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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킨백 대기 리스트가 상술? 더 만들려 해도 못 만든다

악셀 뒤마 CEO가 자신의 이름 첫 글자가 새겨진 에르메스 수첩을 들고 서 있다. 오른쪽은 악어가죽 버킨 가방으로 수천만원대다. [사진 브리지트 라콩브]
“8살 때다. 학교 선생님이 ‘파리에서 가장 큰 가게를 적으라’고 했다. 반 아이들 대부분 프렝탕 백화점, 라파예트 백화점을 적어냈다. 한 친구만 ‘에르메스’라고 썼다. 그러자 모든 학생들이 날 쳐다봤다. (웃음) 선생님은 ‘너희 부모님이 에르메스에서 일하시니?’라고 했다. 누군가 에르메스를 세상에서 제일 큰 상점이라 여길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깨달았다.”



CEO 인터뷰 6세대 에르메스 이끄는 악셀 뒤마
생산 자동화도 고민해 봤지만 품질은 타협할 수 없다고 결론
177년 역사 가족경영의 모범, 비결은 장인정신·혁신의 균형
LVMH, 적대적 인수합병 노려 … 가문 40명 지주사 만들어 막아

 악셀 뒤마(Axel Dumas·43)의 회고다. 그는 올 1월 시가총액 255억6000만 유로(약 37조3363억원, 3월 31일 종가 기준)짜리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수천만원대 가방이 주력 상품인 프랑스 브랜드 ‘에르메스’의 수장이다. 에르메스는 1837년 창립돼 역사가 177년에 이르는 기업이다. 그의 6대조인 티에리 에르메스가 세웠다. 악셀 뒤마 CEO는 ‘에르메스 가문’ 6세손이다. 한데 그의 이름 어디에도 에르메스가 없다. 그의 3대조 에밀 에르메스가 딸만 넷을 뒀기 때문이다. 그의 할아버지 로베르가 에밀의 둘째 사위, 그의 큰아버지가 28년 동안 에르메스를 이끌다 2006년 퇴임한 장루이다.



지난달 중순, 프랑스 파리에서 만난 그는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적대적 인수합병 시도에 대해서도 답했다. “170여 년 동안 각 세대는 각자의 과제를 짊어졌다. 6세대는 LVMH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독립성을 지켜낼 것이다. 독립 회사를 7세대에게 물려주는 게 6세대의 책무”라고 했다.



루이비통 등 60여 개 명품 브랜드를 거느린 세계 최대 명품그룹 LVMH는 2010년 10월 에르메스 주식을 20% 넘게 몰래 사들여 세계 명품업계를 놀라게 했다. 지키려는 에르메스와 뺏으려는 LVMH 간의 싸움은 현재 소강 상태다. 에르메스 가문 6세대 40명이 자신들의 지분을 합쳐 지주사 ‘H51’을 세워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H51은 에르메스 지분의 50.2%를 소유하고 있다. 주주는 에르메스 가문 사람들로만 이뤄져 있다. 뒤마 CEO는 “가족들이 힘을 합쳐 20년간 이 지분 매각이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우리 가문의 강력한 의지 표명”이라고 했다. 그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선 더욱 강한 어조로 LVMH그룹에 경고를 보냈다. “LVMH가 (적대적 인수합병 의사 없는) 올바른 투자자라면 매수했던 주식을 팔아 차익을 갖고 떠나는 게 좋을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 177년 6세대에 걸친 도전 과제라면.



“3세대 에밀 에르메스는 말이 자동차로 교체되는 시기에 대응해야 했다. 5세대 장루이 뒤마는 회사의 국제화라는 과제를 떠안고 프랑스 바깥에서의 사업을 성공시켰다.”



- 가족끼리 모인 지주회사에서 CEO를 임명하는 과정은.



“지주사 ‘에밀 에르메스’ 멤버들이 매달 이사회를 열어 미래 전략 등을 논의한다. 지주사 회장도 내 사촌(앙리 보어)이다. 지금까지 거의 만장일치로 의사 결정을 내려왔다. 가족이 경영하는 다른 회사 사람은 이런 말도 했다. ‘17명이면 만장일치가 쉽다. 200명이라면 다수결을 따르면 된다. 40명이라면 계산이 복잡하다’고. 그래서 만장일치는 쉽지 않은 일이다.”



H51은 LVMH그룹의 공격에 대응해 2010년 설립된 에르메스 주식보유 회사다. 본래 지주회사는 에밀 에르메스다. 에밀 에르메스 측은 지난해 초 전임 CEO 패트릭 토마와 악셀 뒤마가 공동 CEO를 맡는다고 발표했다. 일종의 경영 수업을 거친 뒤마는 올 1월, 단독 CEO가 됐다. 패트릭 토마는 에르메스 177년 역사에서 유일하게 가족이 아닌 전문경영인이었다.





- 외부로부터의 위협, 세계경제 불황 등 어려운 시기다. 이런 때 전문경영인에서 가족 경영으로 회귀한 거라 시장의 관심도 매우 높다.



“에르메스 경영에서 가족이라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회사 전략과 주식 보유를 가족들이 직접 통제한다는 게 중요하다. 이를 통해 회사의 미래를 장기적으로 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에르메스는 단기적인 재무 성과보다 에르메스의 진정한 가치를 지키는 데 더 집중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재무적으로도 훌륭한 성과를 얻고 있는 것이고. 협력 관계의 리더십을 발휘하고 싶다. 탄탄한 지원군이 있다. 훌륭한 최고재무책임자(CFO), 창조부문 총괄(사촌인 피에르알렉시 뒤마) 등이다. 20여 년 후 200주년을 맞게 될 것이다. 20년 전을 돌아보면 에르메스는 지금보다 훨씬 작은 회사였지만 현재는 엄청나게 성장했다. 한 사람이 일을 얼마나 잘하느냐보다 함께 어떤 성과를 이뤄낼 것이냐가 관건이다.”



