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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대맛 라이벌 (8) 일본식 라멘



멘야산다이메는 손님에게 내기 전 라멘에 들어가는 차슈(삼겹살)를 토치로 한번 더 직화한다. 이렇게 하면 향과 맛이 더할 뿐 아니라 미리 삶아둔 차슈를 따뜻하게 데워주는 역할도 한다.
값싼 음식이라는 편견도 아랑곳하지않고 제값 다 받는 라면이 있습니다. 바로 일본 라멘입니다. 돼지 또는 닭 뼈를 푹 고아낸 진한 육수에 쫄깃한 생면을 넣기 때문에 인스턴트 라면과는 몸값이 다를 수밖에 없겠죠. 한국에 들어온 초기엔 매니어 위주로 인기를 끌었지만 대기업까지 라멘 시장에 뛰어들만큼 대중화했습니다. 그만큼 라멘집 수도 늘고 맛도 다양해졌습니다. 특히 홍대 인근에 다양한 라멘집이 모여있는데요. 이번에 공동 1위를 차지한 두 곳 모두 홍대 근처에 있습니다. 돼지뼈 육수를 사용한다는 점도 같네요. 다만 한 곳은 하카다 지역의 진한 국물을 그대로, 다른 한 곳은 도쿄 스타일의 깔끔한 국물을선보인다는 게 다릅니다.

멘야산다이메 홍대점·하카타분코 공동 1위



멘야산다이메 홍대점

“우리집 차슈가 왜 특별하냐면요 … ”




“이랏샤이마세(いらっしゃいませ)!”(어서 오세요)



 인적 드문 홍대 앞 좁은 골목길. ‘麵屋 三代目’(면옥 삼대목·멘야 산다이메)이라고 한자로 적힌 간판을 따라 들어가니 10평(33㎡) 남짓한 작은 가게 안은 일본 그대로다. 우렁찬 일본말 인사는 물론 흘러 나오는 노래도, 메뉴판도 모두 일본어다.



 “라멘은 비싸거나 격식 차려 먹는 음식이 아니잖아요. 라멘집 특유의 활기찬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어요. 또 일본 라멘 먹으러 왔으니 일본어로 인사받는 건 당연하지 않나요.”



 멘야 산다이메(麵屋 三代目) 매니저 박기훈(26·일본이름 오오노리 이사오)씨가 큰 목소리로 이렇게 인사를 건냈다.



 하지만 처음 가게를 열었을 때는 주문을 못하고 당황하는 손님이 많았다. 라멘 한 그릇 먹자고 들어왔는데 직원도 일본말, 메뉴도 일본어뿐이니 그럴 수밖에. 박씨는 “주방 뿐 아니라 주문 받는 직원까지 일본인이라 ‘대체 뭐 하는 가게냐’고 묻는 사람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렇게 일본 현지 분위기를 제대로 낼 수 있었던 데는 사장 김영일(53·일본이름 가네모토 히데오)씨 영향이 크다. 김 사장은 스무살에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다 일본인 아내를 만나 현지에 정착한 재일 교포다. 김 사장 외가가 재일교포라 아무래도 정착이 쉬웠다. 매니저 박씨는 김 사장 외조카로, 어릴 때부터 부산과 일본을 오가며 살았기에 한국 사람 눈엔 딱 일본인이다.



 라멘집은 여러모로 김 사장의 운명과도 같다. 재일교포로 일본음식 장사를 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김 사장 할머니와 아버지는 각각 밀가루 사업과 국수집을 했다. 가게 이름이 ‘면 요리를 3대째 하고 있다’는 뜻의 멘야산다이메인 것도 이런 집안 내력이 깔려있다.



 김 사장은 원래 일본에서 10년 넘게 외식 창업 컨설턴트를 했다. 또 도쿄를 비롯해 전국 13개의 지점을 둔 곱창집을 직접 운영하며 외식 사업가로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몇년 전부터 사업이 예전같지 않았다. 그럴수록 김 사장 머릿속엔 어린 시절부터 꿈꿔온 라멘집을 열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남태평양 피지에서 1년반 동안 머물며 인생 2막에 대한 계획을 세웠고, 결국 한국행을 결심했다. 그게 2010년이다. 당시 한국엔 라멘 붐이 한창이었다. 대기업이 라멘 시장에 뛰어들 정도였다.



