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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Sunday] 메기·청어·미꾸라지 파이팅!

‘코끼리’ 김응용 한화 이글스 감독은 “거 봐, 재미있어졌잖아”라고 했고, 선동열 기아 감독은 “점수가 왕창 나는 ‘빅 이닝’이 늘어 볼거리가 많아졌다”고 했다. 올 시즌 프로야구에 처음 도입된 ‘용병 타자 의무화’ 효과가 뜨겁다. 개막 일주일 만에 홈런 톱10 명단 중 5자리가 용병 이름으로 채워졌다. 이들이 야구판을 메기처럼 휘젓고 있다.

‘메기 효과(Catfish Effect)’를 역사이론에 처음 등장시킨 이는 아널드 토인비다. 메기 한 마리가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는 얘기다. 그는 도전과 응전을 통해 역사가 발전한다는 걸 강조하면서 한 청어잡이 어부 얘기를 자주 예로 들었다. 북쪽 먼바다에서 청어를 잡는 어부들은 어떻게 하면 멀리 런던까지 청어를 산 채로 운반할까 고민했다. 도착하면 청어는 모두 죽어 있어 값이 뚝 떨어졌는데, 유독 한 어부만이 활어 상태로 청어를 공급했다. 비결을 물으니 그는 “청어를 넣은 통에다 바다메기를 한 마리씩 집어넣었다”고 했다. 다른 어부들이 “메기가 청어를 잡아먹지 않느냐”며 의아해하자 그는 “잡아먹어봐야 한두 마리고, 나머지 수백 마리는 먹히지 않으려고 열심히 헤엄친다. 그러다 보니 런던에 도착할 때까지 살아있더라”고 했단다.

국내에서 ‘메기론’을 기업 경영에 응용한 건 1993년 이건희 회장이 경영혁신을 선언하면서다. 이 회장은 유럽 청어가 아니라 토속 미꾸라지를 예로 들었다. 그는 “미꾸라지가 가득한 두 논이 있다. 그런데 한쪽 논에만 메기를 넣으면 나중에 어느 쪽 논의 미꾸라지가 더 튼실하게 자라 있을까”라며 청어잡이 어부와 같은 논리를 폈다.

삼성 이후 다른 국내 기업도 야구로 치면 용병 거포 같은 고수를 모시는 일에 발벗고 나섰다. 구본무 LG 회장은 매년 신년사에서 “CEO 임무 가운데 핵심은 글로벌 인재를 모셔오는 일이다. 세계 어디에 있든 CEO가 직접 가서 모셔오라. 나는 그 실적으로 CEO를 평가하겠다”고 강조할 정도다.

용병 타자를 들여오면서 설 자리가 좁아진 토종 타자들은 지난 동계훈련 때 눈빛부터 달라졌다고 한다. 거포들을 상대하게 된 투수들도 한층 더 구질 연마에 공을 들였다고 한다. 기업 내부도 마찬가지다. 디자인·소프트웨어처럼 해외 인력들이 우세를 보이는 분야일수록 ‘메기의 자극 효과’는 크고 생존을 위한 치열함도 고조된다.

기왕 동물 얘기를 하는 참이니 하나 더 예를 들면, 토끼와 사슴을 보호하기 위해 천적을 다 제거해 버리면 오히려 병이 난다고 한다. 동물학자들은 이를 환경이 너무 좋고 긴장감이 없어서 생기는 병이라고 분석한다. 메기들과의 건강하고 생산적인 경쟁은 산업 여건 척박한 한국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를 키울 수 있도록 하는 자극이 된다. 오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토종 타자는 물론 수많은 산업인력들이 굵은 땀을 흘릴 터다. 이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이렇게 외쳐주고 싶다. 메기도 청어도 미꾸라지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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