크놀로지가 삶의 한 부분이다. 백남준은 60년대에 이미 이런 시대를 예상했다. 70년대에 이미 ‘TV 안경’이란 걸 만들었는데 요즘 나오는 ‘구글 글라스(Google Glass)’의 원형이다. 따라서 백남준이 예술뿐 아니라 우리 생활에 어떻게 영향을 끼쳤는지 보여주는 게 이번 전시의 목적인 셈이다.”

-왜 백남준이 저평가됐다고 생각하나.
“그가 비디오 아트를 창조했을 시대엔 대부분 거장들이 회화를 했다. 백남준은 독특한 예술을 하는 특이한 존재였다. 자연히 주변인일 수밖에 없었다. 40~50년이 지난 지금은 테크놀로지가 보다 친밀해졌다. 과거 비주류였던 그가 더 주목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요즘 20대 젊은 예술가들은 백남준처럼 생각한다. 팝아티스트 워홀이 살아 있을 당시 사람들은 그의 작품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젠 다르다. 마찬가지로 백남준의 작품 역시 새롭게 조망될 시기가 됐다고 본다.”

2 백남준의 ‘Bakelite Robot’(2002), 1채널 비디오 조각, 1200 x 921 x 197mm, 테이트모던 소장 [사진 영국문화원] 3 백남준의 ‘밥 호프’(2001), 1채널 비디오 조각, 구형TV와 라디오, 116 x 141 x 33cm, 백남준아트센터 소장 [사진 경기도미술관] 4 백남준의 ‘오피스’(1990~2002), 1채널 비디오 조각 with 1.27” 모니터, 1124 x 711 x 559mm, 테이트모던 소장 [사진 영국문화원] 5 백남준의 ‘Flux Fleet’(1974), inscribed antique irons, 229 x 1575 x 178mm, 테이트모던 소장 [사진 영국문화원] 6 백남준의 ‘Saturn’(2001), mixed media, single channel video, 606 x 810 x 114mm [사진 갤러리 두인] 7 백남준의 ‘Untitled’(1996), still image on canvas, 520 x 705mm [사진 갤러리 두인]
-몇 점이나 전시할 생각인가.
“유럽·미국·아시아 등 전 세계에서 100점 가까이 모았다. 한국에서도 작품을 가져오는 걸 검토 중이다. 현재로는 백남준이 만들었던 k-456이라는 로봇을 독일에서 가져오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뉴욕 휘트니 박물관에서 전시 후 차로 들이받아 부숴버린 로봇으로 아직 한 번도 독일 밖으로 나간 적이 없다. 또 백남준과 함께 퍼포먼스 파트너였던 샬럿 무어만과 만든 작품도 전시하려 한다.”

-언제 전시를 결정했나.
“3~4년 전이다. 아시아 소사이어티는 동양 출신 대가들의 전시회를 하면서 잘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면을 부각하려 노력한다. 지난번엔 일본 출신의 세계적인 일러스트 작가 요시모토 나라 특별전을 했다. 그의 작품과 음악과의 관계를 집중 조명했다. 나라는 자신의 전 작품에 노래 제목을 붙일 만큼 음악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

-백남준의 명성을 되살리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무엇보다 지명도 있는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여는 게 제일이다. 그래야 미술사에서 백남준이 차지하는 위치를 제대로 알릴 수 있다. 다행히 우리 미술관뿐 아니라 런던의 테이트 모던에서도 올해 9월 특별전을 계획하고 있다.”

8 서울 서린동 SK본사 로비에 설치된 ‘TV 첼로 (TV Cello)’ 앞에 선 추 관장.
단발 머리가 잘 어울리는 추 관장은 호주 출신으로 시드니의 웨스턴시드니대에서 중국 현대미술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국계 치과의사인 아버지와 호주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던 중국 미술에 천착해 지금은 세계적인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중국 미술을 공부하겠다고 하자 “어떻게 먹고 살려 하느냐”며 주위에선 적극 말렸다고 추 관장은 웃으며 회상한다. 하나 2000년대 이후 불어닥친 중국 미술 열기로 이젠 어느 누구보다 바쁘게 살고 있다.

-중국 미술 붐이 좀 꺼지지 않았나.
“미국에선 2005년쯤부터 중국 미술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커졌다. 그러니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안정기가 찾아오는 게 자연스러운 것 아닌가. 그럼에도 중국 미술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은 계속되고 있다. 과거 미국의 미술 애호가들은 서양 작품만 사들였지만 이젠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작가들에게도 눈을 돌린다.”

-왜 서양인들이 아시아 미술에 매료되나.
“아시아에 에너지가 넘치기 때문이다. 아울러 아시아 작가들의 작품은 심오하면서도 범세계적이다. 한국의 작가만 해도 많은 수가 미국·영국에서 교육받지 않았나. 미술 애호가들이 새로운 세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도 아시아 미술이 각광받게 된 이유 중 하나다.”

-중국·일본과 비교해 한국 미술의 특징은.
“비교한다는 건 항상 어려운 일이다(웃음). 중국·일본에 비해 한국 작가들은 국내에만 머무르지 않고 유학한 경우가 많다. 자연히 자기 나라의 특성에만 집착하지 않고 범세계적인 경향을 띤다. 예컨대 중국에선 추상화 같은 추상주의적인 작품은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그러나 한국은 단색화 기조의 관념주의적인 작품도 많다. 그만큼 한국 미술계가 세계화됐다는 뜻이다. 또 다른 특징이라면 ‘한국화란 이런 것이다’고 정의하기가 무척 어렵다는 거다. 중국 현대미술은 어떤 것인지 대충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한국 미술은 그게 없다.”

-미술 시장의 앞날을 어떻게 보나.
“지난 금융위기 이후 잘 회복되고 있다. 다른 자산시장에 비해 미술 시장은 훨씬 더 안정적이라는 게 일반적 견해다. 특히 현대미술 시장은 그렇다. 파리·시카고에 이어 바젤·마이애미 등에서 아트페어가 성황리에 개최되고 있다. 이런 적이 없었다. 화랑들은 이들 아트페어에 번갈아가며 참석해 세계적 네트워크를 꾸리게 됐다. 자연 고객들도 세계화될 수밖에 없다. 과거엔 미술 작품이 으레 동양에서 서양으로만 움직였다. 그러나 이젠 많은 미술관이 아시아에 들어섬으로써 서양에 있는 작품을 동양으로 가져와 전시하는 일도 많아졌다. 일방 통행에서 양방향 시대가 온 것이다. 이런 세계화가 미술시장 발전에 큰 역할을 할 걸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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