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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수 칼럼] 50년대 고물 스피커 통과 궁합 찾아 3만리

김갑수씨의 개인 공간 ‘줄라이 홀’ 풍경. 3만여 장의 음반이 벽을 가득 채우고 일세를 풍미한 오디오 명기들이 그득하다. [사진 김선규]
2014년, 이번 차수 지름신의 광풍이 잦아들기만을 기다린다. 몇 대의 새 파워앰프가 들어오고 나간 후 이번엔 네 번째의 새 스피커가 들어와 아직 제 자리를 못 찾고 어정쩡하게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다. 주기적으로 불어오는 오디오 바람을 제어할 힘이 내게는 없다. 통상 오디오 매니어를 오디오파일이라고 부르는데 일찍이 이쪽 분야의 노대가 하현상 선생이 오디오파일을 ‘오도팔(誤道八)’이라고 이름 지었다. ‘길을 잘못 든 팔자’쯤으로 해석되는 그 자조 어린 명명에 몹시 공감한다. 제 인생 길을 잘 찾아가는 사람들은 오도팔이들의 열병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이미 열세 조의 스피커가 방안에 있는데 뭐 어쩌겠다고 또 네 조씩이나 새로 스피커를 긁어 모으는지.

[詩人의 음악 읽기] 다시 도진 오디오병

두어 달 전 JBL의 하크니스 C40을 들여 놓았다. 저음이 팡팡 터지는 정통 백로드 타입의 호쾌한 대륙풍 사운드였다. 하크니스의 짙은 맛이 좋아 재즈, 그중에서도 1930~40년대에 녹음된 스윙밴드 음반을 엄청 사들였다. 그러나 하크니스는 시작에 불과했다. 마산에 사는 지휘자 ‘송이아빠’님이 미국 유학 시절에 집중 구매해 놓은 빈티지 스피커 수백 조를 인터넷에 올려 놓고 엄청 유혹한다. 직접 찾아오는 사람에게만 판매한다는 원칙을 고수하는 탓에 새벽을 도와 마산행을 감행했다. 기이하게 마산 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 연습실 한 칸을 차지하고 있는 그의 오디오룸에는 1950년대 전후의 명기들이 숲을 이루고 있었다. 그날 마산에서 업어온 스피커는 AR의 LST였다. 레코딩 스튜디오 모니터용으로 제작된 LST는 앰프 제작자 마크 레빈슨이 자기 작품을 만들 때 연구개발용 모니터로 활용해 유명해진 스피커다. 백로딩의 정반대, 그러니까 앞뒤 사방을 꽉 막아 빡빡한 깊이감을 배가시킨 밀폐형 타입의 상징적 명기다. 매킨토시 MC60 앰프의 KT88 진공관을 통해 나오는 LST의 신비로운 음향에 잠을 못 이루겠다.

좋으면 더 좋아야 한다. JBL의 LE12-C라는 동축형 스피커가 오래도록 막통에 설치돼 방치되어 있었는데 그 녀석에게 눈길이 갔다. 늙도록 헤비메탈 음악에 심취하다 취미가 직업이 된 인클로저(스피커 통) 제작자가 웨스턴우드라는 공방을 한다. 야심한 시간에 스피커 통울림을 컨트롤할 비법을 전수받다가 덜컥 결정했다. LE12-C를 위한 맞춤형 통을 새로 제작하기로. 살 집을 짓는다면 이런 기분일까. 설레는 마음으로 여러 날을 기다린 끝에 오래 건조된 야들야들한 미국산 미송합판으로 제작된 역시 백로딩 타입의 새 인클로저가 입주했다. 질 좋은 스피커통의 아름다움이라니. 소리도 멋졌지만 그 우아한 색상과 나무 냄새에 도취해 하염없이 쳐다보게 된다. ‘역시 스피커란 통이 중요해’라는 오디오 정설을 체감하는 나날이었다.

통이 통을 불렀다. 1950년대 미국 댄스홀에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모든 귀퉁이가 닳고 닳아 매끈해져 버린 대형 JBL 오리지널통이 전문 사이트에 올라왔다. 뻥 뚫린 위아래 덕트에 거미줄이 빽빽하게 들어찬 낡디낡은, 귀신 나올 것 같은 빈티지통이었다. 꽤나 비쌌지만 지름신은 용서가 없다. 도저히 들여놓을 공간이 없어 영국제 굿맨 액숌10과 독일산 텔레풍켄 나비뎀퍼 풀레인지 스피커 두 조를 친구들에게 선물로 하사하고 그 괴물 같은 JBL통을 들여놓았다. 통만 있으면 뭐하나. 스피커 알맹이(유니트)와 네트워크가 있어야 소리가 나지. 그 귀신통에 적합한 알맹이 찾아내는 일이 난공사였다. 알텍 605A를 부착하니 출구에서 와류가 생겨 동굴 울림 현상이 생기고 클립시나 EV의 명기들도 괴상한 신음소리처럼 음상이 맞지를 않는다. 알맹이를 구입했다 되물려야 하는 상황마다 죄인처럼 머리 조아려야 했다. 어떤 밤에는 히스테리 발작을 일으킬 뻔했다. 원수 같은 고물 귀신딱지통이라니!

결국 귀신딱지 머리에 혼(나팔)을 얹기로 했다. 주물형이냐 타르부착형이냐 혹은 우드형이냐. 혼 구조가 섹트럴이냐 멀티셀 타입이냐 혹은 만레이 한 구멍 타입이냐 등등 온갖 경우의 수를 뚫고 낙착된 것이 알텍 311-60이라는 1940년대산 주물형 섹트럴 혼이었다. 중저음 컷오프를 800헤르츠로 결정했다. 200명 이내 청취 공간에 적합하다는 알텍 A7형으로 방향을 정한 것이다. 꽤 오래도록 상급 기종인 알텍 A5를 운용한 체험이 있는 터라 그보다 소규모인 A7으로 회귀하는 것이 망설여졌으나 더 이상 무리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311-60혼을 기준으로 최상의 알니코 우퍼, 최상의 네트워크, 최상의 수퍼트위터 찾기 삼만리가 펼쳐지는 중이다. 아울러 쇠를 잘 만지는 선수를 찾아 혼을 공중에 띄워 각을 맞추고 미학적 균형감을 안겨줄 철제 브라켓 설비 제작을 의뢰했다. 저 50년대 귀신통의 모든 내용물이 완성되면 어떤 어마어마한 사운드가 펼쳐질지 궁금하고 설렌다. 덩치가 꽤 커서 작업실의 모든 배치를 다 바꾸어야 할 판이니 하루쯤 노가다 일을 해줄 사람을 찾는데 자원할 사람 없을까? 작업 마치면 등심을 사줄 용의가 있다.

새누리당 비대위 출신으로 유명한 박근혜 키즈 이준석이 어느 날 내게 말했다. “요번 지방선거 출마 안 하세요? 하실 일이 많을 거예요.” 나는 그냥 이렇게만 반응했다. “우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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