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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미식 쇼핑 한나절 맛난 동네 청담동



이달 15일 오후 3시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로 446 ‘명품거리’ 한복판에 자리한 ‘네스프레소 플래그십 부티크’. 고객들에게 다양한 커피 제조법을 알려주는 수업이 한창이었다. 바리스타가 “캡슐로 빼낸 에스프레소 커피 위에 이렇게 우유 거품을 얹어 모양을 내면, 카페에서 사 마시는 라테 못지않은 맛을 낼 수 있어요”라며 시범을 보이자, 10여 명의 고객이 진지한 표정으로 따라 했다. 이날 열린 것은 ‘화이트데이 커피 클래스’. 이수진(29·서울 논현동)씨는 “남자친구와 주말 데이트도 할 겸 신청했다”며 “오늘 배운 블루라군 같은 커피 칵테일을 집에서 종종 만들어 먹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맛의 거리로 바뀌는 패션거리
TWG·르쿠르제·조니워커 등
식음료·생활 브랜드 대형 매장
판매+이벤트+요리교실 복합공간



 불황이 이어지면서 크게 부담 없는 가격에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프리미엄 식음료 제품을 소비하는 이른바 ‘작은 사치’ 열풍이 불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입고, 신고, 걸치는 해외 고가 브랜드가 주름잡았던 청담동 명품거리에서도 확연하다. 네스프레소·조니워커하우스·TWG티살롱·르쿠르제 같은 식음료·생활 브랜드들이 이곳에 대형 매장을 낸 것이다. 이들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개념을 탈피해 각종 이벤트와 아트 갤러리, 브랜드 체험관을 묶은 복합 문화공간으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체험과 경험’을 팔고 있는 것이다. 명품거리가 고메(gourmet·미식) 거리로 바뀌는 셈이다.



네스프레소는 서울 청담동에 전 세계 두 번째로 커피체험관을 열었다(맨위). 디아지오코리아 역시 지난해 9월 세계에서 세 번째로 청담동에 조니워커하우스를 개장했고(두 번째), TWG티 살롱&부티크는 올해 1월 청담동에 세계 최대 규모 매장을 세웠다(세 번째). 청담역 주변에 있던 르쿠르제 체험관 겸 매장 ‘르쿠르제 부티크’는 지난 2월 청담 사거리로 이전하고 매장을 새단장했다. [사진 각 업체]
 청담동에 가장 먼저 입성한 매장은 스위스 캡슐커피 브랜드 네스프레소다. 2012년 12월 매장을 열었다. 장소 물색에만 2년이 넘게 걸렸다. 건너편엔 프라다, 왼쪽 옆엔 질샌더스가 자리하고 있다. 건물 겉면은 캡슐커피 모양을 그대로 구현했다. 스위스 본사와 이탈리아의 디자인하우스, 한국 팀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에서 10개월간 외부와 내부 인테리어를 다듬었다. 미국에만 한 곳 있던 ‘커피 체험관’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이곳에 넣었다. 클럽 회원들을 위한 커피 클래스를 매주 목·금·토 오전 11시와 오후 3시에 연다. 한 달 전 예약이 모두 마감될 정도로 인기다. 한국 네스프레소 조지 개롭 대표는 “청담동 명품거리는 국내의 세련된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하는 대표적인 랜드마크라, 이곳에 자리 잡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올 1월 청담동 명품거리에 문을 연 ‘TWG티 살롱&부티크’는 싱가포르 업체인 TWG TEA에서 운영한다. 한국에 진출하며 청담동에 세계 최대 규모의 매장을 열었다. 2층짜리 단독 건물로 테라스도 갖췄다. 황금빛 외관으로 시선을 끌며 1층은 다양한 차 제품과 디저트를 판매하는 공간으로, 2층은 차와 함께 각종 요리를 즐길 수 있는 티 살롱으로 꾸몄다. 단순히 차를 파는 곳이 아니라 ‘싱가포르 전통 방식으로 차 마시는 문화를 알리는 공간’을 표방하고 있다.



 프랑스 주방용품 브랜드 르크루제는 청담성당 옆 다소 한적한 지역에 있다가, 지난달 초 명품거리 중심인 청담동 사거리로 이전했다. 바로 옆에 휴고 보스와 구찌 매장이 자리하고 있다. 르크루제코리아 박형렬 마케팅팀장은 “식(食)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주방용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며 “쿠킹스튜디오에서 고객들이 르크루제 냄비와 팬으로 직접 요리를 만들면서 브랜드를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알록달록한 냄비 등을 전시해 놓은 매장을 찍은 사진을 고객들이 블로그를 비롯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면서 브랜드 홍보 효과도 톡톡히 올리고 있다.



 디아지오코리아 역시 지난해 9월 중국 상하이·베이징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조니워커하우스’를 청담동에 개점했다. 파티나 이벤트를 열 수 있는 지하 1층, 조니워커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1층, 사전 예약으로 맞춤 위스키를 블렌딩해주는 2층, 바텐더 교육을 하는 3층, 그리고 VIP만 들어가 조니워커를 베이스로 한 칵테일과 그에 어울리는 요리를 먹는 4층 VIP라운지로 구성돼 있다. 디아지오코리아 진우식 부장은 “럭셔리 위스키 문화를 알리기 위해 청담동에 터를 잡았다”며 “기획에서 문을 열기까지 거의 2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지난해엔 한 달 800명 정도가 찾더니, 올해는 월 1000명대로 방문객 수가 늘었다.



 청담동에선 다소 떨어져 있지만 신사동 강남을지병원 사거리에 있는 ‘휘슬러 갤러리’도 이 일대에 일찍 터를 잡은 음식 관련 문화공간이다. 2006년 6월 오픈했다. 20명이 들어갈 수 있는 쿠킹스튜디오 ‘프라움’에서 캠핑요리, 그리스 가정식, 홈파티용 핑거푸드 등을 만드는 쿠킹클래스를 연다.



 이들이 청담동에 매장을 내기 위해 투자하는 비용은 얼마일까. 부동산 업계에선 인테리어와 건축비 등으로 수십억원대의 비용은 족히 들 것으로 짐작한다. 그럼에도 고메 브랜드들이 청담동에 줄줄이 입성하는 것은 그만큼 브랜드를 알리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상권·부동산 전문 컨설팅회사 쿠시먼&웨이크필드의 김성순 이사는 “스마트폰과 SNS의 발달로 식음료 기업들의 럭셔리한 매장의 사진과 체험기가 순식간에 퍼진다”며 “큰 비용이 들지만 홍보 효과는 이전보다 더 커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 해 TV 광고비와 맞먹는 예산을 들이면서 청담동에 고가 매장을 내도, 그만한 입소문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매장을 최대한 고급스럽고 예쁘게 꾸미며, 고객들이 사진을 찍어 온라인에 올리는 것을 유도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판매장뿐 아니라 체험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서비스와 음식을 팔아 수익을 내는 이전의 청담동 와인바나 레스토랑과는 다른 목적에서 미식을 추구하는 것이다. 김 이사는 “고메 브랜드들의 잇따른 청담동 입성은 구체적인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생활양식)’ 자체를 파는 시대가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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