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한·일, 과거 같은 전면적 협력관계 어려워 … 냉온 병행해야

4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독도체험관에 관람 온 학생들이 독도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韓 한일정상회담 가능성 더 멀어져
조세영 동서대 특임교수=이번 사건으로 한국이 뒤통수를 맞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6일 헤이그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이 열리기 직전 일본이 ‘고노담화 계승’을 재확인했기 때문에 일본이 영토 문제에선 더 이상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다 역습을 당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뒤통수를 맞은 게 아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정치철학 기본 틀은 ‘중국 위협론’이다. 따라서 그는 한국과 좋은 관계를 맺어 같은 편을 만드는 게 유리하다. 그러나 독도 문제는 별개다. 아베에겐 ‘애국심 고취’란 또 다른 정치철학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모순처럼 보이지만 일본엔 모순된 게 아니다. 또 이번 교과서 파동은 보수 우파인 아베 정권이 오랜 포석을 두고 추진해 온 애국주의 노선의 연장선상에 있다. 아베 통치의 핵심은 ‘전후체제의 탈피’다. 아베는 2006년부터 1년간 1차로 집권했을 때부터 이미 ‘교과서 개혁’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당시 교육 기본법을 제정해 매년 학습지도요령과 해설서, 교과서가 바뀌도록 했다. 이번 조치는 그 연장선상이니 충분히 예견된 일인 것이다. 한국이 뒤통수를 맞았다고 할 수 없는 이유다.

아베의 교과서 독도 도발 … 전문가들이 본 ‘한·일·미·중’ 셈법


 ‘교과서 개혁’의 핵심은 일본 국가에 대한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독도에 대한 기술은 2006년엔 “한국과 문제가 있다, 서로 다른 주장을 펴고 있다” 정도로만 했지만 이번엔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식으로 수위가 악화됐다. 독도뿐 아니라 위안부와 징용자에 대한 기술도 과거에는 “안 좋은 일이 있었다”고만 했다. 하지만 이번엔 “징용자 문제는 청구권 협정으로 다 해결했다” “위안부 문제는 법적으로 해결됐고 아시아 기금도 지급했는데 한국이 추가 요구를 하고 있다”고 기술했다.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자신들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서술한 점에 심각성이 있다. 이 같은 일본의 우경화와 냉전구조의 해체, 중국과 일본의 패권 경쟁 등으로 이젠 과거처럼 한국과 일본이 전면적 협력관계를 유지하긴 어렵게 됐다. 따라서 한·일 정상회담을 여는 문제는 앞으로 긴 호흡을 갖고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이 한·미·일 정상회담을 한건 부적절하지 않았다. 과거사와 그 밖의 현안들은 분리해 다뤄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일본과의 양자관계도 있지만 한·미·일, 한·중·일 관계도 있다. 과거사·독도 문제와 함께 북한의 핵 개발과 중·일 각축전, 국제경제 협력도 있다. 한·미·일 회담은 이렇게 차원이 다른 현안들을 다루기 위해 필요했다. 일본과 무조건 등을 돌려선 안 된다. 양자 간에 강온을 병행하는, 제한적 협력관계로 가야 한다.

日 장기 전략 일환 … 철회 가능성 없어
기무라 간 일본 고베대 교수=영토 문제(독도)에 관한 일본의 입장은 전혀 변한 게 없다. 다만 지금까지 적극적으로 학생들에게 교육을 시키거나 해외에 홍보를 해 오지 않았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뿐이다. 특히 온 국민이 독도 문제를 알고 단합돼 있는 한국에 비해 일본 국민에겐 ‘다케시마’에 대한 이해가 제대로 퍼져 있지 않다는 게 일본 정부의 생각이다. 교과서 기술 강화는 그런 문제를 인식한 일본 정부가 장기적인 교육과 대외 홍보전략 차원에서 취한 조치로 보면 된다. 영토 문제는 위안부 문제와 비교할 때 일본 내부에서 의견이 상대적으로 일치돼 있고 나름 지지도 받고 있다. 따라서 일본 정부가 이번 기술을 바꿀 가능성은 생각할 수 없을 거다. 또 일본 정부가 한국과 과거사나 다른 문제를 논의할 때 영토 문제를 양보 대상으로 삼을 가능성도 생각할 수 없다. 일본은 앞으로 국내외에 홍보활동을 한층 강화해 ‘다케시마’ 문제의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를 끈질기게 추진하는 한편 센카쿠제도에 대해선 중국과의 충돌을 방지하는 틀을 만드는 데 주력할 것이다.

 이와 함께 국제사회가 동북아 영토 갈등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도 중요하다. 한국과 중국, 일본이란 세계적으로 큰 영향력을 가진 나라들이 지극히 조그만 영토를 둘러싸고 전쟁 리스크까지 불사하며 감정적으로 싸우는 어리석은 케이스로 여겨질 것이다. 특히 같은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이 독도를 놓고 갈등하는 건 독도가 가진 전략적·경제적 가치의 미미함과 함께 ‘어리석은 대립’의 전형적 사례로 여겨지고 있다. 따라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동북아의 다양한 영토 분쟁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휘말리지 않으려 하게 될 것이다.

