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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가리고 아웅, 한국인의 성

모든 나라엔 금기가 있다. 한국의 경우는 섹스, 즉 성(性)이 그런 거 같다. 성에 대한 이야기나 호기심, 공공장소에서의 ‘진하다’고 생각되는 몸짓은 한국 사회에선 금지되는 것으로 취급받아왔다. 요즘 10대는 조부모·부모의 생각보다 더 빨리 성관계를 경험하고 있다. 유혹적인 영상이 도처에 깔려 있다. 심지어 섹스 파트너를 찾는 애플리케이션까지 생겼다고 한다. 룸살롱은 또 어떤가. 이런 곳에서의 문란한 쇼는 유명하다. 한국 곳곳엔 시간제 러브호텔도 넘쳐난다. 그럼에도 성에 대한 이야기는 금기시된다. 이런 면이 많은 외국인의 눈엔 이중적이며 일종의 정신분열적(schizophrenic)이며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다. 한마디로 다들 ‘할 건 하면서 안 하는 척’ 하는 것이다.

한국 현대 대중문화는 성에 대해 매우 솔직하다. 일부 여성 아이돌그룹의 춤은 아예 노골적이고 낯뜨겁기까지 하다. 그런데도 많은 한국인은 여전히 ‘모르는 척’을 한다. 외국인 입장에선 여간 헷갈리는 게 아니다. 성인들이라면 자유롭게 성을 누리는 것이 잘못된 게 아니지 않나. 필자는 여기에서 한국인의 성적 생활이나 습관·취향을 판단하거나 비판하는 게 아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하고 싶은 걸 할 자유가 누구에게나 있다. 그런데 한가지 궁금한 점은 있다.

한국 사회에서 성이 여전히 금기의 영역이라면, 왜 한국은 성을 거리낌없이 수출하고 있는가. ‘성 수출(sexporting)’이라는 말이 생소한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솔직하게 물어보고 싶다. 한국의 자랑스러운 수출품인 한류 문화의 일부 콘텐트가 성적인 자극을 무기로 삼고 있지 않느냐고.

한국은 전쟁의 상처를 극복하며 경제성장을 이뤄냈고 여러 수출품으로 세계 시장을 놀라게 했다. 한강의 기적은 누구나 아는 이야기다. 그러나 현대 한국 문화, 특히 K팝은 어떤가. 옷을 거의 입지 않은 채 무대에서 성적인 흥분을 목표로 한 춤을 추는 어린 여성들을 K팝 스타로 키워내고 있는 건 방 안의 코끼리처럼 외면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거의 모두가 이 ‘방 안의 코끼리’를 외면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게 나로선 참 이상하다. 마치 속으로는 “우리 한국인들은 섹시한 여성들(때론 남성들)을 만들어내 쇼케이스 해서 한류 열풍을 만들어낼 거고, 그 결과로 어떻게든 한국이라는 브랜드를 외국인에게 인지시키겠다”고 마음먹고 있는 것 같다. 적어도 외국인들은 많이들 그런 인상을 받는다.

약 60년 전 미국인들이 뉴욕 매디슨가에서 시작한 성을 이용한 마케팅은 한국에서 거의 예술적 경지에 이른 것 같다. 섹시하고 젊고 성형외과적 도움을 받은 여성들을 내세워 남성들이 만들어낸 귀에 쏙 들어오는 멜로디를 부르게 하는 것. 이게 한국의 매력을 전하는 거라고 여기는 듯하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목적은 물론 인간의 매력을 사고파는 것이다. 내가 지난해 인터뷰한 뮤직비디오 감독은 “팬들이 보고 싶어하는 걸 보여줄 뿐”이라고 항변했다. 한국의 전통적 유교 가치를 옹호하자는 것도 아니다. 일부 K팝은 현재 서구식 자유, MTV와 물질주의가 얄팍함으로 버무려진 뷔페 상차림 같다. 한국 대중문화 업계 전체를 탓하는 말이 아님을 알아줬으면 한다. 문제는 이런 현상을 나 몰라라 하는 대다수 한국인이 아닐까. 성이 상품화된 콘텐트를 해외에 수출하면서도 정작 성을 터부시하는 태도 말이다.

지난해 나는 한류의 진정한 성공을 위해선 갈 길이 멀다고 주장한 바 있다(2013년 7월 7~8일자 31면). 지금도 같은 생각이다. 한국이라는 브랜드를 팔기 위해선 현재 한류 콘텐트가 진정 한국을 대표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성적인 콘텐트에 대해 눈 가리고 아웅으로 일관한다는 건 위선자가 되는 것뿐이다. 성을 금기시하면서 성을 파는 현실이 바뀌길 바란다.



수전 리 맥도널드 미 컬럼비아대에서 정치학 학사를, 하버드대에서 교육심리학 석사를 받았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한국학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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