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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 대멸종서 살아남은 상어, 사람때문에 사라질 위기

미니 상어인 ‘스테타칸투스’ 수컷(아래쪽)과 암컷. 대멸종에서 살아남은 상어는 ‘적응방산’을 통해 다양한 종(種)으로 진화했다.


생명 진화의 역사에서 나무와 상어 가운데 어느 것이 먼저 출현했을까? 보통 ‘나무’라고 대답할 것이다. 상식적으로 나무의 구조가 단순하고, 상어가 숨 쉴 산소를 나무가 미리 마련해야 할 테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는 우리 생각일 뿐이다. 나무는 3억5000만 년 전에 처음 생겼지만 상어들은 이미 4억 년 전에 대양에서 무수히 헤엄치고 있었다. 상어가 이렇게 오래 전에 등장했다는 것도 놀랍지만 이들이 4억 년 넘게 완벽한 포식자로 남아 있다는 사실은 더 놀랍다.

[이정모의 자연사 이야기] <7> 나무보다 먼저 등장한 생물



생명의 역사 38억 년 가운데 처음 33억 년은 정말 지루했다. 하지만 5억4300만 년 전 고생대(고생대는 캄브리아기→오르도비스기→실루리아기→데본기→석탄기→페름기로 세분화된다)가 시작되고 ‘눈’(眼)이 탄생한 후로는 진화의 속도가 급격히 빨라졌다. 불과 3000만 년 만에 어류가 등장했다. 척추를 가진 동물이 탄생한 것이다. 갑주어(甲胄魚)가 대표적이다. 갑옷처럼 몸체가 단단한 갑주어는 고생대의 초기에 해당하는 캄브리아기 후기와 오르도비스기 초기에 걸쳐 해양에서 등장했다. 이후 호수·강까지 퍼져나갔다는 것이 정설이다. 하지만 일부 학자는 담수 시내와 호수에서 초기 척추동물이 기원했고 나중에 해양 환경으로 들어간 것이라고 주장한다.



갑주어는 턱이 없었다. 갑주어와 같은 시기에 살았던 물고기들은 모두 턱이 없다. 그래서 무악(無顎)어류라고 부른다. 무악어류들은 식도와 입 사이에 발달한 인두(咽頭)를 이용해 물을 순간적으로 빨아들인 뒤 입 속으로 들어온 플랑크톤 같은 먹이들을 걸러 먹었다. 이들은 모두 멸종하고 칠성장어와 먹장어 부류만 남았다.



실루리아기엔 턱이 있는 유악(有顎)어류가 출현했다. 입 뒤쪽에 있던 척추 뼈가 입으로 밀려나오면서 턱이 생긴 것이다. 입체적인 입을 가진 유악어류는 먹이를 물고 뜯고 씹을 수 있게 됐다. 입을 먹이 섭취뿐만 아니라 둥지를 만들거나 짝짓기를 위해 상대방을 잡는 등 다른 용도로도 사용했다.



실루리아기가 끝날 무렵 머리 쪽이 더 발달한 판피어류가 등장했다. 이들은 턱에 힘을 모아 먹잇감을 물 수 있어 데본기 최강의 생물로 군림했지만 데본기가 끝날 무렵 멸종했다. 결국 지금까지 언급된 갑주어를 비롯한 무악어류·유악어류·판피어류는 상어의 조상이 아니다. 상어는 어디에서 생겼을까?



“상어·가오리는 조상 없는 물고기”

한국창조과학회에 따르면 “상어와 가오리는 어떤 조상도 없는 물고기”다. 주장의 근거는 상어와 가오리는 같은 연골어류이지만 서로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실제로 상어의 몸체는 시가(cigar) 모양이지만 가오리는 납작하다. 상어는 위쪽 눈꺼풀을 갖고 있지만 가오리는 없다. 상어는 꼬리를 좌우로 흔들면서 헤엄치지만 가오리는 날개 같은 지느러미를 위아래로 펄럭거리면서 미끄러지듯 헤엄친다. 상어는 입으로 물을 빨아들여 아가미 틈으로 방출하지만 가오리는 몸 위쪽에 있는 눈 뒤쪽의 구멍으로 물을 빨아들이고 몸 아래쪽의 아가미 틈으로 내보낸다. 이로 보아 상어와 가오리는 어떤 공통 조상이 없으며 하느님이 태초에 완전히 별개로 창조한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 창조론자들의 주장이다. 항상 옳은 과학적 사실에서 시작해서 논리적으로 비약한 뒤 미리 정해진 결론을 내린다는 것이 필자가 생각하는 한국창조과학회의 특징이다.



