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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의 마지막 퍼즐 풀 열쇠 '아버지표 퍼터'

3일(한국시간)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1라운드 16번 홀에서 파 퍼트를 성공시킨 박세리. 아버지가 튜닝해준 퍼터를 들고 대회에 임했다. [란초미라지(미 캘리포니아) USA투데이=뉴스1]
박세리(37·KDB)가 4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미라지의 미션힐스 골프장에서 벌어진 LPGA 투어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생소한 퍼터를 들고 나왔다. 전날 아버지 박준철(63·사진)씨가 튜닝해준 퍼터였다. 박준철씨는 “내가 어제 하루 종일 여러 퍼터로 공을 쳐보고 테스트해서 가장 좋은 것을 골랐고, 달려 있던 그립을 빼고 세리에게 맞는 두꺼운 그립을 끼워 새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박씨가 퍼터를 완성한 건 전날 오후 6시. 박세리는 실전 테스트할 시간도 거의 없이 이 퍼터를 들고 경기에 임했다. 주말 골퍼의 친선 라운드도 아니고 메이저대회에서 새로 만든 퍼터를 쓰는 건 모험이다.



커리어 그랜드슬램 꿈꾸는 37세 큰언니
우승 못한 메이저, 나비스코 개막
대회장 근처에 집 살 정도로 애착
부친이 튜닝한 퍼터, 경기 전날 받아
손에 익힐 시간도 없었는데 첫날 2위

 16년 전인 1998년 딸을 국민 영웅으로 만든 박세리의 아버지는 매사 자신감이 넘치는 스타일이다.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눈에 확 띄는 초록색 바지에 멋진 선글라스를 끼고 나온 그는 “내 딸은 내가 가장 잘 안다. 올해 세리를 확 바꿔놨고 퍼터도 가장 좋게 만들었으니 지켜 보라”고 큰소리를 쳤다.



 박세리는 아버지를 믿고 따랐다. “들어가지 않아도 좋으니 이 퍼터로 천천히 리듬감 있게만 퍼팅을 하라”는 조언을 새겨들었다. 공은 부드럽게 굴렀고 박세리는 이날 5언더파 67타를 쳤다. 선두 펑샨샨(중국)에게 한 타 뒤진 공동 2위다.



 나비스코 챔피언십은 박세리에게 평범한 대회가 아니다. 박세리는 4대 메이저대회 중 이 대회에서만 우승을 못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지 못했다.



지난해부터 에비앙 마스터스까지 메이저 대회가 됐지만 박세리가 꼭 우승하고 싶은 건 나비스코 챔피언십뿐이다. 크리스천이 물로 세례 받기를 갈망하듯, 박세리는 우승 후 호수로 뛰어드는 나비스코 챔피언십 특유의 우승 세리머니를 하고 싶어 한다. 이 대회를 위해 집도 대회장 근처에 샀다.



 박준철씨는 3년 만에 LPGA 대회장에 나타났다. 지난주 열린 기아클래식에서다. 요즘 LPGA 투어에 골프 대디는 거의 사라졌다. 딸들은 다들 독립했고 아버지들은 대부분 한국으로 돌아갔다. 있더라도 조용히 뒤에서 바라볼 뿐이다. 그런데 원조 골프 대디인 박준철씨가 대회장에 오니 분위기는 생경했다. 박세리는 “오신 지 3년은 넘으신 것 같아유. 아버지가 와서 이렇게 잘될 줄 알았으면 일찌감치 오시라고 할걸 그랬슈”라고 충청도 사투리로 농담하듯 말했다. “바빠서 쉽게 대전을 떠나지 못한다”는 아버지 박씨는 이 대회만 보고 한국으로 돌아간다.



 박세리가 미국에 온 지는 17년이 됐다. 98년 US오픈에서 우승할 때 박세리는 전사였다. 박준철씨는 “골프는 코스와의 경쟁이 아니라 상대 선수와의 싸움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세리가 어릴 때 투견장에 데려가기도 했다 ”고 말했다.



 박세리는 이제 더 이상 파이터가 아니다. 골프 승부 이상의 것을 찾고 있다. 상대와의 경쟁뿐 아니라 상대와 함께 사는 것을 본다. 박세리는 “다른 선수들에게 더 주고 더 칭찬해 주고 싶다. 이제 예전처럼 서로 경쟁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싶다”라고 말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박준철씨도 공감하고 있다. 박씨는 “세리는 이제 리더로서 새로운 길을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은퇴 이후 골프계의 지도자로서 앞길을 준비하고 최경주와도 만나서 함께 한국 골프를 발전시킬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세리는 2016년 올림픽 즈음 은퇴를 아버지와 상의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올해 몇 번 우승해 박세리의 가치를 더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호수의 여왕과 한국 여인들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은 올해가 마지막 대회다. 1982년부터 후원해온 크래프트 나비스코가 재계약을 포기하기로 하면서 내년부터 이름이 바뀐다. 이 대회는 1972년 콜게이트 다이나쇼어 위너스서클이라는 이름으로 첫걸음을 뗐다. 83년 메이저 대회로 격상됐고 2002년 나비스코가 크래프트와 합병되면서 지금의 이름을 얻었다. 크래프트 나비스코는 오레오 과자로 유명한 식품 업체다.



 내년부터 대회명은 바뀌지만 대회는 그대로 미션힐스골프장에서 치러지게 된다. 미션힐스골프장에는 LPGA 선수라면 누구나 빠지고 싶어하는 유명한 연못이 있다. 1991년 우승자 에이미 알콧이 18번홀 그린 옆에 있는 포피 폰드에 뛰어든 뒤로 호수 세리머니는 이 대회의 상징이 됐다. 한국 선수들은 2004년 박지은, 2012년 유선영에 이어 지난해 박인비가 우승을 차지한 뒤 호수에 뛰어들었다. 박세리는 99년부터 지난해까지 15번 출전했지만 호수 근처에서 번번이 발길을 돌렸다. 다섯 번 톱 10에 들었고 최고 성적은 2012년의 공동 8위였다.



란초미라지=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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