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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위기에도 신차 개발·품질 고집 덕에 제2 전성기

벤틀리의 최신작인 컨티넨탈 GT V8 S가 도로 위를 질주하고 있다. 기존 모델(GT V8)보다 차체 전후방 스프링의 강도를 높이고 차체 높이도 10㎜ 낮춰 운전하는 재미를 더했다. [사진 벤틀리]


돈이 돈을 번다. 장사도 부자를 상대해야 큰돈을 만질 수 있다. 눈치 빠른 월터 오언 벤틀리는 이 같은 사실을 일찌감치 깨달았다. 1919년 그는 영국에서 벤틀리를 세웠다. 그리고 고성능 경주차와 주문 제작 차에 전력투구했다. 당시 최고의 레이스였던 프랑스 르망의 우승컵을 휩쓸었다. 그런데 1929년 미국에서는 대공황이 막을 올렸다. 벤틀리는 직격탄을 맞았다.

세계 최고 명차 벤틀리의 부활 스토리



사면초가인 벤틀리를 껴안은 건 롤스로이스. 구원의 손길은 아니었다. 팔다리를 꽁꽁 묶었다. 롤스로이스는 벤틀리를 눈엣가시처럼 성가셔 하던 맞수. 남의 손에 넘어가 또 덤비는 꼴을 보느니 아예 직접 사버린 거다. 벤틀리란 브랜드는 오롯이 살려뒀다. 대신 롤스로이스의 스포츠 버전으로 철저히 각색했다. 벤틀리의 모진 운명이 시작됐다. 불과 창업 13년 만이었다.



롤스로이스와 벤틀리는 뼛속부터 다른 차였다. 롤스로이스는 정교하고 세련됐다. 완벽주의로 똘똘 뭉쳤다. 반면 벤틀리는 호쾌하고 거칠었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트럭’이란 조롱을 들었을 정도다. 창업자는 괴짜였다. 시름시름 앓던 이웃이 작업장에 찾아와 시끄럽다며 항의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숨 넘어가기 전에 이렇게 멋진 소리 들은 걸 행운으로 아셔.”



창업 13년 만에 롤스로이스 밑에서 암흑기

롤스로이스의 그늘 밑 삶도 나름 화려했다. 하지만 벤틀리는 결국 정체성 없는 빈 껍데기였다. 반세기가 훌쩍 지나 기회가 왔다. 벤틀리는 다시 운명의 갈림길에 선다. 모기업 롤스로이스의 자동차 사업이 불황에 못 이겨 매물로 나오면서다. 폴크스바겐과 BMW가 벤틀리 인수전에서 맞붙었다. 결국 폴크스바겐이 벤틀리 상표권과 롤스로이스 공장을 거머쥐었다.



BMW는 롤스로이스란 무형의 브랜드만 샀다. 하지만 벤틀리 역시 백지상태이긴 마찬가지. 육체와 정신을 지배하던 롤스로이스를 지워야 했기 때문이다. 뭐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폴크스바겐은 벤틀리를 철저히 연구했다. 짧고 강렬했던 여명기의 기록을 샅샅이 뒤졌다. 그 결과 폴크스바겐은 벤틀리를 다시 정의했다. 찬연한 후광을 만들어냈다.



벤틀리 차종은 폴크스바겐의 기함 페이톤의 뼈대와 구동계로 개발했다. 위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실질적으로 실패한 페이톤의 투자비를 만회할 기회기이도 했다. 그래서 태어난 게 컨티넨탈 시리즈다. 쿠페인 GT와 컨버터블인 GTC, 세단인 플라잉스퍼로 나뉜다. 판매는 플라잉스퍼가 이끌고, 이미지는 GT가 부각시키는 ‘아름다운 공생’이 시작됐다.



2007년 처음으로 판매량 1만 대를 돌파하며 바람을 일으켰다. 그러나 흥분도 잠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덮쳤다. 예측할 수 없던 변수여서 충격은 더욱 컸다. 벤틀리 직원들은 회사 살리기에 나섰다. 전 직원이 10%의 급여 삭감에 동의했다. 수당 없이 잔업에도 나섰다. 직원도 더 이상 채용하지 않고 버텼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바꾸지 않았다. 신차 개발 일정이었다. 자동차 제조사가 불황을 헤쳐 갈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최고급 세단 뮬산이 예정대로 데뷔했다. 컨티넨탈 시리즈 역시 제때 2세대 신형으로 거듭났다. 마침 경기와 판매 곡선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신차 효과까지 가세했다.



요즘 벤틀리는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지난해 벤틀리는 2007년 이후 두 번째로 판매량 1만 대를 넘겼다. 창사 이래 최대 기록이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주요 시장의 판매가 살아나고 있어요. 한국에 거는 기대도 큽니다.” 영국 벤틀리 본사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담당하는 로빈 필의 말이다. 60여 년간 정신과 육체를 지배했던 롤스로이스를 보란 듯이 앞섰다. 공교롭게 지난해 롤스로이스도 역대 최고 판매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3630대로 벤틀리의 3분의 1을 살짝 넘었다.



모기 물린 자국 없는 황소 가죽만 고집

벤틀리의 요람은 영국 크루 공장이다. 맨체스터 공항에서 자동차로 40분 거리다. 벤틀리는 뮬산을 뺀 전 차종의 최고시속이 300㎞를 넘는 초고속 차. 하지만 만드는 속도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느리다. 조립 라인을 통틀어 로봇도 10여 대뿐이다. 공장은 하루 20대 안팎의 벤틀리를 만든다. 직원은 4000여 명으로 주4일만 근무한다.



작업 공정별 시간은 12분에 달하다. 보통 2~3분인 일반 양산차 공장과 크게 차이난다. 수작업 공정이 많기 때문이다. 우드 패널 만드는 과정에서 ‘느림의 미학’은 절정을 이룬다. 우선 나무 한 그루에서 가장 상태가 좋은 부위를 박편으로 썰어 3주간 말린다. 그러고는 다시 절반으로 쪼개 두께 0.6㎜의 패널을 만든다. 여기에 겹겹이 칠을 하고 광을 낸다.



벤틀리가 명차로 인정받는 건 품질에 대한 남다른 고집 때문이다. 가령 우드 패널은 탈색과 염색을 거치지 않는다. 원래 나무의 무늬와 색을 고스란히 재현한다. 또한 북유럽에서 방목해 키운 황소 가죽만 고집한다. 피부에 모기가 물거나 울타리에 긁힌 상처가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실내에서 금속성 광택을 띤 부위는 도금한 플라스틱이 아닌 진짜 금속이다.



벤틀리는 뮬산 한 대의 실내를 꾸미는 데 황소 16~17마리분의 가죽을 쓴다. 가죽은 37시간에 달하는 바느질을 거쳐 벤틀리의 뽀얀 속살로 거듭난다. 스티어링 휠에 가죽을 씌워 꿰매는 데만 15시간이 걸린다. 나무는 한 그루에서 4㎡만 추려 5주에 걸쳐 가공한다. 벤틀리는 나무 한 그루를 벨 때마다 묘목 한 그루를 심어 생태계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



김기범 객원기자·로드테스트 편집장 ceo@roadte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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