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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가 만난 사람] 지금 야권은 ‘외환위기’ 맞은 모습 제 살 도려내는 의지 보여야 재기

야권 신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26일 공식 출범했다. 정치권은 사실상 새누리당과의 양강 체제로 재편됐다. 관심은 과연 새정치가 무엇이고 어떻게 구현할 것이냐에 모아진다. 신당이 순수 외부인사들로만 위촉한 ‘새정치비전위원회’가 주목받는 이유다.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도 비전위의 독립성을 철저히 보장하고 제안도 최대한 수용하겠다고 공언했다. 야권에서는 신당에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유일한 기구로 비전위를 꼽고 있다.

비전위원장을 맡은 백승헌(51·사진) 전 민변 회장을 28일 오후 만나 신당에 대한 평가와 비전위 활동 구상을 들어봤다. 백 위원장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2012년 총선 때 야권 통합경선관리위원장을 지냈으며 이번에도 위원들 호선으로 위원장에 선임됐다.

‘말로만 개혁’에 지지층 등 돌린 것
-신당 창당의 의미를 찾는다면.
“왜 합할 수밖에 없었겠는가. 서로가 상대방을 온전히 대체할 수 없었기 때문일 거다. 민주당은 자체 동력만으로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는 단계에 이르렀고, 안철수 현상과 정치인 안철수의 일치성도 계속 옅어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야권 지지자들의 두 가지 요구를 하나로 모을 수밖에 없었다. 첫째는 좀 바뀌어라, 스스로 개혁하라는 요구였다. 새로운 야당을 보고 싶다. 수권 능력을 보여달라는 거다. 둘째는 그러기 위해 힘을 합하라는 거였다. 하지만 두 요구를 동시에 달성하긴 결코 쉽지 않다. 물리적 결합을 넘어 화학적 결합까지 나아가야 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큰 시험대에 올랐다고 본다.”

-비전위원 제안을 수락한 이유는.
“주변에 물어보니 찬성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오히려 해봄 직하다 싶었다. 여당에도 적절한 경쟁 상대가 있는 게 민주정치 차원에서 바람직하다. 그런 점에서 비전위가 성과를 내기 쉽지 않은 구조라도 굳이 마다할 필요는 없겠다 싶었다. 두 대표가 거의 동시에 연락해 왔길래 물었다. 허울이냐, 모양새냐, 아니면 진짜 일하길 원하느냐. 단순한 자문기구가 아니라는 확답을 받고 수락했다.”

-야권의 가장 큰 문제는 뭐라고 보나.
“야당은 지금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와 같은 상황이다. 총체적 위기에 빠져 있다. 여당의 실정이 야당에 대한 지지로 연결되지 않는 것은 대안세력으로서 신뢰를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국 민주당은 집권 뒤 서민과 소수층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정책으로 지지자들과의 일체성을 유지해온 반면 한국의 야권은 그런 체험을 공유하는 데 실패했다. 그러니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당선시켰던 유권자들이 더 이상 야당을 지지하지 않는 것 아니겠나. 이는 남겨진 자들의 잘못이다.”

-해법은 뭔가. 새정치가 대안인가.
“‘새정치가 무엇이냐’는 비전위도 가장 고민하는 지점이다. 실질적 내용이 없다는 비판도 나오지만 사실 새정치는 불확정 개념이다. 자연과학적으로 정확히 규정되기보다 앞으로 채워나가야 할 개념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정치인들이 주축이 된 정치 현실과 국민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정치 사이에 괴리가 깊지 않나. 국민의 이런 뜻을 확인하고 그중 국민 대다수가 바뀌길 원하는 부분, 공감대는 이미 형성돼 있는데 구체적으로 실행되지 않는 부분을 하나씩 바꿔가는 게 국민이 바라는 새정치의 출발점이 아니겠나 싶다.”

-다소 평범한 개념 정의 아닌가.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정치개혁이 지지부진한 원인이 그동안 정치권이 내놓은 개혁안이 부족해서였을까. 비전위가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내놓은 개혁안에 국회 정개특위가 낸 안까지 다 살펴봤는데 빠진 내용을 찾기 힘들었다. 문제는 실행에 옮겨진 걸 찾기는 더욱 어려웠다는 점이다.”

