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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신에 모시옷 ‘용팝’ 재밌으면 됐지 웬 설명을 …

TV 쇼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시쳇말로 ‘꼰대’가 됐음을 절감한다. 방청석에서 “꺄~꺄~” 소리가 터지는 특급 아이돌 그룹들을 보고도 누가 누군지 알 수 없다거나 그들의 노랫소리가 뇌로 입력되지 못하는 바로 그 순간, ‘아 내가 늙었구나’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가수도, 노래도 모르는 바에 그들의 의상에 온 신경이 쏠린다. 체형이 그대로 드러나면서 아슬아슬하게 노출 수위를 높이는 핫팬츠와 미니스커트를 보면 ‘저렇게밖에 입을 수 없는 거야?’라며 눈꼬리가 올라간다. 선정성 여부를 차치하고(하나의 퍼포먼스로 봐달라는 그들의 해명을 십분 수긍하니까 말이다), 천편일률적인 스타일링이라는 게 더 감점 요인이 되는 거다.

스타일#: 크레용팝의 정체성

1일 다섯 번째 싱글앨범 ‘어이’의 음원과 뮤직비디오를 공개한 크레용팝은 그래서 눈길을 끌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헬멧을 쓰고, 트레이닝복을 입고, 크리스마스 트리로 변신했던 그들은 또다시 의상을 하나의 차별화 포인트로 뒀다. 빨간 두건과 양말, 하얀 모시 저고리와 바지, 거기에 고무신까지 신었다. 이걸 보고 누구라도 기억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아니 척 봐도 웃지 않을 수 있을까. 전작이 그랬던 것처럼 멋있다고 할 순 없지만 재미있고, 귀엽고, 독특하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멤버들도 의상에 대한 생각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탬버린을 머리에 붙이려 했다”거나, “헬멧이 없으니 허전해서 예전 어르신들처럼 두건을 생각해냈다”는 에피소드를 전했다. 그들에게 의상은 예뻐 보이려는 것이 아니라 달라 보이려는 수단임을 미루어 짐작할 만했다.

하지만 그냥 여기까지였으면 좋았다 싶다. 모시 옷이 화제가 되자 소속사 측이 밝힌 의상 컨셉트는 한마디로 ‘한복과 전통의 응용’. “한국의 전통의상이 갖고 있는 편안함과 실용성 및 독특함과 차별성이 주요한 선택 이유였다”며 “국내 팬들에게는 모시옷이 갖는 친숙함을, 해외 팬들에게는 한국적인 느낌과 동시에 신선함으로 다가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의미 부여라는 게 하기 나름이라지만 이 대목에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과연 그들의 의상에서 한국적 느낌, 우리 전통 의상의 편안함을 찾을 수 있을까. 외국인들이 이것을 한복의 이미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SNS에선 “유머러스함을 살리기 위해 한국의 전통의상 한복을 너무 가볍게 만들었다” “선정적인 걸 그룹보단 좋지만 한국 전통의상 운운하진 말자”는 의견이 나왔다.

이는 어쩌면 ‘컨셉트 강박’처럼 보인다. 이들이 SNS에서 화보 컷을 공개하면서 적어 놓은 ‘어반(Urban)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글귀를 보면 더 확신이 든다. 전통과 한복에 어반은 무슨 뜻을 합친 건가 싶다. 이번 신곡의 장르를 ‘하우스 일렉트로닉 뽕짝’으로 묘사한 것과 비슷하달까. 뭔가 있어 보이지만 뭔지 모르겠는 말들이다.

크레용팝은 코믹과 엽기를, 더 구체적으로는 ‘망가짐’을 정체성으로 삼는 가수들이다. 그러니까 의상 역시 코믹과 엽기, 그 이상을 굳이 엮을 이유가 없다. ‘이지 글래머’니 ‘내추럴 퓨처리즘’ ‘모던 로맨틱’ 등 패션계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그럴듯한 컨셉트가 없으면 어떠랴. 누가 물어봐도 그저 ‘재미’라고만 말하면 되는 거다. 모시 저고리 바지에 선글라스를 끼고 캐리어를 끌고 나가는 공항 패션은 그야말로 웃겼다. 그걸 두고 “전통미를 살린 동시에 시크한 공항패션을 완성했다”는 식의 표현이 무슨 소용일까.

3월 31일(현지시간) ‘빌보드닷컴’은 “레이디 가가처럼 그녀들 역시 스스로를 예쁘거나 섹시하게 꾸미려 하지 않고 대신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데 주력한다”고 극찬했다. 맞다. 레이디 가가는 생고기 드레스를 입을 때도, 목 없는 시체 분장을 할 때도, 성기 모양의 하이힐을 신을 때도 아무 설명이 없었다. 그저 놀라움을 줄 뿐이었다.

6월 레이디 가가의 콘서트 투어 오프닝 무대에 크레용팝이 선다는 희소식이 들려 온다. 그때를 위해 그들이 더 웃기고, 더 망가지는 옷을 입었으면 좋겠다. 아무 이유 없이. 아무 명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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