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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의 시시각각] 날뛰는 보험 사기, 잠자는 국회

이철호
수석논설위원
신문사만큼 대중 영합적인 곳은 없다. 사회 분위기에 어떤 뉴스가 먹히는지 눈치를 보는 데는 선수다. 1970년대 연탄가스에 일가족이 희생되면 사회면 톱이었다. 모두 구공탄을 때던 시절에 “나도 언제 당할지 모른다”는 공포심이 대단했다.



 요즘엔 보험 사기가 그러하다. 기억에 생생한 사건들만 간추려 보자. 한 여성 무속인이 노숙인을 독살한 뒤 ‘시체 바꿔치기’로 자신이 죽은 것처럼 꾸며 생명보험 34억원을 타내다 붙잡혔다. TV의 ‘그것이 알고 싶다’에는 보험 사기가 단골 소재다. ‘위험한 가족’편에선 15세 딸을 빌라 3층에서 떨어뜨려 장애보험금 1억원을 챙겼다. 비정한 엄마는 허리 수술을 하자는 의사를 뿌리치고 딸의 하반신을 불구로 만들었다. ‘잔혹 동화’편은 더 소름 돋는다. 전직 보험설계사인 엄마는 소독도 안 한 젖병으로 젖먹이 딸 셋에게 차례로 장염을 일으켜 숨지게 했다. 입원할 때마다 보험금을 챙기려는 범죄에 희생됐다.



 이뿐 아니다. 더 많은 보험수리비를 노려 사고 차량을 해머로 마구 부수는 얌체 공업사, 혼잡한 도로에서 급정거하는 수법으로 15차례나 보험금을 꿀꺽한 사기단, 불법 유턴 차량에 상습적으로 오토바이를 부딪친 일당 등등…. 보험 사기는 드디어 ‘저위험 고수익’ 사업으로 온 사회를 전염시킬 기세다. 태백시에선 보험설계사와 병원이 짜고 보험금 150억원을 빼먹다 주민 600여 명이 전과자가 됐다. 지난해 보험 사기로 붙잡힌 10대 청소년들만 1600명을 넘었다.



 형사정책연구원은 그 원인을 솜방망이 처벌로 지목했다. 워낙 지능적인 범죄라 적발하기 어렵고, 설사 들통이 나도 실형은 25%뿐이고 집행유예(65.5%)나 벌금형(9.3%)으로 풀려나기 때문이다.



 지난 27일 국회의 형법 개정안 공청회장. 형법에 보험 사기죄를 넣자는 공방이 벌어졌다. 이미 미국은 캘리포니아·플로리다·텍사스 등 큰 주들이 보험 사기죄를 형법에 따로 두고 예비 음모까지 처벌하고 있다. 독일도 보험 사기는 징역 6월~10년으로 가중 처벌한다. 이에 비해 우리는 11차례나 형법 개정안이 줄줄이 폐기됐다. 왜 이리 국회가 둔감할까. 김정훈 국회 정무위원장은 “법조인 출신 의원들이 형법이 누더기가 된다며 반대한다”고 소개했다. 보험 사기만 따로 처벌하면 투자 사기, 보조금 사기까지 형법에 넣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국회가 뒷짐 지는 비밀은 따로 있다. 곧바로 표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보험료 인상으로 선량한 가입자들이 손해를 보지만 보험 사기의 1차 피해자는 보험사로 비치기 때문이다. 이런 이중 잣대는 무상급식과 시설아동에게도 마찬가지다. 지난 선거 때 무상급식은 학생들보다 그 뒤의 학부모 표밭을 더 의식한 이슈였다. 정치권은 젊은 엄마들의 표를 겨냥해 0~4세 양육수당까지 알뜰하게 챙겼다.



 반면 부모들에게 버려진 시설아동은 찬밥 신세다. 이혼과 다문화가정이 늘면서 전국의 고아원들은 포화 상태다. 그럼에도 초등학생 급식비의 절반인 1800원으로 한 끼를 때우는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부모들이 없으니 표가 안 된다는 비정한 정치논리가 작동하는 것이다.



 저금리에 따라 보험과 연금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보유 차량 2000만 대 시대에 자동차보험을 안 든 집이 없다. 그럼에도 ‘나이롱환자’ ‘사무장 병원’ 등이 보통명사로 굳어졌다. 보험 사기에 대한 사회적 분노와 불신의 상징은 자동차 블랙박스다. 지난해 120만 대(2000억원)나 팔려 도입 6년 만에 국내 차량 3분의 1이 블랙박스를 달았다. 개인적으로라도 보험 사기에 저항하려는 몸부림이다.



 보험연구원은 보험 사기 피해액을 가구당 20만원(연간 3조4000억원)으로 추산한다. 지난해 가구당 수도요금은 14만4000원이었다. 4대 강 사업 이후 정치권은 수도요금을 놓고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지만 정작 보험 사기로 빠져나가는 돈이 훨씬 많다. 여야는 항상 민생법안을 앞세운다. 그러나 유권자의 호주머니를 지켜 주는 것만큼 중요한 민생은 없다. 국회가 수도요금보다 보험 사기를 차단하는 법안부터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철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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