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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협회 돌며 10년 더 … '산피아' 정년은 70세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는 얼마 전부터 “구시대적인 낙하산 인사 더 이상은 못 참겠다. 국토부는 각성하라”는 글이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 건물에 사무실을 둔 건설공제조합 직원들이 내건 것이다. 신임 전무이사에 국토교통부 산하 부산지방항공청장인 임의택씨가 내정돼서다. 이 조합의 정완대 이사장 역시 국토부 중앙토지수용위원회 상임위원 출신이다. 건설공제조합은 일반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총 100조원이 넘는 건설공사의 보증을 담당하는 알짜 민간 기관이다. 조합의 한 직원은 “조합과의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국토부가 임원을 정해버렸다”며 “민간 단체가 퇴직 공무원의 노후 안식처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국장급 이상, 공공기관장 → 협회장
서기관 이상, 전무 → 연구원장 코스
기업들 입장 대변해야 할 협회가
낙하산 눈치보느라 정책 비판 못해



 이는 반복되는 낙하산에 민간 기관 직원들이 참지 못하고 반발한 사례다. 산피아·국피아는 보통 정년(60세)을 마치고 억대 연봉을 받으며 5~10년을 공공기관과 민간협회 임원으로 일하는 코스를 밟는다. 10년을 꽉 채우면 70세까지 일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국장급 이상의 고위공무원은 공공기관장을 거쳐 자동차·석유·섬유협회와 같은 곳의 회장·상근부회장으로 간다. 서기관급 이상은 본부장·전무를 거쳐 상근부회장이나 연구원장을 하는 경우가 많다. 김기호 민간발전협회 상근부회장은 2005년 1월 전기위원회 사무국장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났지만 이후 10년째 공공기관장과 민간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2009년 과장급으로 산업부를 떠난 이장훈 한국고무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한국가스기술공사 경영지원본부장과 지식정보보안산업협회 부회장을 거쳤다.





 이들은 대부분 퇴직 뒤 6개월 내에 민간 단체로 자리를 옮긴다. 김종호 전기공사공제조합 부이사장(2013년 5월 24일 퇴임)과 임승윤 한국의류시험연구원장(2013년 9월 3일 퇴임)처럼 퇴직 다음 날부터 민간기관의 현직으로 옮긴 이들도 있다. 한 기관을 여러 명의 산피아가 장악한 곳도 있다. 국제표준기구(ISO)의 경영시스템 인증을 국내에서 담당하는 한국인정지원센터는 심윤수 이사장과 조기성 센터장이 모두 산업부 출신이다.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은 산업부 국장 출신의 최형기 원장과 공업연구관 출신의 심상협 부원장이 지난해 7월 동시에 부임했다.



 이런 인사의 부작용은 심각하다. 우선 민간단체에 대한 강력한 인적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 전직 관료가 장악하고 있는 협회에서 기업들은 의견을 낼 때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관료 출신 임원이 현직 관료와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어서다. 한 협회 직원은 “회원사인 기업들이 협회 내부 회의에서 잘못된 정부 정책이나 공무원 행태를 비판하기 어렵다”며 “언제라도 현직 공무원 귀에 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민간 사이의 영역이 모호해져 도덕적 해이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터진 원전비리도 한국수력원자력 출신의 ‘원전마피아’가 주요 인증기관과 납품업체에 재취업한 것이 발단이었다. 한양대 이상빈(경영학) 교수는 “정부는 민간단체와 건전한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며 “낙하산 인사가 이어지면 민간의 생산성이 떨어지고, 그 피해가 결국 소비자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한표 의원은 “공무원과 민간 출신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투명한 임원 선임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태경·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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