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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은 한국, 가격은 중국’ 전략으로 평범한 2030 공략

베이징 중일우호병원 맞은편 카라카라 매장. 평균 약 50위안(약 8750원)의 중저가 화장품 200여 종류를 팔고 있다. 한우덕 기자
‘카라카라(KALAKALA)’ 이춘우(52) 사장.
한·중 수교 이제 22년째다. 많은 기업이 중국에 투자했고, 지금도 중국으로 가고 있다. 그들에겐 성공 불문율이 하나 있다. ‘고급·고가 시장에서 승부를 걸어라’는 것. 어정쩡한 싸구려 제품은 중국에도 널려 있기 때문이다. 과연 그럴까? 2004년 중국에서 화장품 업체 ‘카라카라(KALAKALA)’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이춘우(52) 사장은 그 통념을 깨트렸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저가 화장품으로 중국시장 뚫은 카라카라

지난달 27일 베이징. 택시 운전사가 ‘중일우호병원 앞’이라며 내려 준 거리는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허름한 가게가 다닥다닥 붙어 있었고, 행인들은 누추해 보이기까지 했다. ‘카라카라’라는 간판은 찾기조차 쉽지 않았다. 문을 밀치고 들어선 매장의 첫 느낌은 ‘좁다’였다. 16.5㎡(약 5평) 남짓, 손님인 듯한 20대 여성 네댓 명이 수다를 떨고 있었다. 한편에선 직원이 의자에 앉은 손님에게 메이크업을 해주고 있었다.

“젊은이들이 여기에 와 저렇게 놀다 가요. 화장도 해보고, 메이크업 서비스도 받아보고…. 그냥 바르고 가라고 무료로 제품을 내놓습니다. 작은 공간이지만 그래도 1년에 약 60만~80만 위안(약 1억~1억4000만원) 정도의 매출은 나옵니다.”

동행한 이 사장의 설명이다. 직원들 임금 주고, 임대료 내면 우리 돈으로 한 달 400만~500만원 정도 순익이 난단다. 카라카라는 이런 매장이 중국 주요 도시에 120개나 된다. 그중 95%는 프랜차이즈이고, 나머지 5%만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다. 매장 수 60개를 고비로 흑자로 돌아섰단다. 그는 “중국에 10만 명 이상의 도시가 약 2600개에 이른다”며 “이들 도시에 한 개 이상의 ‘카라카라’ 가맹점을 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중국 화장품 시장 규모는 이미 약 260억 달러(2012년 기준)를 넘어섰다. 미국·일본에 이은 세계 3위다. 지난 5년여 동안 연평균 20~30% 늘었다. 시장분석기관인 유로모니터는 2015년 약 456억 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 화장품 업체들이 중국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다.

그렇다고 아무나 다 성공할 수 있는 시장은 아니다. 대부분의 유명 브랜드가 진출한 데다 중국 현지 업체까지 가세하면서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세계 최고의 화장품 회사라는 프랑스의 로레알도 지난 1월 중저가 브랜드인 가르니에(Garnier) 사업을 철수했다. 이에 앞서 미국 에블론은 모든 중국 비즈니스를 포기하고 돌아갔다. 2000여 개가 넘는다는 현지 업체들이 외국 브랜드에 도전하면서 중국 화장품 시장은 말 그대로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카라카라의 시장 전략은 ‘한국의 기술, 중국의 가격’이다. 품질은 고급 브랜드에 비해 손색이 없지만 가격은 절반 이하로 내려 고객의 지갑을 열겠다는 취지다. 이 사장은 “중국에 진출한 한국 화장품 메이커인 코스멕스에 생산을 맡기기에 품질은 걱정하지 않는다”며 “문제는 얼마나 가격을 다운(인하)시키느냐에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 3분의 1 가격 한국 화장품으로 승부
다시 중일우호병원 앞 카라카라 매장. 가격표를 보니 100위안(약 1만7500원)이 넘는 제품이 없다. 매장 내 200여 종류의 상품 평균 가격은 40~60위안이다. 점원 왕메이(王梅)는 스킨로션 하나를 내보이며 “백화점에서는 이와 거의 동일한 제품 값이 200~300위안 하지만 우리는 69위안에 판다”며 “한 번 다녀간 고객은 반드시 다시 온다”고 말했다. 착한 가격이 여심을 흔들고 있다는 얘기다.

