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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수퍼맨, 개인정보를 보호해 줘!

나현철
경제부문 차장
나는야 수퍼맨. 크립톤이란 낯선 행성이 고향이야. 1970년대 처음 지구에 와서 꽤 인기를 끌었지. 하늘을 휙휙 날아다니며 나쁜 짓 하는 사람들을 죄다 혼내줬으니까. 떨어지는 비행기를 한 손으로 가뿐히 떠받치고, 화가 나면 지구를 거꾸로 돌리기도 했어. 원조 중의 원조, 진짜 오리지널 영웅이라 할까.



 요즘 지구엔 가끔 들러. 이곳저곳 부르는 데가 많아서 말이야. 지구는 변화가 참 빠르더군. 올 때마다 이것저것 참 많이도 바뀌어 있어. 새로운 나라도 가끔 생기고, 사람들의 생활도 많이 달라졌지. 태블릿 컴퓨터나 휴대전화 같은 것들은 처음 올 땐 없었던 것들이야. 그중에서도 한국은 광속으로 변하는 것 같아. 나도 잘 모르는 나라였는데 이젠 지구의 정보기술(IT) 산업을 이끄는 선진국이 됐다지? 대단한 일이야. 똑똑한 지구인들의 대표선수라고 할 만해.



 그런데 이번에 와보니 나라가 온통 시끄럽더군. 사람들이 모두 불안해하고. 개인정보 유출 때문이라고 들었어. 신용카드나 통신사 같은 회사들이 갖고 있던 게 모두 털렸다지?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는 물론 계좌번호나 결제 정보까지 다양하다더군. 게다가 이런 것들이 나쁜 사람들 사이에서 사고팔리기까지 했다고 해. 다른 사람이 내 이름으로 물건을 사고, 내 행세를 할 수도 있다니, 생각만 해도 끔찍해.



 남의 일 같지도 않아. 사실 나도 개인정보 유출로 고생한 경험이 있어. 처음 지구에 왔을 때 마주친 악당이 내 약점을 알아냈지. 고향별이 폭발할 때 나온 돌(크립톤나이트)이 나를 무기력하게 한다는 것까지 말이야. 그 돌을 구해 나를 묶어놓고 핵무기로 지진을 일으켜 미국 땅 캘리포니아를 바다 밑에 가라앉히려 했어. 미리 사둔 사막이 해안이 되면 땅값이 엄청 오를 거라 생각한 거지. 통이 큰 부동산 투기꾼이라고 할까. 그래도 어찌어찌 위기를 넘기고 지구를 구했어. 나야 수퍼맨이니까.



 한국 사람들은 그렇지 않으니 걱정돼. 천리안도 없고 하늘을 날 수도 없잖아. 유출된 정보가 악용되는 걸 막기 어렵지. 그런데도 내게 크립톤나이트 같은 존재인 주민번호를 바꿔주지 않는다니 이상해. 출생지나 생년월일이 얼마나 중요한데. 더구나 크립톤나이트처럼 희귀하지도 않고 얼마든지 복사할 수 있잖아.



 한국 정부는 사람들이 모두 수퍼맨인 줄 아나 봐. 은행이나 통신사에서 갖고 있는 정보도 개인이 다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봐. 높은 양반이 그랬다며. “정보를 준 소비자도 책임이 있다”고. 우연히 은행에서 본 포스터도 이런 생각을 확신으로 바꿔 줬어. 내용은 이래.



 30대로 보이는 아빠의 질문. “아들아, 개인정보는 누가 지키지?” 초등생도 안 돼 보이는 아들의 답. “아버지, 스스로 지켜야 해요!”



 한국 사람들, 진짜 힘들겠어. 안 그래도 직장에서 집에서 수퍼맨 노릇 하라 난리라는데. 집에 가면 “수퍼맨이 돌아왔다”고 한다며. 출생의 비밀 하나 못 지킨 진짜 수퍼맨, 한국 사람들에게 경의를 표할게. 파이팅.



나현철 경제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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