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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 권하는 한국 사회, 그 불편한 진실 보여 드립니다

재미 사진작가 여지는 성형 여성들에 이어 거식증·폭식증을 앓는 여성들을 찍고 있다. 학창시절 외모로 인해 자신이 큰 스트레스를 받았던 경험 때문이다. [김성룡 기자]


여지 작가가 ‘내 몸에 그려주세요. 어디를 수술하면 좋을까요’라고 쓴 팻말을 들고 벌인 퍼포먼스.
퉁퉁 부은 턱을 턱끈으로 감싸고, 한껏 높인 콧대 주변에 붕대를 둘러 놓은 사진 속 여자들.

재미 사진작가 여지
퉁퉁 부은 턱, 높인 콧대엔 붕대 ?
가디언 등 해외 언론서 먼저 주목
"섭식장애도 찍지만 섭외 힘들어"



 “성형을 권하는 한국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사진작가 여지(29·Ji Yeo)가 성형한 한국 여자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이유다. 미국 뉴욕에서 활동 중인 그는 2009년부터 ‘성형수술 후 회복실(Beauty Recovery Room)’이라는 주제로 사진을 찍고 있다. 최근 국내 전시회를 마친 그를 서울 통의동의 한 작업실에서 만났다.



 ‘성형수술 회복실’ 시리즈는 외국에서 먼저 호평을 받았다. 지난해 영국 런던의 내셔널 포트레이트 갤러리에도 사진들이 걸렸다. 내셔널 지오그래픽과 영국 일간지 가디언, 미국의 허핑턴포스트도 그를 주목할 만한 작가로 소개했다. 여씨는 “인구당 성형비율이 가장 높다는 한국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냈기 때문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사실 성형에 대한 욕망은 여씨 자신의 얘기다. 또렷한 이목구비를 갖췄지만 작은 키와 통통한 체형 때문에 그는 어려서부터 성형수술에 관심이 많았다. 미국에서 초등학교를 다닐 때보다 한국에서 여자중학교과 남녀공학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외모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해졌다. “주변에서 외모에 대한 지적을 받지 않아도 될 만큼 그냥 완벽해지고 싶었어요. 전신성형까지 하고 싶었죠.” 수능시험을 마친 뒤엔 성형외과를 10여 곳 넘게 찾아다녔다고 한다. 하지만 성형수술은 받지 않았다. “돌아보니깐 남들의 시선 때문에 제 자신을 희생시키려 하고 있더라고요.”



 그는 서울대 미대를 졸업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로드아일랜드디자인스쿨(RISD)에서 사진으로 석사 과정을 밟았다. “미대 1학년 때 사진을 처음 찍으면서 셔터와 조리개 다루는 게 서툴러서 실수가 많았어요. 그런데 그런 실수의 결과물이 아름다울 때가 있더군요. 성적이든 외모든 완벽함을 추구하는 삶을 살다가 실수가 허용돼도 좋은 사진을 만난거죠.”



 성형수술 시리즈는 대학원 입학 무렵 시작했다. 당시 한국에선 여씨가 고교를 졸업했을 무렵보다 성형수술이 더 대중화되고 있었다. 아름다워지기 위해서라면 고통을 감수하고 수술대 위에 오를 수밖에 없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섭외는 쉽지 않았다. 성형수술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지원자들을 모집했다. 하지만 촬영을 승낙하고도 실제 촬영 장소에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촬영한 여성들의 숫자는 10여 명에 불과하다. 여씨는 “혼자 외롭게 수술을 받거나 수술비를 너무 많이 지출해서 숙식 등의 지원을 바라는 여성들과 함께 촬영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여씨 자신이 피사체가 된 적도 있다. 2011년 뉴욕 브루클린의 주말 벼룩시장에 누드톤의 수영복과 스타킹만 걸치고 나섰다. 그 옆에 ‘내 몸에 그려주세요. 어디를 수술하면 좋을까요(Draw on me. Where should I get plastic surgery)?’라고 쓴 팻말을 세웠다. 수많은 사람들이 여씨에게 “고칠 필요가 없다”거나 “너는 이대로도 훌륭하다”라는 말을 건넸다. “성공적인 작업이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 커다란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됐어요.”



 현재 여씨는 폭식증이나 거식증 같은 섭식장애를 앓는 여성들의 사진을 찍고 있다. 역시 여성의 몸과 의식에 관한 주제다. 이번에도 섭외가 쉽지 않다. 그런데도 이 작업을 고집하는 이유는 외모로 인해 엄청난 압박감을 느꼈던 자신의 과거 경험 때문이다.



 “여성들은 처음 본 찰나의 순간에 외모로 판단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그 판단이 틀릴 때가 많아요. 사진을 통해서 그 찰나를 잡아두고 그 여성의 내면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글=위문희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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