상어와 가오리는 골격이 단단한 뼈 대신 연골로 구성된 연골어류다. 물고기 무리 가운데는 붕어·넙치·고등어처럼 뼈가 있는 경골어류도 있다. 연골어류와 경골어류는 어디에서 왔을까? 유악어류에서 진화된 판피어류가 번성하고 있을 때 다른 한편에선 유악어류에서 연골어류와 경골어류가 분화했다. 이들은 판피어류와는 달리 데본기 말의 대(大)멸종에서 살아남았다. 경골어류 가운데 근육질의 지느러미가 있는 물고기는 양서류로 발전했다.



서대문 자연사박물관에선 다양한 종류의 한국의 상어를 볼 수 있다.
상어는 4억5000만∼4억3000만 년 전 사이에 출현했다. 공룡이 육상을 지배한 기간이 1억6000만 년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상어는 공룡의 세 배 가까운 기간 동안 바다를 지배하고 있다. 공룡이 800종이 채 되지 않는데 비해 상어는 3000종에 가깝다.



고생물학자들은 화석으로 말한다. 그런데 상어를 연구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부드럽고 유연한 조직인 연골은 화석으로 남기 힘들어서다. 창조과학회는 신생대 제3기에 살았던 노랑가오리 화석을 증거로 제시하면서 “화석이 없다는 핑계는 대지 말라”고 주장한다. 고생물학자들은 고생대의 화석들도 무수히 발견했다. 그들은 어려움을 토로할 뿐이지 핑계를 대지는 않는다.



상어의 이빨은 종(種)마다 다르게 생겼다. 화석화가 잘 일어나 지금까지 엄청나게 많은 수의 상어 이빨이 발견됐다. 상어의 이빨이 워낙 많기도 하지만 평생 동안 이빨을 교체하기 때문이다. 상어는 300개 정도의 이빨을 갖고 있는데 평생 수천 개의 새 이빨이 난다. 상어 중 일부는 평생 3만 개의 이빨이 나는 것도 있다. 상어의 비늘 화석도 많이 남아 있다. 고생물학자들은 이빨과 비늘 화석으로 종의 크기와 행동을 예측한다.



가장 오래된 상어의 증거는 약 4억5500만 년 된 미국 콜로라도의 오르도비스기(期) 지층에서 발견된 상어 비늘처럼 보이는 화석이다.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 학자도 많다. 하지만 시베리아와 몽골의 4억2000만 년 전의 실루리아기 지층에서 나온 비늘이 상어의 것이라는 데는 의견이 일치한다. 상어 이빨은 유럽의 4억 년 전 데본기 지층에서 처음 발견됐다. 상어의 두개골이 포함된 거의 완벽한 상어 화석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은 호주의 3억8000만 년 전 지층에서 발견됐다. 이 종(種)의 나머지 부분은 남극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찾아냈다.



대멸종, 포식자 사라져 번창의 기회

생명의 역사엔 다섯 차례의 대멸종이 있었다. 특히 2억5000만 년 전의 페름기-쥐라기 대멸종 때는 당시 살고 있던 모든 생명체의 95%가 사라졌다. 대멸종은 참혹하지만 이는 멸종된 생명에게만 해당되는 말이다. 대멸종은 살아남은 생명체들에겐 또 다른 번창의 기회다. 자신을 위협하던 포식자들이 사라지고 그들 앞에 새로운 빈 자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때 ‘적응방산(適應放散)’이 일어난다. 적응방산이란 미국의 생물학자 헨리 페어필드 오스본이 제안한 개념이다. 한 종류의 생물이 여러 가지 환경 조건에 적응해 다양하게 분화함으로써 짧은 시간 안에 여러 가지 다른 계통으로 갈라져 진화하는 현상을 말한다. 즉 멸종 사건은 진화의 기회인 셈이다.



상어는 다섯 번의 대멸종을 모면했다. 그때마다 그들에겐 적응방산의 기회가 생겼다. 덕분에 흥미로운 상어들이 다양하게 탄생했다. 상어의 첫 번째 적응방산은 약 3억6000만 년 전에서 2억9000만 년 전 사이에 일어났다.



