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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책감과 우울증 사이






죄책감과 우울증 사이. 그 어디쯤이 요즘 제 감정의 위치입니다.

우울증이야 한 번은 겪는다는 산후 우울증입니다. 여자에서 엄마로의 변화, 그 변화에 적응하느라 겪는 감정의 기복이죠. 평소엔 멀쩡하다가도 작은 촉매만 있으면 눈물을 뚝뚝 흘릴 정도니까요.

죄책감은 초보 엄마로서 갖는 감정입니다. 얼마 전 빅데이터 전문가라는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이 쓴 글을 보니 죄책감은 저만의 감정은 아니더군요.

송 부사장은 한 칼럼에서 “최근 3년 동안의 소셜미디어 문서로 빅 데이터 분석을 해보면 임신 시점부터 아이가 36개월에 이를 때까지 엄마가 느끼는 감성은 무려 80% 이상이 부정적인 것들이었습니다. 임신 기간 중 막연히 가지고 있었던 ‘두려움’이란 감정은, 출산 후 아이에 대한 ‘미안함’과 ‘속상함’이라는 감정으로 바뀌고 있었습니다” 라고 썼습니다.

제 경우엔 ‘미안함’과 ‘속상함’ 보다는 좀 더 수위가 센 ‘죄책감’이라는 단어가 제 마음에 더 어울리는 것 같네요.

죄책감은 제가 고은양에게 좋은 엄마인가, 하는 물음에서 시작됩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두렵습니다. 어떻게 또 고은이와 하루를 보낼까.

대개 하루 일과는 투 트랙으로 전개됩니다.

아침 컨디션이 좋으면 근처 별다방으로 나가 나름 문화인(?)의 생활을 보냅니다. 별다방에 처음 도착해서는 찡찡거리던 고은양도 좀 있다가는 꿈나라로 직행, 엄마의 망중한을 도와줍니다(참 신기한 게, 집에서는 작은 소리에도 흠칫 놀라 깨면서 그 시끄러운 별다방에서는 잘도 잡니다ㅠ).

컨디션이 안 좋을 경우엔 오전 내내 찡찡거리는 고은양과 씨름합니다. 10분도 채 못 자는, 참 예민한 고은양은 엄마의 참을성을 시험합니다.

오후 일과는 비슷합니다. 내려 놓으면 울고 마는 고은양을 안고 달래다 살짝 내려놓으면 10분을 못 견디고 울고, 그러면 다시 안고 달래고 그러다 내려 놓고, 그리고 다시 울고… 지칠 때쯤 신랑이 귀가하죠.

고은이와 씨름하느라 우울증으로 치달았던 감정은 조리원 밴드를 보면서 죄책감으로 바뀝니다.

다른 엄마들이 아기들과 찍은 사진을 올립니다. 오늘은 풀장에 가서 아기 수영을 시켰다, 점퍼루(유아용 장난감)에서 놀게 했더니 40분을 깔깔거리며 웃는다, 문화센터에 가서 아기 키 커지는 마사지 수업을 받고 왔다, 등등… 사진 속의 아기들은 모두 방긋 방긋 웃고 있습니다. 좀처럼 웃지 않는 고은양과는 너무 다릅니다.

육아 관련 책을 봐도 죄책감은 가중됩니다. 어디 연구 결과 부모의 학력이 높을수록 아이의 IQ가 높다고 하네요. 좋은 유전자를 받아서 당연한 거 아닌가 싶은데, 그 이유가 유전자 때문이 아니랍니다. 3세 이전에 아이의 뇌가 폭발적으로 발달하는데, 학력이 높은 부모는 아이에게 상대적으로 고급 단어를 사용해 말을 하고, 그 덕분에 아이의 뇌가 더 발달하기 때문이란 거죠.

그런데 제가 고은양과 보내는 시간을 생각해보면 저 때문에 고은양 뇌 발달이 지체될 것 같습니다 ㅠ. 별로 말이 많은 성격도 아니고, 알아들을까 싶은 고은양에게 말 걸기도 어색해 별 대화 없는 하루를 보내기 때문입니다.
텔레비전을 많이 보는 것도 좋지 않다고 하는데, 엄마가 TV를 보는 통에 고은양도 벌써 TV를 켜 놓으면 그쪽으로 고개가 돌아갑니다.

겨우 백일 지난 아기가 뭘 알겠냐 싶으면서도, 영유아 시절의 경험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협박(?)에 죄책감은 제 마음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벌써 시작된 미묘한 경쟁의식(?) 탓에 남들보다 잘은 못해도 남들만큼은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싶어, 다양한 육아용품에 눈길이 갑니다.

그렇게 엄마로서의 죄책감을 씻고자 소신과는 달리 하나 둘 육아용품을 사 모으게 됩니다.

이런 고민을 말했더니 육아 선배인 친구는 “조리원 밴드를 끊어라” “프뢰벨·몬테소리(유아 교육 관련 업체) 영업사원 만나지 마라” 등 충고를 합니다.

비교를 말아야 된다고. 육아 원칙과 소신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그렇지만 오늘도 죄책감과 우울증 사이에서 감정은 시소를 타며, 육아 용품 판매 인터넷 사이트를 기웃거립니다 ㅠ)

<사진>
1) 엄마 죄책감에 급구매한 목튜브. 엄마의 바람과 달리 점점 안 좋아지는 고은양 표정.
2-1.2-2) 놀라고 준비한 아기체육관은 거부하고, 방수매트 고정끈으로 알아서(?) 놀고 있는 고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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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