 “평소 라멘 매니어라고 할 정도로 라멘을 좋아하거든요. 하루 세 끼 모두 라멘만 먹어도 좋고, 맛있는 라멘이 있다면 저기 먼 지방까지라도 찾아갈 정도로요. 젊을 때부터 입버릇처럼 라멘집 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다른 사업 하느라 미뤄왔던 걸 이제야 하게 된 거죠.”



 김 사장은 맛있는 라멘을 찾아 일본 곳곳을 누볐다. 부산 조리고등학교를 나와 도쿄 신주쿠에서 요리사로 일하던 박씨도 합류했다. 박씨 역시 라멘 매니어다.



 이렇게 다니던 중 김 사장은 도쿄의 한 라멘집 사장으로부터 라멘 비법을 전수받았다. 아무 말 없이 라멘 먹으려고 일주일에 5번 찾아갔는데, 라멘집 주인 할아버지가 “라멘 한번 배워보지 않겠냐”고 먼저 제안한 것이다. 라멘 비법을 익힌 김 사장은 2010년 10월 시장 조사를 위해 일본에 있는 지인 4명과 함께 서울에 왔다. 2박3일 라멘만 먹는 일정이었다. 이른바 ‘라멘 투어’다. 서울 라멘집을 모두 다녀본 후 다시 회의를 했다.



 “유명하다는 라멘집엔 다 가봤어요. 그리고 나서 다들 모여서 여기서 라멘집 하면 성공하겠냐고 물었더니 모두 ‘무조건 된다’고 말하더라고요. 그렇다면 투자하라고 했죠. 다들 흔쾌히 1000만원씩 냈어요. 그렇게 1억원을 모아 멘야산다이메를 열었어요. 돈이 없던 건 아니었어요. 투자를 받은 건 일종의 재미이기도 하고 책임감 때문이기도 해요. 투자한 지인들은 주주가 됐다며 좋아했죠.”



(1) 면을 삶는 모습. (2) 일본에서 가져온 제면기로 뽑아낸 생면. (3) 일본 현지 라멘집 분위기를 살린 내부. (4) 대표 메뉴인 도쿄 스타일의 담백한 돈코스 라멘.


 그렇게 2011년 1월 홍대 앞에 가게를 열었다.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하루 네다섯 그릇밖에 못 팔았다. 김 사장은 “일본과 한국은 재료가 다르기 때문에 일본에서 하던 것과 똑같이 해도 제 맛이 안나더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만족하는 맛이 나오기까지는 세달여가 걸렸다. 돼지뼈를 우려서 수프(국물)를 내는데 누린내가 잘 잡히지 않았다. 양파·대파·마늘·생강 등 10가지 채소를 넣은 후에야 겨우 누린내를 잡을 수 있었다. 수프 맛이 제대로 나자 이젠 면이 문제였다. 결국 수프에 어울리는 면을 만들기 위해 일본에서 제면기를 가져온 후에야 만족하는 라멘을 만들수 있었다.



 이곳 메뉴는 라멘과 매운 라멘(카라구치 라멘), 만두 3가지 뿐이다. 박씨는 “여러 개 만들 여력도 없기도 했지만 한 두가지라도 제대로 하자는 생각으로 3가지 메뉴만 내놨다”고 설명했다.



 김씨와 박씨 모두 만족하는 라멘을 만들자 하나둘 손님이 늘기 시작했다. 왔던 손님이 다른 손님을 데리고 왔다. 한 TV 요리 프로그램에 라멘 맛집으로 소개가 나자 가게 앞에는 줄이 100m 늘어설 정도였다. 손님 뿐 아니라 가게에서 일하고 싶다고 찾아오는 사람도 늘었다.



 “제대로 된 라멘을 배우고 싶다”며 찾아온 이들은 지금 멘야산다이메 주방을 지키고 있다. 이중엔 이미 일본에서 1~2년 라멘을 배운 사람도 있다. 김 사장은 “지금 일하는 직원들이 다음에 문 열 멘야산다이메의 사장”이라며 “향후 좋은 자리가 생기면 이 친구들을 독립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성공 비결을 묻자 그는 “주위와 타협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짜다, 싱겁다라고 말할 때마다 일일이 대응하면 음식 맛의 본질이 흔들린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절대 편해지지 않는 것이다.



 “차슈를 만들기 위해선 삼겹살을 실로 묶어 끓이고 다시 꺼내 소스 통에 넣어 끓여야 해요. 이걸 다시 냉장고에서 숙성시키고 다시 꺼내 실을 풀고 슬라이스한 후 손님 상에 내기 직전 불로 직화를 해야 해요. 복잡하죠.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이렇게 해야 제대로 된 맛이 나요. 편해지려 하면 음식 맛이 안나요.”