 한국은 독도에 대한 일본의 침략 가능성을 우려하지만 국제사회가 일본에 그런 우려를 품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 일본의 군사비는 주변국과 비교할 때 대단히 낮은 수준인 데다 미·일 동맹에 안보를 의존해 온 일본이 군사적으로 단독 행동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국이 일본의 군사 위협 가능성을 강하게 제기한다면 국제사회에서 정당성을 잃을 것이다. 오히려 한국이 (일본의 군사행동을 막아 온) 미국을 신뢰하고 있지 않다는 인식이 국제사회에 퍼질 가능성이 크다.

美 ‘한·중 밀착’ 방지가 최대 관심사
김성한 고려대 교수=미국인들은 한국이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으니 일본에서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기술하는 게 그리 큰 문제냐고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미국은 요즘 들어선 한국과 중국이 과거사 문제로 인해 미국·일본과 대척점을 형성한 모양새로 비치는 걸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 미국의 동북아 전략 실패로 인식될 수 있어 부담이 큰 거다.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이 중국과 가까워지는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하느냐는 논의가 워싱턴 내에서 이미 있었다. “일정한 수준을 넘어섰다”는 결론을 냈기에 미국이 한·미·일 정상회담을 열며 개입에 나선 것이다. 즉 일본에는 “한·미·일 안보협력 관계를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 과거사를 다루기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고, 한국엔 “독도는 한국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으니 일본의 도발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미국은 독도 문제를 영토 문제로 보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일본제국주의의 한국 강탈이 독도 점령으로 개시된 만큼 역사 문제로 본다. 이런 차이가 있기 때문에 한국은 미국의 인식 전환을 촉구할 필요가 있다. 한·미·일 협력관계를 근본적으로 위협하지 않으면서 독도를 영토 아닌 역사 문제로 봐야 한다는 걸 미국에 견지해야 한다. “일본이 독도 교과서 기술을 바꾸지 않는 한 어떤 협력도 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과 “우리가 독도를 실효 지배하고 있으니 교과서 문제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실용적 입장 사이에서 중간지점을 취하는 게 우리의 대안일 수 있다. 즉 “독도는 우리 역사의 한 부분”이란 인식을 유지하면서도 독도를 실효 지배하는 나라로서 보여 줄 수 있는 융통성과 대범함을 견지하는 것이다. 물론 국민 감정만 고려하면 정부로선 중간적 입장을 취하기도 힘들다. 따라서 언론이 정부를 도와줄 필요가 있다. 정부가 역사 문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일본에 촉구하면서도 한·미·일 공조는 유지해 최종 목표인 미국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도록 운신의 폭을 열어 줘야 한다는 거다.

中 호재에 반색 … 한국에 노골적 구애
김한권 아산정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중국은 한·일 갈등을 중국과 미국의 관계 틀에서 바라본다. 중국은 미국이 한·미·일 안보협력체제에 공을 들이는 건 표면적으론 북한을 겨냥한 것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보며 경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이 과거사나 영토 문제로 사이가 나빠지는 건 중국 입장에선 아주 다행스러운 일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한·미·일 안보협력체제가 그만큼 약해지거나 심하면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을 찾은 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게 안중근 기념 표지석 설치를 요청했는데 중국은 한 술 더 떠 기념관을 지어 줬다. 한국이 예전부터 요구해 왔지만 시큰둥한 반응을 보여 오다 지난해 돌연 태도를 바꾼 건 중국이 한·일 갈등을 미·중 관계의 틀에서 활용하려는 의도임을 보여 준 것이다. 센카쿠제도나 난징대학살 문제 등으로 일본과 충돌하고 있는 중국으로선 과거사나 영토 문제에서 한국과 공동 대응하면 한·미·일 협력체제 약화는 물론 국제사회에서 정당성을 확보하는 등 많은 이점이 있다.

  이런 중국의 속셈을 우리 정부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과거사 문제에서 중국과 같은 입장에 서는 걸 넘어 전략적 문제까지 공조하는 상황으로 가지 않으려고 굉장히 조심하고 있다.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추구한 ‘동북아 균형자’가 아니라 변화되고 있는 동북아 구도 속에서 우리의 안보 균형점을 찾아 국익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한동안 중·일 관계는 계속 나쁠 것이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반사이익을 한국은 챙겨야 한다. 중국에서 일본 상품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은 만큼 한국상품이 확고한 위치를 차지할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덧붙이자면 한국과 중국이 과거사에 한해 공조를 하더라도 일본의 변화를 끌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중국은 일본이 과거사 망언을 하면 자국민을 단합시키고 중국 공산당의 정통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기 때문에 아주 심하게 일본을 압박하지는 않을 것이란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구독신청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