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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 걱정 덜어준 구의회 '투명 가스통'

광주광역시 동구의회 김동헌(42)·안병강(52)·박대현(51·왼쪽부터) 의원이 ‘투명 액화석유가스(LPG) 통’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들이 보급을 지원하는 조례를 만든 통이다. LPG를 쓰는 서민들이 가스가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고 있다가 갑자기 가스가 끊겨 난처해하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냈다. [프리랜서 오종찬]


광주광역시 동구에는 오는 7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속이 들여다보이는 액화석유가스(LPG)통이 보급된다. 옛 도심인 이 지역엔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집이 많아 1만5000여 가구가 회색 쇠통에 담긴 LPG를 쓰고 있다. 하지만 쇠로 된 회색 용기는 가스가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없다. 그래서 갑자기 가스가 떨어져 불편을 겪는 주민들이 많았다. 그걸 보고 구의회가 아이디어를 냈다. 한국가스안전공사 출신인 김동헌(42·무소속) 의원이 중심이 됐다. 김 의원은 다른 나라에 특수 플라스틱으로 만든 LPG 용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터였다. LPG 업체에 투명 용기를 소개하고, 조례를 만들어 기존 쇠통을 신제품으로 대체할 경우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제대로 일 하는 기초의원들
선거운동기간 의정비 반납 … 의원 해외연수 사전심사도
"잘 뽑아야 삶의 질 높아져"



동구 주민 최삼순(65·여)씨는 찌개 끓이다 가스가 떨어져 냄비를 들고 옆집에 달려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며 “앞으론 그런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시·군·구의원(기초의원)이 나서 주민들의 불편함을 해소해준 사례다. 임기 내내 조례 한 건 만들지 않는 기초의원들이 있지만, 이처럼 주민들 삶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의원들도 적지 않다.



 대구 북구는 의원들이 뭉쳐 상급 지방자치단체인 대구시가 받던 터널 통행료를 없앴다. 대구시가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1998년 8월 개통한 국우터널이다. 당초 통행료 징수는 2012년 7월까지만이었다. 그러나 대구시는 이를 5년 연장하려 했다. 민자 사업자가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 통행료 징수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협약에 따라서였다.



통행료를 받을 때(위)와 받지 않게 된 현재 대구 국우터널 입구. 대구시는 2017년까지 통행료를 받으려 했으나 북구 의원들이 징수의 문제점을 밝혀내 2012년 8월부터 통행료가 없어졌다. [프리랜서 공정식]
 이 소식을 들은 북구 의원들은 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예전에 대구시와 민자사업자가 맺은 협약이 제대로 된 것인지 파헤쳤다. 그 결과 대구시가 비용을 낭비했다는 사실을 잡아냈다. 민자사업자의 초기 투자금 494억원에 대해 대구시가 매년 ‘이자’ 격으로 얼마씩을 준 부분이 그랬다. 2000년엔 한 해 11.6%를 이자로 줬다. 지나치게 높은 금리였다. 이렇게 협약이 잘못 맺어진 점을 집중 추궁해 결국 대구시의 항복을 받아냈다. 국우터널은 예정대로 2012년 8월부터 통행료를 받지 않았다. 이로 인해 북구 주민들은 한 해 총 90억원에 이르는 통행료를 아낄 수 있게 됐다. 북구에 사는 김명종(49)씨는 “구의회가 시민들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줬다”고 말했다.



 울산 북구의회는 지난해 3월 ‘공동주택 지원 조례’를 개정했다. 낡은 공동주택을 다시 칠하거나 방수 공사를 할 때 비용을 지원해주는 조례다. 고친 내용은 간단했다. ‘주택법상 공동주택’을 ‘건축법상 공동주택’으로 바꿨다. 이로 인해 약 1900여 가구가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주택법에서 말하는 공동주택은 20가구 이상이지만, 건축법에서는 2가구 이상이면 되기 때문이다. 조례를 간단히 개정하는 것만으로 서민들이 많이 사는 다세대·연립 주택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해놓은 것이다.



 경기 화성시 의원들은 정파를 떠나 시정을 감시한다. 2012년 예산안을 심사할 때다. ‘창의지성교육 예산’ 200억원이 잡혔다. 창의지성교육이란 고전 등을 읽고 토론하는 것 등으로 진보 성향인 김상곤(65) 전 경기교육감이 내세운 정책이었다.



 화성시 의원들은 예산안을 심사하면서 여야 없이 사용처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창의지성교육센터 운영지원 20억원’ ‘창의 지성교육도시 구축 188억5000만원’이라고만 적혀 있었다. 정현주(50·옛 민주당) 의원은 “사용처가 명확히 적시되지 않은 예산은 엉뚱한 곳에 쓰일 가능성이 높다”며 “정당을 떠나 예산은 투명하고 구체적이어야 지방자치단체 살림살이가 바로잡힌다는 점에 의원들이 모두 동의해 전액 삭감했다”고 밝혔다.



 해외연수를 투명하게 만든 기초의회도 있다. 경남 거제시의회다. 연수를 표방하고선 실제로는 외유를 갈 소지를 아예 없앴다. 2008년 일찌감치 전국 최초로 만든 ‘거제시 의원 국외연수 사전 심사 조례’를 통해서다. 연수 떠나기 전에 시민단체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에서 계획서를 검토해 가도 좋다고 승인을 받도록 했다. 돌아와서는 의원 1인당 A4 용지 18쪽 이상의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보고서를 내지 않으면 지원받은 연수비(1인당 연간 200만원 한도)를 물어내도록 했다.



 경남 창원시의회 이옥선(50·무소속) 의원은 2012년 5월 의정비 중 150만원을 반환했다. 그해 4·11 총선 선거운동 기간에 시의원들이 국회의원 선거를 지원하면서 의회가 2주간 문을 닫은 데 대한 반성이었다.



 충남대 최진혁(55·자치행정학) 교수는 “시·군·구의원을 잘 뽑는 것이 삶의 질을 높이는 지름길 중 하나”라며 “그런 점에서 지방선거가 총선보다 중요할 수 있다는 점을 유권자들이 가슴에 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장대석·황선윤·홍권삼·김방현·신진호·최모란·윤호진·안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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