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The New York Times 칼럼] 로봇의 역습, 내 일자린 괜찮을까

이 칼럼을 어떻게 쓸까. 고민 끝에 아마존닷컴에서 10여 년간 운영해 온 플랫폼인 머케니컬 터크(Mturk)에 올라온 수천 개의 시시껄렁한 글을 훑어봤다. ‘인간 고유 업무’를 대신해 주는 유료 서비스라는 Mturk에선 누군가의 글을 비평·수정해 주거나 리서치를 대신해 주며 약간의 돈을 벌 수 있다. Mturk·크라우드소스(CrowdSource)는 하찮은 일이지만 컴퓨터만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을 인간이 대행하며 돈을 버는 플랫폼이다.

그런데 이 플랫폼이 임금 하락을 부추기는 아웃소싱의 한 방법이 되고 있다. Mturk가 일부에선 ‘디지털 노동력 착취소’라고 비판받는 이유다. 더 불편한 진실은 이런 플랫폼들로 인해 과거엔 사람만이 할 수 있었던 일이 점점 더 빨리 자동화되고 있다는 거다. 『기계와의 경쟁』의 공저자 에릭 브린울프슨은 인간이 로봇에 의해 대체되고 있는 분야 중 하나로 좋은 사진을 고르는 판단 능력을 꼽는다.

사람들은 Mturk에 귀여운 고양이 사진을 올리고 푼돈을 챙긴다. 그런데 이런 사진이 축적되다 보니 컴퓨터도 어떤 게 귀여운 고양이 사진인지 골라낼 수 있게 돼 버렸다. Mturk를 이용해 돈을 버는 많은 이가 결국 제 발등을 찍고 있는 셈이다. 인류는 삶을 편리하게 만들기 위해 기계를 발명한다. 그런데 그 기계는 사람의 설 자리를 계속 좁히고 있다. 지금 우리가 맞닥뜨린 두려움은 인간이 적응할 수 있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아 가고 있다는 거다. 앞으로 10년 후 컴퓨터는 지금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완전히 새로운 기계가 될 것이다.

경제학자 칼 베네딕트 프레이와 옥스퍼드대 마이클 오스본 교수에 따르면 절반가량의 미국인이 자동화로 인해 일자리를 잃을 위험에 처해 있다. 빌 게이츠 역시 최근 미국기업연구소 연설에서 (인간이) 소프트웨어에 의해 대체되는 현상을 거론하며 “앞으로 20년 후 기술노동자들 숫자는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고 예언했다.

기자들은 스스로를 자동화로 대체될 수 없는 존재로 여기곤 했다. 하지만 기자 역시 로봇이라는 경쟁자가 슬금슬금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지난달 로스앤젤레스 지진 사건을 제일 먼저 보도한 LA타임스 기사의 끝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이 정보의 출처는 미국지질조사소 지진 알림 서비스이며 이 글은 (켄 슈웬키가) 만든 알고리즘에 의해 작성됐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인 기자의 절반 이상이 일자리를 잃을 거란 얘긴 아니다. 경제학자들은 ‘노동력 총량’의 개념을 들어 이렇게 설명한다. 사람들이 노동력엔 총량이 정해져 있다고 오해하고 있기 때문에 로봇이 인간의 일을 빼앗아 가면 일자리가 없어질 거라고 두려워한다는 거다.

이 칼럼을 쓰면서 난 몇 가지 주제를 써 놓고 Mturk에 올려 (시가치고는 꽤 높은) 2달러를 걸고 글을 써 보라고 했다. 30분 지나 받은 글을 이랬다. “크라우드소싱을 통한 글쓰기 작업은 비전문가의 글이나 100%의 정확도를 요구하지 않는 종류의 글에 적합하며 주요 단점 중 하나는 직업 윤리의 결여입니다.”

적어도 지금 당장 해고당할 염려는 없는 거 같다.



정리=전수진 기자 sujiney@joongang.co.kr

구독신청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