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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가 스마트폰 디자인 … 단순 협력 넘어 핵심기술도 공유

27일 현대카드 본사 1층 디자인랩 회의실의 회의 장면. 이정원 디자인랩 실장(윗줄 왼쪽에서 둘째)을 비롯해 이 회사 디자이너들이 모여 내년 상반기 중 출시 예정인 팬택의 전략 스마트폰 개발 방향을 놓고 회의가 한창이다. [사진 현대카드]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회의실.

콜라보레이션(협업) 3.0 시대



‘어떤 스마트폰이 좋은지’를 두고 10여 명의 사람이 모여 난상토론이 한창이다. 토론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색깔에서 시작해 스마트 기기의 디자인, 그리고 위젯과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이하 앱)의 형태와 기능 등으로 이어졌다. 전자업체를 연상케 하는 이곳은 현대카드 본사 1층의 디자인랩 회의실. 참석자는 현대카드 이정원 디자인랩 실장을 비롯해 이 회사 디자이너 10여 명이다. 이 실장은 “스마트폰 관련한 회의가 수시로 열린다”고 말했다.



카드회사가 스마트폰 디자인을 연구하는 건 팬택과 스마트폰 개발 콜라보레이션(협업)에 힘을 합치기로 했기 때문이다. 두 회사는 내년 상반기까지 스마트폰을 공동 개발해 출시하는 ‘브루클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프로젝트명은 어두운 이미지를 벗고, 가장 뜨는 지역 중 하나로 거듭나고 있는 미국 뉴욕의 브루클린(Brooklyn)에서 따왔다. 현대카드는 새로운 스마트폰의 디자인을 기획하고, UI(User Interface)와 GUI(Graphical User Interface) 개발에 참여한다. 그동안에도 금융사가 스마트폰 앱 개발에 참여한 적은 있다. 그러나 이번처럼 스마트폰 기기의 디자인과 UI 개발에 직접 뛰어든 건 처음이다.



프로젝트는 올 1월 팬택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현대카드가 디자인에 강하고 이마트와 협업을 통해 주방용품인 오이스터 시리즈를 출시하는 등 이(異)업종 간 협업에 적극적이다. 현재 현대카드는 ‘소비자가 정말 원하는 스마트폰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작업에 몰두 중이다. 제품 디자인과 사양부터 결정하는 일반적인 방식과는 달리 소비자에 대한 분석부터 시작하자는 취지다. 두 회사는 효과적인 정보공유와 의사교환을 위해 관련 인력을 한곳에 모아놓고 협업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이정원 현대카드 디자인랩 실장은 “과거 제조사들이 휴대전화 내장 카메라의 화소 경쟁에 열을 올렸던 것처럼 최근 스마트폰 업계가 소비자보다 하드웨어 사양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스마트폰에 우리의 해석을 입혀 소비자들이 현대카드다운 디지털 라이프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여성캐주얼 브랜드 보브가 미국 헤드폰 브랜드 프렌즈와 함께 개발한 ‘오일 슬릭 헤드폰’. 개당 20만원이 넘는 고가임에도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사진 신세계인터내셔날]
금융-전자, 스포츠-전자 … 다양한 짝짓기

콜라보레이션이 진화하고 있다. 브랜드나 디자인 공유를 통해 각 회사 간 이미지를 높이는 단계를 넘어 기업이 속해 있는 영역과 상관없이 다양한 형태의 결합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대카드와 팬택처럼 기업 핵심 기술과 정보, 비용 절감 등 핵심가치를 공유하는 수준으로 협력의 깊이도 두터워졌다. 팬택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밀렸던 디자인과 마케팅 역량을 키우겠다는 생각이다. 현대카드는 스마트폰 이용자들로 저변을 넓히는 한편 제품 개발 경험을 통해 스마트폰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을 쌓을 수 있게 됐다. 덕분에 금융사 중 모바일 결제에 대해 가장 많은 지식을 쌓는 회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업종 간 심도 있는 콜라보레이션은 현대카드-팬택뿐만이 아니다. 나이키는 애플과 협업을 통해 운동화에 센서를 탑재한 나이키플러스를 출시했다. 운동화의 센서가 아이폰이나 아이팟에 사용자의 운동량을 보내 운동 데이터 관리를 도와준다. 운동 중에 스마트 기기로 음악을 듣는 이가 많다는 데서 착안된 나이키플러스는 2006년 출시된 이래 현재까지 2000만 명 이상이 이용 중이다.



