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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셧다운제' 논란의 주범은 여성가족부가 아니다

양선희
논설위원
‘셧다운제’처럼 관련 당사자 모두가 격한 논쟁을 지속하는 법이 있을까. 이는 인터넷 게임 중 네트워크를 통해 상대방과 대전을 벌이는 게임을 16세 미만 청소년에겐 심야시간대엔 제공할 수 없도록 한 제도다. 게임중독에서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명목이다.



 2년 전 제도가 시행되면서 주무부서인 여성가족부는 청소년들의 공격대상이 됐고, 게임업계 반발은 거셌으며, 위헌소송도 제기됐다. 그 접점 없는 논쟁은 여전히 계속된다. 지난 규제개혁 끝장토론에서도 ‘셧다운제’는 논란의 중심에 섰다. 업계 대표가 여가부 장관을 몰아붙였고, 지난주엔 게임업계와 시민단체 등이 기자간담회를 열고 셧다운제를 성토했다.



“게임을 중독 물질로 보는 건 인류 문명에 대한 도전이자 모독이다.” “셧다운제는 청소년들의 문화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 “5월 헌재에 위헌보고서를 제출하겠다.”



 정부가 지난주 끝장토론에서 건의된 규제 52건 중 41건을 개선키로 후속조치를 발표했지만 셧다운제는 장기과제로 남았다. 그만큼 난제라는 얘기다. 사실 이 제도가 버티는 힘은 청소년·학부모·교사 등의 소리 없는 지지 덕분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게임중독 예방을 위해 게임업체 규제가 필요하다는 청소년과 교사는 각각 79.7%와 87%, 부모는 95.3%에 달했다. 게임업계의 이행률은 99%다. 나름 성공적인 운영이다.



 그러나 셧다운제는 허점이 많다. 인터넷 게임 중 규제 대상은 10% 미만이고, 외국 업체 게임은 공급에 제한이 없다. 국내 게임업계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항변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그 후 여성가족부·보건복지부·문체부 등에선 추가 규제안을 줄줄이 쏟아냈다. 인터넷 게임업체에 매출액의 1~5% 부담금을 부과하자거나 신의진(새누리당) 의원 등이 발의한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에 관한 법률’에선 게임을 알코올·마약·도박과 함께 4대 중독물질로 규정했다. 셧다운제라는 회초리가 안착하자 각자 몽둥이를 들고 나선 것이다. 이런 ‘오버’가 줄을 잇자 업계에선 그 시발점인 셧다운제를 ‘만악의 근원’으로 여기게 된 측면도 있다.



 개인적으론 경쟁을 저해하고 산업발전의 발목을 잡는 모든 규제를 ‘쳐부술 암 덩어리’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셧다운제에선 멈칫하게 된다. 허점도 많지만 청소년의 게임중독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지경이기에 그렇다. 누군가는 말려야 한다. 아이템을 키우기 위해 게임을 멈출 수 없는, 일명 ‘노가다’로 전락하는 아이들을 ‘문화적 자기결정권’ 운운하며 방치해선 안 된다. 문제는 이를 말릴 어른들이 보이지 않는 마당에 셧다운제는 악(惡)이라고 자신 있게 주장하기가 께름칙하다는 점이다.



 이에 일본의 한 소도시 사례가 눈에 번쩍 띈다. 일본 아이치현 가리야 시는 지역사회가 나서 초·중학생의 경우 4월부터 밤 9시 이후 스마트폰을 부모가 보관하자고 결의했다. 아이 혼자만 스마트폰 세상 밖에 있을 경우 왕따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또래들을 모두 밤 시간대에 네트워크 밖에 있도록 한 것이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넷환경에선 이렇게 지역사회가 협조해야 한다. 일본은 스마트폰·인터넷 등 넷중독 가능군이 남학생 6.4%, 여학생 9.9%다. 우리나라 청소년 25%가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 11.7%가 인터넷 중독 위험군인 데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일본 지역사회에선 어른들이 나섰다.



 부모와 어른들은 아이들을 바르게 키우고, 잘못된 행동은 통제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책임이 무거운 순으로 꼽자면 부모와 지역사회 어른들이 앞서고 정부는 맨 마지막이다. 정부가 규제 방망이부터 쳐들면 경쟁이 저해되고 산업이 왜곡되는 부작용이 생기므로 시민 자율 해결이 최고다.



 한데 우리는 거꾸로다. 부모와 어른들이 정부에 대고 대책을 채근하는 형국이니 정부는 온갖 규제를 만들어 도처에서 불협화음을 낸다. 먼 데 있는 정부만 동분서주하는 환경에서 아이들은 바르게 자랄 수 있을까. 셧다운제 논란은, 실은 어른 노릇 제대로 못 하는 우리 사회 ‘어른들의 위기’를 드러내는 징표일 수 있다. 먼저 어른들이 나와 이웃의 자녀들을 훈육하는 선순환을 만들지 못한다면 넷중독에서 자녀를 구하고, 산업 경쟁력을 지키는 일은 어려워질 것이다.



양선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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