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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무상복지 포퓰리즘에 밀린 학교 화장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우리 아이도 학교 화장실을 못 가서 과민성대장증후군에 걸렸어요.”



 “LTE 세상인데 학교 화장실은 20~30년 전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요.”



신진
사회부문 기자
 열악한 학교 화장실 실태를 지적한 중앙일보 보도(4월 1일자 13면)가 나가자 학부모·학생들로부터 제보가 쏟아졌다. 비단 기자가 취재했던 몇몇 학교만이 아니라 대다수 학생이 화장실 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었다. 서울 동대문구 A초등학교의 시설 관리자는 “12년 동안 화장실 개·보수를 하지 못했다”며 “5년째 화장실 지원 예산이 끊겨 학생들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서울 중랑구·용산구·종로구의 초·중학교 학생·학부모도 같은 불만이었다. 학생들은 하나같이 “어둡고 춥고 악취 풍기는 화장실에 쪼그려 앉아 일을 보느니 차라리 참는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박모(35·여)씨는 “지하철 화장실조차 물비누에 음악까지 나오는데 아이들은 기본적인 생리 욕구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교육예산은 대체 어디에다 쓰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교 화장실 개선은 아직 멀게만 느껴진다. 정치권은 표심잡기에 급급해 ‘무상’ 시리즈에만 골몰하는 양상이다. 무상급식과 무상보육 등 자극적인 메뉴들로 학부모들의 입맛을 사로잡았을지는 모르지만 정작 교육 수요자인 학생들은 찬밥 신세다.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무상’ 예산은 늘었지만 화장실 등 학교시설 예산은 줄었다. 서울시교육청 내부에서조차 “복지 예산 늘리느라 교육환경 개선은 뒷전”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다.



 6·4 지방선거에 나올 교육감 후보들이라고 별반 나을 게 없다. 학부모 표를 얻기 위한 ‘무상’에 목을 매면서도 정작 화장실 같은 기본적인 교육환경 문제를 고민한 흔적은 엿보이지 않는다. 한 서울교육감 예비후보는 ‘유아 무상교육’을 내세웠다. 광주교육감 예비후보로 등록한 한 인사는 ‘무상 교통비’를, 대전교육감 예비후보는 ‘무상 교복·교재’를 들고 나왔다.



 표심이 제 아무리 ‘공짜’를 좇는다 하더라도 교육정책은 교육 수요자인 학생들 눈높이에서 출발하는 게 옳은 수순이다. 유권자인 학부모도 무조건 공짜를 선호하며 자녀가 질 낮은 급식을 먹고 학교 화장실도 편안히 드나들지 못하는 상황을 원할 리 만무하다. 20~30년 전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는 학교 시설을 그대로 둔 채 ‘무상’을 통해 보편적 복지만 강조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정치권과 교육당국은 무엇이 가장 시급한지 우선순위부터 따져야 한다. 이번에도 ‘무상’ 시리즈를 통해 학부모의 눈과 귀를 현혹할 것인지, 아니면 교육 수요자인 학생들의 기본 권리부터 챙겨야 할지 말이다.



글=신진 사회부문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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