여성캐주얼 브랜드 보브(VOV)가 미국 헤드폰 브랜드 프렌즈와 함께 개발한 ‘오일 슬릭 헤드폰’도 순항 중이다. 이달 중순 출시된 ‘오일 슬릭 헤드폰’은 기존 제품에 디자인을 넣는 차원을 넘어 헤어스타일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프레임을 얇게 제작하는 등 보브 특유의 감각을 입힌 덕에 개당 20만원이 넘는 고가임에도 초기 물량이 대부분 소진돼 추가로 생산에 들어간 상태다.



이외에도 가전 업체 소니와 스포츠용품 브랜드 요넥스는 테니스 라켓에 테니스 타구와 정보를 시각화한 스마트 테니스 센서를 출시했다. 테니스 라켓에 스윙속도와 스윙타입, 공의 속도 등 테니스 타구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IBM과 미국 암센터인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은 환자 진료 기록이란 ‘빅데이터’와 컴퓨터 기술을 활용해 의사의 진료 결정을 돕는 의료서비스를 내놓아 진료에 활용하고 있다.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경우도 늘고 있다. 제일기획이 유엔난민기구·서울시립미술관과 공동으로 지난달 초부터 3주가량 진행했던 ‘보이지 않는 사람들(Invisible People)’ 전시회가 대표적이다. 제일기획은 이 전시를 위해 국내 거주 중인 난민은 물론 아프리카 니제르 난민캠프 등을 찾아 그들의 사연을 듣고, 국내외 난민 중 20명의 3D 미니어처를 제작해 이를 서울시립미술관 곳곳에 설치해 난민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제일기획이 지난달 서울시립미술관·유엔난민기구와 공동으로 진행했던 ‘보이지 않는 사람들’ 전시회 기간 중 서울시립미술관 곳곳에 설치된 난민 미니어처. 미니어처는 실존 인물을 토대로 디자인한 뒤 이를 3D 프린터로 제작했다. [사진 제일기획]
‘장 폴 고티에 콜라’ 원가의 20배에 거래도

콜라보레이션은 기업의 약점을 보완하는 전략으로도 꾸준히 활용된다. 패스트패션 브랜드인 H&M은 자사의 저가 이미지와 좁은 소비자층을 보완하기 위해 유명 디자이너와의 콜라보레이션을 적극 활용한 경우다. 2004년 샤넬의 수석디자이너였던 칼 라거펠트와 협업한 ‘칼 라거펠트 for H&M’ 시리즈를 비롯해 명품브랜드 마르니·지미추, 가수 마돈나와의 콜라보레이션을 이어가며 저렴한 제품 이미지를 극복하는 것은 물론 대중적이지만 높은 가치를 가진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코카콜라도 2003년부터 장 폴 고티에를 비롯한 다양한 디자이너와의 협업으로 여성 소비자와 패션 애호가의 구매욕을 자극하는 데 성공했다. 장 폴 고티에 에디션의 경우 온라인 중고시장에서 원가의 15~20배 가격에 팔리기도 한다. 지난해 9월 KT&G는 자사 주력 담배제품인 디스에 영국 일러스트레이션 작가 파파불 등이 그린 아프리카의 정경을 입혔다. ‘디스 아프리카’는 출시 3주 만에 2400만 개비를 판매하는 데 성공했다. 예상 판매치를 20% 이상 웃돈 실적이었다.



물론 콜라보레이션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2011년 디자이너 칼 라거펠드와 미국의 메이시스백화점의 콜라보레이션의 사례에서처럼 야심 차게 출시한 제품 중 일부는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하기도 한다. SK플래닛 M&C부문 한송이 플래너는 “콜라보레이션이 이미 익숙한 단어처럼 여겨지지만 그 효과는 여전히 유효하다”며 “하지만 콜라보레이션이라도 주체 간 서로의 장점을 제대로 이끌어내지 못하면 기대만큼의 성과를 낼 수 없다”고 말했다.



온라인 중앙일보·이수기 중앙선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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