 이런 고집 덕분일까. 김 사장은 개점 1년 만에 투자금을 모두 갚았다. 연이율 36%로 이자까지 더해 돌려줬다. 그리고 3년 만에 이태원·논현·대학로·건대입구 등 서울에만 4곳, 그리고 부산과 미국 뉴저지에도 분점을 냈다.



하카타분코에서는 생면을 뽑아 라멘을 만든다. 라멘은 탱탱한 생면, 그리고 면에 휘감겨 올라오는 국물을 함께 먹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하카타분코

“진한 하카타 라멘, 왜 이렇게 짜냐면요 … ”




화이트데이였던 지난 14일 오후 9시. 식사 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이지만 대여섯명이 테이블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뭐, 이상한 건 없다. 사람 줄 세우는 라멘집으로 원래 유명한 하카타분코 아닌가. 2004년 동갑내기 고교 동창 둘이 의기투합해 만든 후 10년째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맛있는 라멘을 먹고 싶었어요. 정말 딱 그 이유 하나였어요. 아무리 다녀봐도 먹고 싶은 라멘이 없더라고요. 우리 둘 다 설렁탕처럼 뼈를 우려낸 국물 요리를 좋아하거든요. 냉면 한그릇 먹어도 함흥냉면보다는 육수맛을 즐길 수 있는 평양냉면을 더 좋아해요. 그런데 그런 라멘집이 의외로 없더라고요.”



 김연훈(38) 대표와 김종윤 이사 모두 아버지를 따라 도쿄에서 학교를 다닌 고교 동창. 그중 먼저 라멘집을 내자고 말한 건 연훈씨다. 하카타(후쿠오카 옛이름) 라멘 맛에 먼저 반했기 때문이다. 그는 대학 재학 시절 후쿠오카 출신 친구 소개로 하카타 전통 라멘을 접하고는, 종윤씨와 함께 타베아루키(たべあるき) 일본 곳곳에 여행을 다니며 맛있다고 소문난 라멘집을 찾아다녔다. 이후 종윤씨는 한국에 돌아와 대학(한양대)에서 건축학을 공부했고, 연훈씨는 일본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에서 회사를 다니고 있었다. 이때 연훈씨가 동업을 제안했다. 종윤씨는 단번에 그러겠다고 했지만 부모님 설득이 문제였다. 그는 “맥주병이 날아올 만큼 부모님 반대가 심했지만 누구보다 믿는 친구가 제안하는 거라 거절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연훈씨도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라멘집 준비에 들어간 거다.



 “라멘에 대한 자신이 있었어요. 원래 한국은 뼈를 고아 국물을 내는 식문화 역사가 깊잖아요. 그렇다면 돼지뼈를 우려 육수를 내는 돈코스 라멘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한 번 문 연 곳에서 평생 가게를 한다는 원칙을 먼저 정했기에 장소 결정에 신중에 신중을 또 기했다. 장소를 물색하다 고른 게 지금의 홍대 앞 골목이다. 싸고 대중적인 음식인 라멘 특성상 번화가보다 좁은 골목이 더 잘 어울릴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맛있는 음식이라면 아무리 외진 곳에 있어도 사람들이 찾아올 거라는 믿음도 있었다. 지금은 이 골목 안에 커피숍과 빵집도 생겼지만 10년 전엔 상점이라곤 조그만 수퍼마켓 하나 뿐이었다. 옛스럽고 정감가는 분위기는 두 사람이 그렸던 이미지와 일치했다.



(1) 면 위에 차슈를 얹어낸다. (2) 인라멘·청라멘 등 대표 메뉴를 일본어로 벽에 붙였다. (3) 주방이 통유리로 돼 있어 라멘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제 맛있는 라멘 만들기가 관건이었다. 하카타분코는 한국 라멘집 중에선 일본 본토 라멘 맛과 가장 비슷하다는 평가를 듣는다. 하지만 일본 라멘 장인에게 배운 게 아니다. 두 사람이 독학으로 만들었다. 그렇다보니 처음 3개월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매장 인테리어가 2004년 7월에 끝났지만 10월에야 장사를 시작한 건 바로 맛 때문이다.



