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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연극 여주인공 실종사건





남성 앞세운 '섹시 마케팅' 대세
근육질 8명 등장 '미스터 쇼' … 유쾌하고 섹시한 도발 보여줘
남자 배역 늘리고 스타급 캐스팅
"문화소비 주역 부상한 여성 겨냥"















공연 무대에서 여자 주인공이 사라지고 있다. 남자주인공·여자주인공 대신 남자주인공1·남자주인공2를 내세운 뮤지컬·연극이 대세다. 공연계 티켓 파워를 쥔 여성관객을 겨냥한 포석이다. 심지어 ‘여성관객 전용’을 표방한 ‘19금’ 성인쇼 무대조차 등장했다. 일종의 ‘섹시 마케팅’인 셈인데, 과거의 섹시 마케팅이 주로 젊은 여성을 내세웠다면, 요즘은 남성을 앞세운다.



 # “레이디스 앤 레이디스”



 여성전용 성인쇼 ‘미스터 쇼’가 개막한 27일 서울 서교동 롯데카드 아트센터. 사회를 맡은 뮤지컬 배우 김호영은 “레이디스 앤 레이디스”를 외치며 쇼의 문을 열었다. 377석 객석은 여성 관객만으로 꽉 차 있었다. 무대 위로 평균키 185㎝의 근육질 꽃미남 배우 8명이 올라왔다. “멋진 남자들이 여러분을 위해 셔츠를 찢고, 바지를 벗어 던지고, 춤을 출 것”이라는 사회자 말대로 이들은 정장차림 신사, 교복 입은 고등학생, 고대 호위무사 등으로 변신하며 성인쇼를 펼쳤다.



 옷을 찢어 객석으로 던진 뒤 팬티 차림으로 관능적인 춤을 추는가 하면, 반투명 유리문 뒤에서 옷을 모두 벗어 관객들의 환호를 유도하기도 했다. 성 행위를 연상시키는 춤이 한차례 등장하기도 했지만, 쇼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퇴폐적이기보다 유쾌한 쪽에 가까웠다. 첫 공연을 본 회사원 박모(31)씨는 “깜짝 놀라게 하면서도 불쾌감을 주지 않을 정도로 수위 조절을 한 것 같다”고 평했다.



 연출자 박칼린씨는 ‘미스터 쇼’를 “밝고 건강하고 즐거운 쇼”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남성 관객 입장 불가’로 못박은 데 대해 “ 남성이 봐선 안 되는 공연이어서가 아니라, 그냥 우리 쇼의 컨셉트”라고 설명했다. 남성 관객을 아예 배제시키는 방식으로, 뮤지컬 관객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여성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자는 전략 이다. ‘미스터 쇼’를 제작한 미스터쇼프로덕션의 정지원 대표는 “여성들에게 티켓 파워가 생겼고, 그동안 편안하게 스트레스 풀 수 있는 공연이 없었다는 점에서 한국에 이런 쇼가 나올 타이밍이 됐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30일까지 3회 공연(일요일 공연 없음)을 마친 ‘미스터 쇼’에 대해 “ 남성의 성 상품화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① 남자주인공 동호의 비중을 높인 뮤지컬 ‘서편제’. ② 12명의 등장인물 중 11명이 남성인 연극 ‘히스토리보이즈’. ③ 두 남자주인공이 이끌어 가는 창작뮤지컬 ‘프랑켄슈타인’.


 # 남주인공 중심으로 새로 각색



 지난 11일 개막한 창작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주연 배우는 다섯 명이다. 빅터 프랑켄슈타인 역의 유준상·류정한·이건명과 괴물 역의 한지상·박은태. 모두 남자 배우다. 이들이 신의 영역에 도전한 인간의 욕망과 고뇌, 창조자에게 버림받은 피조물의 분노 등을 연기하며 2시간40분 동안 공연을 끌어간다.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누나와 약혼자 등 여배우들도 등장하지만, 극의 흐름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조연일 뿐이다. 이에 대해 익명의 공연 관계자는 “왕용범 연출가가 참 영리하다. 남성 배우들을 대거 등장시킬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관객들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켄슈타인’은 개막 이래 줄곧 인터파크 티켓 판매 순위 1등을 고수 중이다.



 올해로 세 번째 시즌을 맞이한 뮤지컬 ‘서편제’는 2010, 2012년 초·재연 때보다 남자주인공 동호의 비중을 대폭 늘려 20일 첫 공연을 했다. 여주인공 송화의 비중이 훨씬 높았던 영화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가 됐다. 동호의 고뇌와 내적 성장을 담은 넘버 ‘마이 라이프 이즈 곤(My LIfe Is Gone)’을 새로 만들었고, 판소리 대신 록을 찾아 떠난 동호의 록 공연 장면도 추가했다. 또 동호 역에 뮤지컬 배우 마이클 리·송용진과 아이돌 그룹 ‘엠블랙’의 지오 등 스타급 배우들을 캐스팅했다. 이들의 기존 여성팬을 불러모으는 전략이다.



 # 단순한 발상 … 공연 시장 획일화 우려



  현재 공연 중인 연극 상당수도 남자주인공만 나온다. 영국의 공립남고를 배경으로 한 ‘히스토리 보이즈’, 외교관과 여장남자스파이 사이의 스캔들을 그린 ‘엠.버터플라이’, 말의 눈을 찌른 17세 소년의 비밀을 파고드는 ‘에쿠우스’ 등이다. 이명행·윤나무·박은석(‘히스토리 보이즈’), 이석준·이승주·김다현(엠.버터플라이), 지현준·전박찬(‘에쿠우스’) 등 ‘훈남’ 배우들이 대거 무대에 오른다.



 올 초 무대에 올랐던 연극 ‘스테디 레인’ ‘레드’ ‘나쁜 자석’ 등엔 여배우가 한 명도 등장하지 않았다. 이들 작품에선 갈등·화해·대결 등이 모두 남성끼리 이뤄진다. 심지어 사랑도 남성끼리인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문화 주소비층으로 여성의 위치가 높아졌다는 방증”이라며 “ 연하의 꽃미남 남자주인공을 앞세운 드라마 ‘밀회’ ‘별에서 온 그대’ 등과 마찬가지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여성 관객들이 젊은 남성 배우만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제작자들의 단순한 발상이 공연 시장을 획일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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