‘스테타칸투스’는 데본기 후기에서 석탄기 전기에 살았던 몸길이 70㎝ 정도의 원시 상어다. 이 종은 몸 전체 화석을 많이 남겼다. 심지어 암수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세밀한 화석이 많다. 현생 상어와 거의 비슷하다. 등지느러미가 빨래판처럼 생겼다는 점만 다르다. 넓고 평평한 윗부분은 이빨처럼 울퉁불퉁한 수백 개의 비늘로 덮여 있으며, 머리 위에도 비슷한 장식이 있다. 이 지느러미는 수컷에게만 있던 것으로 보아 짝짓기를 위해 구애를 하거나 경쟁 상대에게 자신을 과시하는 역할을 했을 것 같다. 위에서 보면 마치 거대한 입이 달린 것처럼 보여 포식자들을 위협했을 수도 있다. 상어는 4억 년 이상 번성하고 있지만 ‘스테타칸투스’는 이제 남아 있지 않다.



창조과학회는 상어가 4억 년 이상 번성하고 있다는 사실만 강조한다. 그들은 “진화론자들은 어떤 생물들은 수천만 년 동안 엄청난 속도로 극적인 진화가 일어났다면서 또 한편으론 어떤 생물들은 수억 년 동안 조금도 진화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며 진화론자들의 사고방식을 비난한다. 그들은 착각하고 있다고 필자는 믿는다. 상어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으며 지금은 과거와는 다른 상어가 살고 있다.



160만 년 전에 멸종한 거대 상어 ‘메갈로돈’의 턱과 이빨.


게으른 귀상어, 4000만 년 넘게 건재

상어들이 여전히 번성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상어는 최상위 포식자다. 하지만 최상위 포식자라고 해서 영원히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메갈로돈’은 웬만한 고래보다도 큰 상어다. 이빨 하나가 어른 손바닥만 하고 몸길이가 15m, 무게가 47t이 넘는다. 1600만 년 전부터 160만 년 전까지, 비교적 최근까지 살았지만 지금은 멸종했다. 이에 반해 아주 게으른 귀상어는 4000만 년 전에 등장했지만 아직도 건재하다. 후각과 시각의 능력을 뛰어넘는 감각기관이 망치머리에 있어서 먹이를 쉽게 찾는다는 것이 귀상어의 생존 비결이다.



상어는 사는 곳에 따라 몸의 형태와 먹이, 생활방식이 다르다. 먼 바다에서 빠르게 헤엄치는 상어는 몸이 유선형이다. 산호초나 모래 등 바닥에 오래 머무는 상어는 몸이 납작하거나 길다. 종(種)의 존속 여부는 환경이 선택하는 것이다.



상어는 덩치가 크지만 헤엄치는 속도도 빠르다. 청상아리는 시속 75㎞로 헤엄친다. 비결은 모든 연골어류가 가진 방패비늘에 있다. 방패비늘은 평편한 사각형 판에 몸의 뒤쪽을 향해 돌기가 나 있는 모습이다. 꼬리에서 머리 쪽으로 피부를 만지면 매우 거칠게 느껴진다. 방패비늘은 몸을 단단하게 보호하면서도 물의 저항을 줄여 준다. 물체가 물속에서 움직이면 표면에 작은 소용돌이가 일어나서 수영 속도가 느려진다. 상어의 방패비늘에 달린 작은 돌기가 소용돌이를 표면에서 떨어지게 해서 수영 속도가 빨라진다. 한때 상어 비늘의 원리를 응용한 수영복을 입은 수영선수들이 기록을 급속히 단축했다. 현재는 착용이 금지됐다.



상어는 먹이를 감지하고 사냥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도 발군이다. 덕분에 다섯 차례의 대멸종기를 넘기고 4억 년을 버텨냈다. 하지만 상어도 곧 멸종 위기와 마주칠 것 같다. 기후나 산소농도가 급격히 변해서가 아니다. 사람 때문이다. 사람들이 수산물을 즐기면서 상어의 먹이는 점차 줄어들고, 그들의 지느러미를 노리는 사람들은 늘어간다. 상어는 성적(性的)으로 성숙하는 데 몇 년이 걸리며 일생 동안 낳는 새끼가 그리 많지 않다. 상어의 존속 여부는 사람이란 강력한 환경요인에 달려 있다.






이정모 연세대 생화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독일 본 대학에서 공부했으나 박사는 아니다. 안양대 교양학부 교수 역임. 『달력과 권력』 『바이블 사이언스』 등을 썼다.



이정모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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