 “샘플을 3개월 동안 계속 만들었어요. 매일 육수 끓이고 타레(일본식 소스) 만들고, 그래도 원하는 맛이 안나오더라고요. 가장 힘든 게 뼈 작업이었어요. 육수를 내기 위해 뼈를 손질해야 하는데 그게 까다롭기도 하고 힘이 많이 드는, 한마디로 ‘노가다’(육체노동)예요. 또 반나절만 잘못 보관해도 뼈가 상하고요.”



 뼈 손질법 부터 제대로 된 육수를 내기까지 과정을 여러번 반복한 후에야 처음 생각했던 진한 국물을 낼 수 있었다. 푹 끓여낸 육수는 끈적끈적할 정도로 진한데 그게 하카다 지역 전통 라멘의 특징이다. 이 정도로 진한 육수를 얻으려면 20시간 이상 돼지 뼈를 푹 고아내야 한다. 양도 처음 끓일 때보다 절반으로 준다. 그렇다보니 쉽게 맛을 내기 위해 시중에 판매하는 엑기스를 섞어 사용하는 가게도 많다. 종윤씨는 “라멘 맛의 80%는 육수가 좌우한다”며 “지금까지 자부할 수 있는 건 시간과 정성이 아무리 들어도 정석대로 육수를 돼지뼈로 우려 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젊은 사람들답게 마케팅에도 신경썼다. 구전 마케팅이다. 매장 문을 열기 전에 일본에 살았거나 일본계 회사에 다니는 등 일본과 관련있는 사람 1500명을 1주일 동안 무료로 초대했다. 일본계 회사 직원 리스트를 찾아 일일이 메일을 보냈다. 일본 라멘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해서였다. 강남은 좀 다를 수 있지만 강북만 해도 당시엔 일본 음식이나 일본풍 인테리어, 일본어 인사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손님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라멘은 짜다는 생각부터 하는 사람이 많아요. 일본과 한국 식문화 차이를 이해하면 쉬워요. 우리는 국물을 먹지만 일본은 면을 주로 먹거든요. 면은 싱거우니까 국물이 어느 정도 짠 맛을 내야 둘을 함께 먹었을 때 맛의 균형이 맞아요. 라멘을 제대로 먹기 위해선 면에 감겨 올라오는 국물 맛을 느껴야 해요.”



 낯선 매장 분위기에 짠 국물 맛. 이게 통할까 싶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블로그 등에 오른 숱한 후기가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지 촉매제 역할을 했다. 2년 여만에 매장 앞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좌석이 24개뿐이라 어쩔 땐 1시간 30분 넘게 기다리기도 한다. 지금은 밤 10시면 문을 닫지만 처음 몇년은 새벽 2시까지 장사를 했는데 그때도 줄을 설 정도였다. 장사는 잘 됐지만 동네 주민의 원성이 컸다. 가게 손님들이 골목에다 불법 주차를 했기 때문이다. 김종윤씨는 “불법 주차 차량만 보으면 이웃 주민들이 우리 가게로 찾아오다보니 동네 주민들 차 번호는 다 외우게 됐다”고 말했다. 동네 사람 차가 아닌 번호가 보이면 얼른 손님에게 차 빼라고 말해야했기 때문이다.



 가게를 넓힐 생각은 없을까. 종윤씨는 “일본에서도 유명 라멘집은 모두 작다”며 “필요를 못느낀다”고 말했다. 라멘 특성상 회전율이 빠르기 때문이다. 줄이 길게 서는 식사 시간에도 대기 시간이 보통 10분 이내인 것도 이런 이유다. 젊음의 거리라는 홍대앞이지만 주말엔 가족 단위 손님이 많다.



 벌써 10년. 숱한 트렌드가 뜨고 지는 와중에도 변함없이 인기인 이유를 물었다. 종윤씨는 “돌직구”라고 답했다.



 “우리는 변화구를 던지지 않아요. 10년째 돌직구만 던져요. 시간과 정성을 아끼지 않는다는 말이에요. 간혹 다른 가게를 보면 라멘 본연의 맛과는 상관도 없는 토핑을 산처럼 쌓기도 하는데 사실 계란 하나만 들어가도 라멘 국물 맛이 확 변해요. 우린 진한 육수에 직접 뽑은 생면, 그리고 숙주·파·차슈만 넣어요. 일본 음식의 특징은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거니까 그 원칙에 충실한 거죠.”



 하카타분코의 성공에 힘입어 2009년과 2010년 합정동과 가로수길에 ‘한성문고’라는 세컨드 브랜드를 열었다.



글=송정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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