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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 세상에 대들고 싶은 마음 위로하죠

요즘 유행하는 스냅백 모자를 눌러쓴 김봉현(31·사진)씨가 어슬렁거리며 스튜디오에 들어섰다. 래퍼를 연상케 하는 리드미컬한 말투까지 누가 봐도 ‘평론가’의 외관이 아니다.



『힙합-블랙은 어떻게 세계 … 』 펴낸 대중음악 평론가 김봉현씨

 “일상이 오해의 연속이죠. 이렇게 입으면 스마트하지도 않고 평론가로 보지도 않더라고요. 힙합을 좋아한다고 하면 ‘자기 세상에 갇혀 있다, 불량하다, 예의가 없다’고 오해하는 것처럼요.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요.”



 2003년부터 흑인음악을 재료로 누구보다 왕성하게 글을 쓰고 있는 김씨가 『힙합-블랙은 어떻게 세계를 점령했는가』(글항아리)를 펴낸 것은 이런 오해 때문이었다. 전 세계 음악시장을 주름잡고 있지만 국내에선 여전히 각종 편견에 둘러싸여 있는 힙합을 해명하고 그 진짜 멋을 알리고 싶었다.



 이를 위해 김씨는 우선 미국 흑인 노예의 역사와 할렘과 게토로 상징되는 차별의 역사를 짚어 나간다. 그러면서 힙합에 욕설·폭력·마약으로 대변되는 거리의 삶이 녹아들고, 자수성가에 대한 무한한 자긍심이 표현되며, ‘진짜’에 대한 강박이 자기 고백적으로 드러나는지 설명한다. 게토에서 밑바닥 생활을 하다가 랩 스타가 된 나스·제이지·에미넴 등의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힙합은 흑인의 인종적 정체성과 긴밀히 맞닿아 있는 음악이자 생활방식이에요. 이미 미국엔 힙합을 역사적 맥락으로 설명하는 연구가 많이 진행돼 있어요. 그걸 제 시각으로 재해석해 본거죠.”



 -어른들은 불량하다고 오해하지만 젊은 세대는 왜 열광하는 걸까요.



 “래퍼들이 유행시킨 것이 ‘한 번뿐인 인생이니까 오늘을 즐겨(You only live once)’ ‘일도 열심히, 노는 것도 열심히(Work hard, play hard)’ ‘남의 신경 쓰지마(I don’t give a fuck)’ 같은 말이거든요. 주위 눈치 안 보고 나의 행복을 위해 살겠다는 힙합의 태도가 현재 전 세계적 흐름과 맞닿아 있어요. 사회나 학교에서 억눌린 것을 힙합을 통해 발산하면서 건전한 방향으로 삶의 방식을 바꿔 나가는 거죠.”



 -여성이나 동성애를 비하하는 힙합의 성향을 지적하기도 했는데.



 “무조건 힙합을 옹호하고 편드는 건 비평가로서 역할은 아닌 것 같아요. 역사적으로 불가피한 면이 있었지만 힙합의 여성 폄하적인 태도는 인류애적으로 지양돼야 된다고 봐요. 하지만 남성성을 과시하는 데서 오는 카타르시스도 존중해요. 동성애 폄하에 대해선 반대해요. 힙합은 차별과 억압에서 가장 먼 방향으로 발전해야 하니까요.”



 힙합의 본류를 추적한 터라 미국 본토의 사례가 중심이지만 지난해 한국에서 벌어진 ‘힙합 디스(disrespect)전’에 대해선 상당 부분 지면을 할애했다. ‘디스전’은 래퍼 개코·이센스·스윙스·쌈디 등이 서로의 실력과 진정성을 놓고 랩 배틀을 벌여 음악계를 뜨겁게 달군 사건이다.



 “슬픈 감정을 느끼고 싶어 발라드를 듣는 것처럼, 힙합은 세상을 향해 욕하고 비판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BGM이란 말이죠. 그래서 배틀은 힙합의 본질 중 하나예요. 물론 윤리적인 잣대로 ‘왜 서로 욕을 하고 싸우지’라고 반박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이기기 위해 노력하면서 더 뛰어난 음악이 만들어지거든요. 매력적인 언어전쟁인 셈이죠. 그런 의미에서 ‘힙합 디스전’은 한국 힙합신의 역사적 사건이었어요.”



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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