-개혁안은 왜 실행에 옮겨지지 못했나.
“개혁에 저항하는 방법은 무수히 많다. 다 논의했던 거라고 치부하며 아무 행동도 안 하는 것, 이게 그동안 야당이 범한 가장 큰 실책 중 하나였다. 이를 국민이 모르겠는가. 비전위원들이 그런 위험부담을 모르고 맡았겠는가. 디테일에 시비를 걸며 차일피일 개혁을 미루는 건 최악의 행보다. 그래서 다시 한번 즉각 실천하라고 신당에 요구하는 거다. 지금 야당이 새롭게 나서면서 국민의 기대치가 올라가고 있는데 과거의 전철을 다시 밟으면 자칫 더 큰 실망을 불러올 수 있다. 결국 실행에 옮길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야당이 국민과 유리돼 있다는 지적이 많다.
“야권 인사들을 만나보면 선거 때를 제외하곤 ‘정치는 정치인들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잖다. 보수적 정치인은 그럴 수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사회를 지금보다 나은 방향으로 끌고가겠다는, 기존 가치보다는 변화에 더 방점을 두겠다는 진보 세력은 절대 그래선 안 된다. 정치는 국민의 것이란 의식이 부재하다 보니 개혁에 대한 의지도 퇴색되고 링컨이 말한 ‘for the people’, 즉 국민 전체의 이익은 도외시하게 되는 것 아니겠나.”

그러면서 그는 그동안 야권이 놓쳐왔던 세 그룹을 열거했다. “우선 정치적 무당파다. 아예 정치에 관심이 없는 건 아닌데 자기 의사를 전달할 방법이 없어서 입을 다물고 있는 층이다. 자라나는 청년세대도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해줄 세력이 없다고 느낀다. 또한 생업에 바빠 오프라인에서는 자신의 의사를 잘 표현하지 않지만 온라인에서는 활발하게 소통하는 층이 있다. 이들이 앞으로 새정치가 포용해 나가야 할 주된 대상이다.”

지방선거가 희망의 계기 될 수도
-앞으로의 비전위 활동 계획은.
“여러 분야를 모두 나열해서 고치도록 하는 게 비전위의 임무는 아닐 듯싶다. 오히려 대상을 좁혀 국민은 진정 원하지만 정치인 스스로는 하기 힘든 것들을 찾아 제시할 생각이다. 이미 네댓 가지를 신당에 제안해 놓은 상태다. 의정평가 시스템 강화, 윤리위원회 외부 개방, 비례대표 확대, 민생최고회의 구성 등이다. 각각 다른 분야 같지만 우리의 기준은 일관돼 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정치를 하라, 선거 이외의 시기에도 시민들과 소통할 통로를 만들어라, 그래서 열린 정당으로 나아가라는 요구다. 다른 개혁안도 다음 달 하순 안에 발표할 예정이다.”

-신당이 실행 의지를 갖고 있다고 보나.
“두 대표가 약속했다고 실행력을 담보받았다고 보진 않는다. 실행할 의지가 없으면 학자들에게 용역을 주는 게 나았을 거다. 국민을 위한 실현, 스스로를 위한 실현이란 각오로 임해야 한다. 행동하지 않으면 실패를 자인하는 셈이다. 윤리위에 외부 인사를 임명하더라도 또다시 정파적 인물을 앉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한다면 그 개혁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반면 조금은 더디게 나아가더라도 엄격하게 제 살을 도려내려는 의지를 보이면 돌아섰던 민심도 차츰 회복할 수 있을 거다.”

-신당에 대한 전망은.
“막 태어난 아기가 잘 자라길 기대하는데, 좋은 환경에서 태어난 것 같진 않다. 오히려 혹독한 환경에 놓여 있다. 시민들의 참여와 꾸짖음이 필요한 이유다. 2인3각이라 해도 단점의 결합이 아닌, 장점의 결합이 되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그렇게 신당이 꾸준히 진정성을 보인다면 지방선거가 희망을 발견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거다.”

도민이 행복한 더 큰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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