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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균 칼럼] 과욕이 부른 ‘농약 김’ 파동

최근 발생한 ‘농약 뿌린 김’ 파동은 ‘낙지 머리 카드뮴(2010년 9월)’, ‘불량 맛가루(2013년 7월)’ 사건과 너무 닮았다. 해경·서울시·경찰청 등 식품 안전 전문이 아닌 기관에서 ‘안전에 문제 있다’고 불을 지피면 식품 안전 당국이 ‘괜찮다’며 소방관 역할을 자처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와중에 소비자는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몰라 해당 식품을 기피하거나 먹으면서도 찜찜해했다. 어민 등 생산자에겐 상당한 경제적 피해가 뒤따랐다.

낙지 머리 카드뮴 사건의 경우 서울시가 “시내에서 팔리는 낙지 머리에서 카드뮴이 허용 기준을 초과해 검출됐으니 머리를 제거한 뒤 먹으라”고 권고한 것이 발단이었다. 당시 식약청은 “중국산 낙지 한 건을 제외하면 모두 연체류의 카드뮴 허용 기준 이하였다”고 반박했다. 먹어도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4대 악의 하나로 꼽은 불량식품 퇴치가 강조되던 차에 불량 맛가루 사건이란 ‘잭팟’을 터뜨린 곳은 서울지방경찰청이었다. 경찰은 “일부 업자가 폐기하거나 가축 사료로 써야 하는 채소를 가루화해 맛가루 제조업체에 납품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값싸고 저질 원료로 만들어진 것은 사실이나 맛가루의 유해성은 없는 것으로 평가됐다”며 상반된 의견을 내놓았다. 놀랍게도 불량 맛가루 사건은 10년쯤 전에 일어난 ‘쓰레기 만두’ 파동(2004년 6월)의 복사판이다. 당시에도 경찰청은 ‘쓰레기 만두’, 식약청은 ‘자투리 만두’로 규정하며 시각 차를 드러냈다.

이번 ‘농약 김’ 사건은 지난달 31일 남해지방해경청이 “김 양식장에 농약(카바)을 섞은 활성처리제를 뿌린 양식업자들을 검거했다”고 발표한 것이 출발점이다. 농약 섞은 약제를 바다에 살포한 업자를 적발한 것은 칭찬받을 만한 일이다. 그러나 다음의 ‘과욕’이 문제였다. 해경은 이날 카바의 독성을 증명하기 위해 수족관 실험까지 ‘감행’했다. 지름 12㎝, 높이 14㎝의 원통형 수조에 금붕어 2마리를 넣은 뒤 ‘카바’ 30mL 정도를 수조에 부었더니 20분도 안 돼 금붕어가 죽었다. 독성학자들은 이런 실험은 결과에 대한 해석이 불가능한, 보여 주기용 쇼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화학물질 5만여 가지로 같은 실험을 해도 예외 없이 금붕어가 죽는 결과가 나올 것이란 이유에서다.(성균관대 약대 이병무 교수)

또 카바는 햇빛·물·온도에 약해 대부분 금세 분해된다. 해양수산부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문제의 김을 검사했으나 카바가 검출되지 않았다. 농약이 잔류하지 않은 ‘농약 뿌린 김’ 사건이 돼버린 것이다.

김양식을 하면서 바다에 염산을 뿌리는 경우도 있다. “김발에 파래 일면 김 농사는 하나마나”라는 말이 있는데 김발 주변에 생기는 잡태나 이물질, 갯병을 막기 위해서다. 염산 대신 활성처리제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정부는 양식 어민에게 보조금까지 지불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활성처리제 성분으로 써선 안 되는 카바를 불법 사용한 것이지 김 자체의 안전성 문제는 아니다.

그런데도 ‘농약 뿌린 김’은 순식간에 인터넷에 퍼져 며칠째 검색어의 상위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를 보고도 김을 사서 가족의 밥상에 올리기는 힘들 것이다.

불량식품 적발은 검·경·해경 등 수사기관에도 ‘대박 사건’이다. 식품 안전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은 만큼 주목과 박수를 받을 수 있어서다. 그래도 불필요한 혼란을 주는 것은 곤란하다. 괜한 소비자의 스트레스와 생산자의 시름을 덜어 주기 위해 정부는 이른바 ‘낙지머리법’을 통과시켰다. 한 건을 터뜨리기에 앞서 식약처와 사전 논의를 거치도록 해 ‘병 주고 약 주는’ 우(愚)를 피하기 위해서다. 이미 해경·검·경은 식약처와 ‘그렇게 하겠다’고 MOU까지 맺었다. 그렇다면 ‘농약 김’ 사건은 약속을 어긴 반칙이자 일단 터뜨리고 보자는 비(非)과학적 사고의 방증이다.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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