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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ew York Times 칼럼] 세습 자본주의의 엄습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대표작 『21세기의 자본』이 올해, 혹은 아마도 최근 10년을 통틀어 가장 중요한 경제학 서적이 될 거라고 해도 무방할 듯싶다. 소득과 부의 불평등에 있어선 세계를 선도한다고 할 수 있는 학자인 피케티는 우리가 ‘세습 자본주의’로 회귀하고 있는 중이라는 설득력 있는 주장을 펼친다. 이 ‘세습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경제는 부 그 자체뿐 아니라 상속된 부에 의해 지배된다. 노력·재능보다 태생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물론 피케티도 우리가 ‘세습 자본주의’에 이미 당도했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지금까지 미국의 상위 1%를 결정짓는 재산의 척도는 투자소득이나 상속재산이 아닌 임원 연봉과 보너스에 의해 결정돼왔다. 하지만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10인 중 여섯 명이 자수성가한 기업가가 아니라 누군가의 상속자다. 경제 엘리트의 자녀들은 굉장한 특권을 이미 부여받은 위치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한다. 피케티가 얘기하듯 “(소수의 최고 지도층이 지배하는) 과두체제로 흘러갈 위험은 현실화됐으며 낙관론은 근거가 거의 없다.”

토마 피케티의 『21세기의 자본』
더 비관적이고 싶다면 많은 미국 정치인이 하는 일을 보시라. 태동기에 있는 미국의 과두체제는 완벽한 형상을 갖추진 않았으나 적어도 미국의 두 주요 정당 중 하나는 이미 소수 집권층의 이익을 보호하는 데 열성적이다.

공화당의 일부 의원은 그렇지 않은 척하려고 광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대부분 사람은 오늘날의 공화당은 평범한 가족보다 부유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아채고 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공화당이 임금·월급에 의한 수익보다 부에 의한 수익을 어느 정도로 더 많이 선호하는지에 대해선 사람들이 많이 모르는 것 같다. 임금으로 번 것이 아니라 상속을 받은 것일 수 있는 자본으로부터 나온 소득이 더 많다는 것은 세속 자본주의의 핵심이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인지 알고 싶다면 실제 입안·제안되고 있는 정책을 보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부유층에 대한 세금을 깎아주기 위해 가능한 모든 일을 다했다는 것과 중산층을 위한 세금 감면은 정치적 미끼 특판 상품에 불과했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부자감세의 가장 큰 혜택을 본 이들은 고임금 임원이 아니라 이자 생활자들과 큰 자산을 소유한 집안의 상속자들이었다는 사실은 덜 알려져 있다. 근로소득의 최고세율이 39.6%에서 35%로 떨어진 건 맞다. 하지만 배당금에 대한 최고세율은 39.6%에서 (경상소득과 같이 과세됐기 때문에) 15%로 떨어졌으며 상속세는 아예 폐지됐다.

이렇게 경감된 세율의 일부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정권에서 다시 이전 수준으로 되돌려졌다. 여기서 중요한 건 부시 정권하의 크나큰 감세 드라이브가 불로소득에 대한 세금을 줄여주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는 거다. 그리고 공화당이 다시 하원을 장악했을 때 그들은 신속히 계획을 세웠다. 폴 라이언 의원이 ‘로드맵’이라고 부른 계획이다. 이자·배당금·자본이익·부동산에 대한 세금을 폐지하자는 계획이다. 이에 따르면 상속 재산으로 사는 사람들은 연방정부에 세금을 한 푼도 안 내도 된다.

정책이 부의 이익을 위해 이렇게 경도되는 것은 수사(rhetoric)의 변화를 보면 드러난다. 공화당원들은 때로 ‘일자리 창출자’들을 격찬하는 데 여념이 없는 나머지 미국 노동자들을 언급하는 걸 까먹곤 한다. 2012년 에릭 캔터 하원 원내대표는 노동절을 축하한다며 트위터에 기업 회장들을 치켜세우는 글을 올려 구설에 올랐다. 최근 캔터는 공화당 행사에서 대부분의 미국인은 남들에게 고용돼 남들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오바마의 기업가 폄하로 추정되는 기조를 비판하려고 했던 시도가 실패했던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하지만 공화당이 실패한 또 다른 이유는 오바마가 그런 기조를 갖고 있지 않다는 거다.)

사실 대부분의 미국인이 기업을 운영하고 있지도 않거니와 기업소득과 대부분의 자본소득은 소수의 손으로 집중되고 있다. 1979년 최상위 1% 소득수준을 가진 가구 중 17%가 기업 이익으로 돈을 벌었다. 그러나 2007년을 보면 미국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번 1%의 가구들의 43%가 기업을 운영해 소득을 올렸고 같은 그룹의 75%는 자본이익을 거뒀다. 하지만 이 작디작은 엘리트 그룹은 공화당의 사랑뿐 아니라 정책마저 독차지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가. 자, (미국의 대부호) 코크 형제 두 명이 모두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10명에 든다는 사실과 월마트의 상속자 네 명도 그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을 상기하자. 막대한 부는 막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사들일 수 있다. 많은 보수층이 지적 싱크탱크와 소수의 큰손 기부자들에 의해 궁극적으로 지배되고 마는 매체의 거품 속에서 살고 있다. 이 거품 속에 살고 있는 이들이 미국의 소수 특권층을 위해 좋은 일을 할 거라고 짐작하는 건 놀랍지 않다. 그 결과는 어찌 보면 희극적이다. 그러나 기억해야 할 중요한 점은 그 거품 속의 사람들이 큰 권력을 갖고 있으며 그들의 후원자들을 위해 그 권력을 휘두를 거라는 거다.



정리=전수진 기자 sujin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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