- 세상엔 ‘명품(luxury)’이라 불리는 브랜드가 매우 많다. 한데 에르메스는 시장·소비자로부터 ‘럭셔리 중 럭셔리’란 평가를 받는다.



“에르메스는 스스로를 명품 브랜드라 생각하지 않는다. 수준 높은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최고의 재료를 갖고 최고 기술로 상품을 만든다. 이 제품과 더불어 고객이 우아하고 여유 있는 삶을 영위하게 만든다. ‘럭셔리’란 단어의 어원은 라틴어 ‘룩수스(luxus)’에서 나왔다. 두 가지 뜻이 있다.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화려함’과 ‘삶의 질’이다. 둘 중 어느 하나가 더 낫다고 할 순 없지만, 에르메스는 확실히 두 번째 의미에 가깝다. 제품 자체에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 이 상품을 사용해 삶의 질을 높이는 게 우리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다. 점점 더 많은 소비자가 이런 뜻에 동의하고 있고 그래서 이런 평가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다른 회사들도 이런 트렌드를 추구하고 있는 것 같다.”



- 에르메스 대표 상품이라면 최소 1500만원대 ‘버킨 가방’을 들 수 있겠다. 고가에도 불구하고 ‘대기 명단에 올려서라도 갖고 싶다’는 고객이 많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일부에선 ‘에르메스가 일부러 희소성을 유지하기 위해 생산량을 조절하는 마케팅 전략을 쓴다’고 비판한다.



“꼭 답하고 싶었던 질문이다. 특히 버킨백 대기수요가 엄청나다. 난 대기명단의 탄생을 목격한 사람이다. 버킨백은 90년대부터 큰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큰아버지(장루이)가 CEO였고 내 어머니는 생산 총괄이었다. 당시만 해도 에르메스는 큰 회사가 아니었다. 우리가 생산한 것을 모두 팔 수 있다고 생각하던 시절이다. 한데 수요가 생산을 추월했고 삼촌과 어머니는 상황대처를 고민했다. 생산 방식을 변경할지, 공정 일부를 자동화할지 등 모든 가능성을 고려했다. 결론은 어느 한 군데라도 바꾸면 품질이 희생된다였다. 그래서 생산방식을 바꾸지 않기로 했다. 대신 넘치는 수요에 대해 각 매장에서 직접 결정을 내리게 했다. 일부에서 대기명단이란 걸 고안했다. 현재 대기 리스트는 회사가 아닌 매장에서 만든 거다. 아무튼 현재 에르메스는 매년 생산량을 8% 정도씩 늘리고 있다. 우리로선 최대치다. 최근 ‘대기 리스트를 발명한 에르메스는 천재’란 얘길 들었다. 아쉽게도 난 천재가 아니다. (웃음) 우리에게 품질에 대한 타협은 없다. 고객은 결국 우리가 만들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상품을 받게 될 것이다.”



- 어떻게 한 회사가 200년 가까이 유지될 수 있었을까.



“균형이다. 에르메스의 가치는 두 가지다. 177년 동안 지켜 온 전통은 장인정신과 품질이다. 다른 하나는 혁신과 창의력이다. 시대적인 변화에 맞게 진화한 것이다. 에르메스는 최고의 말 안장을 생산한다. 전엔 말 안장 제조사가 많았지만 에르메스만 현재까지 지금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우린 안장 외 다른 제품에도 장인정신을 적용하며 끊임없이 변화해 왔다. 전통 계승과 혁신, 둘 사이의 균형이 비결이다.”



뒤집거나 접으면 새 느낌 … 올 신상품 주제는 ‘변용’





‘에르메스’는 해마다 새로 내는 상품에 주제를 정한다. 봄·여름, 가을·겨울 두 차례 여는 패션쇼에서 자사의 신상품을 소개하는 것과 또 다른 전략이다. 악셀 뒤마 에르메스 CEO의 사촌인 피에르알렉시 뒤마가 총괄하는 창조 부문에서 신상품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를 정한다. 올해는 ‘메타모포시스(metamorphosis)’, 즉 변용(變容)·변신이 주제다. 피에르알렉시 뒤마는 “변용·변신은 누구나 원하는 놀라운 일들을 가능케 한다. 마법의 단어다. 에르메스의 손에서 탄생하는 모든 것은 변신의 산물이다. 우리 창작품으로 인해 우리 모두가 갈망하는 일상의 변신이 일어나길 기대한다”고 소개했다. 이에 따라 올해 에르메스 신상품엔 변용 가능한 가방, 의외의 조합으로 탄생한 스카프 등이 추가됐다. ‘빠세빠세’(400만원대)① ‘옥서’(가격 미정, 하반기 출시 예정) ② 란 이름의 신상품 가방은 천·가죽 등을 접는 방법에 따라 가방 전체 외형이 달라진다. 실크나 쫀쫀한 면 일색이던 스카프는 남성 셔츠를 닮은 얇은 실크(50만원대) ③ 로 돼 있거나 각기 다른 2개의 스카프 반쪽을 이어 붙인 것(50만원대) ④ 등이 변용이란 주제로 출시됐다.



파리=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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