카라카라의 시장 타깃은 분명하다. 한 달 약 2000~5000위안(약 35만~88만원)을 버는 20~30대 평범한 직장 여성이다. “월급 50만원을 받는 여성이 랑콤, 설화수 등 고급 브랜드를 쓸 수 있을까요? 불가능하죠. 그들은 작은 립스틱을 하나 살 때도 여러 군데 돌아보고 가장 싼 것을 고릅니다. 다 나름 시장이 있는 겁니다. 게다가 이들은 중국에서 가장 두터운 소비층이기도 하지요. ‘외자 업체는 비싸게 팔아야 한다’는 고정관념만 깨면, 비즈니스 기회는 널려 있습니다.”

사업 초기, 주변 지인들은 ‘저가 시장에서는 승산이 없다’며 많이 말렸단다. 그러나 8년여가 지난 지금, 그들은 카라카라의 뻗어가는 네트워크를 보며 부러워하고 있다. 처음에는 ‘이미지 나빠진다’며 제품 생산을 거절했던 코스멕스도 ‘카라카라 제품이라면 OK’라고 반기고 있단다. 가맹점을 신청하고 대기하는 사람만 50명이 넘는다.

문제는 어떻게 값을 내릴 것이냐에 있다. ‘줄일 수 있는 것은 다 줄이자’. 이 사장의 비용절감 원칙이다. 그는 중국인들보다 더 독하게 허리띠를 졸라맸다. 골프는 물론 가라오케(노래방 술집)는 발을 끊은 지 오래고, 술은 맥주 한 잔 이상 마시지 않는다. 심지어 종이를 아끼기 위해 영수증 뒷면을 메모지로 쓰기도 한다. 그는 ‘카라카라에는 3가지가 없다’고 말한다. 우선 광고가 없다. ‘품질 좋고 가격이 싼 한국 화장품’이라는 입소문이 광고다. 둘째는 과대 포장이 없다. 쓸데없는 거품을 걷어냈다. 셋째는 대리상(중간 유통상)이 없다. 중간 유통상을 끼지 않고 직접 제품을 공급한다. 그는 “중국 사람보다 더 중국인 같은 ‘짠돌이’라는 핀잔을 자주 듣는다”며 “그러나 사장인 내가 솔선하지 않고 어찌 직원들에게 고통을 강요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사장과 중국의 인연은 한국과 중국이 수교했던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CJ에 다니고 있던 그는 지역 전문가로 중국에 파견됐고, 1년 후 CJ 베이징지사를 설립하면서 5년여 동안 주재원 생활을 했다. 미국에서 MBA 생활을 끝낸 그는 2000년 삼성전자로 이직했고, 중국 전략팀에서 일하게 된다. 그는 “당시 삼성전자의 중국 유통망을 짜면서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며 “전국을 커버하는 유통망을 짠다면 큰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그때 갖게 됐다”고 회고했다.

2003년 이 사장은 삼성그룹 비서실 재무팀으로 발령받았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자리였지만, 옮긴다면 중국은 포기해야 했다. 삼성에 남을 것인가, 아니면 중국을 선택할 것인가? 그는 결국 삼성을 버렸고, 혈혈단신 중국으로 갔다. 유통 네트워크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그는 화장품에 관한 한 문외한이다. 개발한 적도, 팔아본 적도, 스킨로션 이외에는 써보지도 않았다. 그런 그가 사업 아이템으로 화장품을 선택한 것은 가맹점 사업에 가장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 전역을 커버하는 유통망을 짜기 위해서는 3개 원칙을 만족하는 상품이어야 했습니다. 첫째 전국 단위의 품질 관리가 가능할 것, 둘째 저비용 물류가 가능할 것, 셋째 고유의 기술을 확보할 수 있을 것 등입니다. 그게 바로 화장품이었습니다. 화장품은 완제품을 만들어 뚜껑을 닫아 공급하니 동일 품질을 유지할 수 있고, 단위가 작으니 적은 비용으로 배송을 할 수 있습니다. 기술이야 한국 회사가 만드니 보장할 수 있고요. 게다가 한류도 받쳐주고 있으니 마케팅도 유리하고….”

이 사장은 “커피나 식당 등 가맹점이 중국에서 실패하는 이유는 품질 관리가 힘들기 때문”이라며 “이 세 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아이템이라면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불황이라고 하지만 아직도 매년 7% 이상의 경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 중국. 그곳에 비즈니스 기회는 널려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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