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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칼럼] 반성문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정윤아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식사하셨습니까”



 그날은 학교 피트니스 센터에서 근로 알바로 일하게 된 첫날이었습니다. 누군가 갑자기 나에게 90도로 폴더 인사를 했습니다. 말 끝에는 ‘다·나·까’가 붙어 있었습니다. 군대에서 막 제대한 친구가 쓰던 말투와 비슷했습니다. 알고 보니 체육학과 학생들이 나를 자기학과 선배로 오해하고 큰 소리로 인사한 것이었습니다. 이 황당한 일은 거의 일주일간 지속됐고, 저는 그 폴더 인사를 받으면 어쩔 줄 몰라 같이 인사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로부터 2년 후 TV를 보다 기어이 올 것이 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파마·염색 금지, 긴 머리는 하나로 묶을 것, 다·나·까 사용, 치마 금지, 이어폰 금지, 선배님이 보이면 달려가 인사’. 이 내용은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대학 1학년들이 지켜야 하는 규칙입니다. 대학만 가면 자유를 누릴 줄 알았던 새내기들이 3월의 캠퍼스 잔디밭을 밟자마자 이런 규칙을 지켜야 했습니다. 하지만 한 용기 있는 학생의 발언으로 인해 강압적인 규율은 세상 밖으로 알려졌고, 여론의 비판을 받았습니다. 체육학과 게시판은 체육학과 학생들과 교수님들을 비판하는 글로 문전성시를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이 찔려 왔던 건 이러한 사실을 이미 알고도 방관했던 비겁한 내 모습이 떠올라서였습니다. 4년간 학교를 다니며 저 멀리 체대 선배를 보고 쪼르르 달려와 90도로 폴더인사를 하고, 한참 멋 부리고 싶어하는 대학생답지 않게 검은 머리를 단정히 묶고 항상 체육복을 입으며, 혹시 주변에 인사를 못한 선배는 없는지 눈치를 살피고 조심스레 캠퍼스를 다니던 그 아이들이 겪는 일은 이미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타과생이니까, 바쁘니까, 내 일이 아니니까 하는 마음에 애써 모르는 척, 못 본 척하고 넘겼던 저의 비겁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저 하나 개인은 작았지만 이러한 개인들이 모여 집단지성이 아닌 집단방관을 만들었습니다. 잘못된 관행이 행해지는 것을 보고도 못 본 척하는 것은 처음은 힘들었지만, 곧 익숙해지고 쉬웠습니다. 나중에 졸업 후 사회에 나가서도 이 같은 행태가 반복되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것입니다. 나 하나의 방관이 하나 둘씩 모여 한 학생의 꿈같은 3월을 악몽으로 바꾸는 데 일조한 것이니까요. 잘못된 관행은 만들어지긴 쉬워도 없애기는 매우 힘이 듭니다. 더 큰 문제는 방관하는 사람들의 영향력입니다. 시간이 갈수록 부조리를 고발하는 힘보다 방관하는 힘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결국 잔잔했던 집단에 돌을 던져 파문을 일으킨 죄로 한 학생은 스스로 자퇴를 선택했습니다. 그 학생에게 꼭 사과하고 싶습니다. 꿈을 갖고 찾아온 캠퍼스에서 나쁜 관행을 알고서도 지적하지 못했던 비겁한 선배여서 정말 미안합니다.



정윤아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대학생 칼럼 보낼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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