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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어벤져스2 찍는데 … 마포대교 11시간 통째 차단

서기 20XX년. 한국인 여성 과학자가 세빛둥둥섬에서 신기술을 개발한다. 이를 뺏으려는 악의 무리가 서울로 찾아오고 영웅들은 그들과 맞선다. 서울에서 촬영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어벤져스2’의 줄거리다.



서울서 영화 촬영 대규모 교통통제
국제마라톤 때도 전면통제 안 해
"도시 간접광고 4000억 홍보효과"
"다리 파괴 등 이미지 도움 안 돼"

 ‘마포대교 진입통제. 영화촬영 예정. 3/30 일요일. 06:00~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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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10시. 마포대교를 비롯한 서울시내 곳곳에 빨간색 글자로 쓴 안내문이 걸렸다. ‘어벤져스2’가 촬영되는 이달 30일부터 교통이 통제된다는 예고였다. 같은 시각. 다음달 13일 촬영이 예정된 구로구 문래동 철공소 골목은 이른 아침부터 분주했다. 영화사 관계자들은 철공소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촬영 허가 사인을 받았다. 1970년대 개발시대의 풍경을 담고 있는 이곳은 최근 20대 젊은이들이 많이 찾고 있는 명소다. 금형제작소에서 일하는 정병익(55)씨는 “외국에서도 유명한 배우들이 출연하는 영화라 협조하는 게 맞지만 구경하려는 청소년들이 몰려 안전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25일 어벤져스2 촬영 일정에 맞춘 교통통제 계획을 내놨다. 출퇴근 시간과 주말에도 촬영이 예정돼 대규모 교통혼잡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SNS 등에선 ‘시민 불편’과 ‘홍보 효과’를 앞세우는 양측이 맞서고 있는 모양새다.



 가장 논란이 되는 건 마포대교 전면 통제다. 영화 촬영을 이유로 한강 남북을 잇는 다리가 전면 통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1900년 7월 한강철교가 개통된 후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촬영은 물론 행사를 목적으로 다리 전체를 내어준 적은 없었다. 교통혼잡을 일으키는 데다 한강 다리는 국가가 관리하는 중요 시설물이기 때문이다. 88서울올림픽을 비롯한 국가적인 규모의 행사에서도 10시간 넘게 한강 다리를 전면 통제하지는 않았다. 서울시가 주최하는 국제 마라톤 행사의 경우 최대 3개 차선을 막고 경기를 진행한다.



 한강 다리 하나를 할리우드에 빌려주는 ‘통 큰’ 결정인 만큼 논란도 뒤따른다. 일부에선 할리우드 영화 제작을 위해 시민들이 불편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다리와 빌딩을 때려부수는 액션 영화인 만큼 서울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 별 효과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한 영화제작자는 전화통화에서 “할리우드 영화 한 편 만드는 데 국무총리를 비롯해 온 나라가 나서는 건 글자 그대로 ‘오버’”라고 지적했다. 2010년 기준으로 마포대교 일일 차량 통행량은 12만5000여 대. 주말에 촬영하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수만 대의 차량이 마포대교 대신 다른 길로 우회해야 한다.



어벤져스 제작사는 30억원(숙박비 등 영화사가 쓰고 가는 100억원의 30%)을 환급받는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지원하는 ‘외국 영상물 로케이션 인센티브’ 사업의 일환이다. 서울에서 촬영하는 시간은 170시간이며 극장에서 상영되는 분량은 20분 정도가 될 전망이다.



일부에선 비용 대비 홍보효과가 낮다는 지적도 있지만 불편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한국관광공사는 4000억원에 이르는 홍보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구체적으로 영화 상영에 따른 광고효과(1566억원), 영화외 미디어 노출로 인한 간접효과(2200억원), 관광수입 증대효과(327억원)다. 도시가 파괴되는 스토리를 담고 있지만 일종의 ‘도시 PPL(제품 간접 광고)’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영상위원회 홍성원 사무국장은 “그동안 뉴욕·런던·두바이 등 해외 대도시와 비교했을 때 서울은 촬영 로케이션으로 주목받지 못했다”며 “서울이란 도시가 액션 영화를 촬영하는 데 손색이 없을 정도로 발전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하나투어 정기윤 팀장은 “영화 반지의 제왕을 통해 뉴질랜드 관광객이 13% 늘어난 것처럼 서울이 홍보되면 관련 관광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해외에서도 영화로 도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인 사례가 많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브리지는 98년 개봉한 영화 고질라에서 괴물이 최후를 맞이한 곳이다. 영화 촬영 당시 다리를 지나는 교통을 통째로 차단해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이후 스파이더맨의 촬영장소가 됐다. 영화 사운드오브뮤직에서 여주인공이 아이들과 노래를 부르며 뛰어다닌 잘츠부르크 구도심은 영화 때문에 더욱 유명해졌다. 미국 펜타곤(국방부)과 할리우드는 거의 유착돼 있을 정도다. 해군과 공군은 대국민 홍보와 예산 확보에 도움을 받기 위해 보안시설인 군 내부 촬영을 허가하기도 하고 항공모함·전투기 등을 영화사에 적극적으로 빌려주고 있다. 일각에선 이를 펜타곤의 ‘할리우드 작전’이라고 꼬집기도 한다.



강기헌·지용진·채승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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