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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러시아 가스 끊고 싶은데 … 올겨울이 걱정

유럽과 러시아의 에너지 전쟁이 시작됐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사태를 지켜보기만 해야 했던 유럽국가들의 탈(脫)러시아 에너지 선언이다.



크림 사태로 유럽·러 에너지 전쟁
미 셰일가스 2015년 넘어야 수출
성사돼도 난방비 치솟을까 우려

 유럽은 현재 사용하는 천연가스의 30%를 러시아로부터 수입한다. 독일의 경우 의존도가 35%나 된다. 옛소련 국가로 유럽연합(EU)에 가입한 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은 거의 전량 러시아에서 들여온다. 러시아의 가스프롬이 유럽에 수출하는 천연가스의 절반가량은 우크라이나 파이프라인을 경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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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국가들은 이번에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를 뼈저리게 느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과 미국은 공동성명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는 유럽의 에너지 안보 강화 필요성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이에 EU는 6월까지 ‘탈러시아’ 실현을 위한 행동을 실행에 옮길 계획이다.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최근 셰일가스 붐이 일고 있는 미국으로부터 천연가스를 수입하는 것이다. 미국은 최근 셰일암반에서 천연가스를 채굴하는 기술을 개발해 본격 생산에 들어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이 유럽으로의 수출 확대를 시사하기만 해도 러시아의 협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관건은 현재 진행 중인 미-EU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다. 미국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FTA를 체결하지 않은 나라에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을 규제하고 있다. 현재 비FTA국가의 수출신청 중 7건만이 승인됐으며 20여 건은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미국이 가스 수출 규제를 완화하면 유럽이 가스 공급선을 다양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미-EU의 FTA 협상이 타결되면 유럽은 미국의 천연가스를 훨씬 쉽게 수입할 수 있고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정치권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예외적 수출 허가를 확대하고 절차도 신속하게 처리해야 할 것이라는 요구가 많다. 야당인 공화당의 존 바라소(와이오밍주) 상원의원은 “푸틴이 행동 개시에 나선 지금 러시아 경제를 약화시키기 위해 미국산 가스를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도 나름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프랑스 토탈과 GDF수에즈는 최근 잇따라 영국에서 셰일가스광구 채굴권을 얻어냈다. 이들은 셰일가스 매장량이 풍부한 폴란드 등에서도 채굴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러시아 가스프롬에 이어 유럽에 둘째로 많은 양의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노르웨이의 스타토일은 그동안 국제원유가에 연동해 왔던 가격지표를 유럽가스 값으로 바꾸어 공급 가격을 낮추기로 했다.



 옛소련권 국가에서 생산되는 가스를 러시아를 우회해 유럽에 공급하는 계획도 추진되고 있다. 영국 BP 등은 지난해 말 아제르바이잔령 카스피해의 샤프 네니즈 가스전 확장을 결정했다. 2019년에는 그리스·이탈리아 등으로의 공급이 시작될 예정이다. 유럽에 가깝고 미개발의 광구가 많은 알제리·카메룬 등 아프리카도 유망지다.



 이 같은 유럽의 총력전에도 불구하고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 수입이 쉽고 값싼 러시아산 가스의 유혹을 쉽게 떨칠 수 없기 때문이다. 2006년과 2009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가스 공급 중단 사태 때 유럽은 추운 겨울을 보내야 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에도 가스 조달원의 다양화가 논의됐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었다. 독일 최대 에너지기업인 에온의 요하네스 타이센 사장은 “유럽과 러시아는 40년 이상 에너지 협력관계를 구축해 왔다”며 러시아 제재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연가스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점도 ‘탈러시아’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EU의 가스수요는 2011년 4920억㎥에서 2035년에는 5540억㎥로 증가하고, 수입량은 1430억㎥가 늘어난 4500억㎥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게다가 미 셰일가스의 수출이 시작되는 것은 2015년 이후다. 루이지애나주의 사빈 패스 LNG 수출터미널은 내년 말부터 가동될 예정이다. 미국의 FTA 비체결국 수출 상한선은 하루 약 2억5000만㎥다. 전량을 유럽에 댄다고 하더라도 유럽이 러시아로부터 사들이는 4억8000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LNG플랜트 등 인프라를 갖추는 데도 시일이 걸린다.



 EU가 아시아 등과의 조달경쟁을 벌이면 EU 역내에서의 에너지비용이 상승, 회복 중인 유럽 경제를 압박할 수도 있다. EU시장에서의 가스가격은 일본 등 아시아지역보다 30~40%나 싸다. 파이낸셜타임스가 “천연가스 보이콧으로 러시아를 징벌하자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한 이유다.



 미국에서도 러시아를 과도하게 자극해서 좋을 게 없다는 신중론이 존재한다. 어차피 미국산 LNG 수출이 2017년 이전에 광범위하게 활용되기는 어려워 FTA 체결 이전에 예외로 승인하더라도 현재의 위기 돌파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스 수출을 늘린다고 해도 유럽 에너지 시장의 전체 판도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주장이다.



 결국 단기적으로 에너지 부문에서 탈러시아를 달성하기는 한계가 너무 많다는 게 중론이다. 유럽이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는 것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경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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