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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현 교수의 스트레스 클리닉] 치매 걸린 어머니 간병 어렵다는 50대 주부



Q 50대 초반 가정 주부입니다. 치매에 걸린 77세 친정 어머니를 간병하는 게 보통 어려운 게 아닙니다. 평소 오빠가 어머니를 모시지만 일주일에 세 번은 제가 병원에 함께 다니며 돌봅니다. 제일 힘든 건 자꾸 어머니가 치매가 아니라고 우기는 겁니다. 약도 잘 안 먹고 병원도 안 가려고 합니다. 치매라 하면 버럭 화를 내고요. 감정 기복이 심해서 갑자기 짜증을 내며 섭섭하단 이야기를 끝도 없이 반복하는데 정말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어떻게 잘 돌볼 수 있을까요. 게다가 저도 치매에 걸리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까지 몰려옵니다. 건망증이 심한데, 설마 치매에 걸리는 건 아니겠죠.

치매, 꼭 가족이 돌봐야 하는 건 아니랍니다



A 노인들에게 어떤 병이 제일 무섭냐고 물으면 암보다 치매를 더 꼽습니다. 암은 제때 건강검진받아 조기 발견만 하면 완치가 가능하죠. 아직 치료가 어려운 암도 있지만 병에 걸린 것을 확실히 알기에 남은 시간을 소중하게 보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치매는 다릅니다. 몸은 건강한데 마음만 고장나 버리니 내 존재감이 없어질 거라는 생각에 더 두렵습니다. 가족들 고생시킬 걸 떠올리면 아찔하고요. 치매 걱정이 늘다보니 요즘은 30~40대도 치매 걱정으로 찾아옵니다. 치매에 걸린 주변 사람을 보면서 불안감이 커지는 거죠.



 치매는 퇴행성 뇌질환, 즉 뇌의 노화에 따른 겁니다. 뇌세포 안과 밖에 좋지 않은 단백질이 쌓여 뇌세포 생존력을 떨어뜨리면 뇌 세포가 줄어듭니다. 숫자가 주니 전체 뇌의 크기, 즉 뇌 용량도 줍니다. 뇌가 쪼그라드는 거죠. 쪼그라진 만큼 뇌 기능은 떨어지고요. 기억력이나 이성적 사고 등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뇌세포 쪽에 퇴행성 변화가 심하면 알츠하이머, 즉 치매가 옵니다. 퇴행성 변화가 운동과 관련한 뇌세포에 주로 일어날 때 파킨슨병이 오는 거고요. 뇌 손상이 더 심해지면 파킨슨병에서도 치매 증상이 나오고, 치매에서도 파킨슨병 증상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간혹 건망증 심한 사람 중 치매를 걱정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건망증은 치매와 다릅니다. ‘기억력이 떨어졌어, 건망증이 심해’ 등 기억력이 떨어진 걸 스스로 인식하고 있다면 이는 주관적 기억력 감퇴입니다. 주관적 기억력 감퇴가 있는 사람 가운데 실제 치매인 경우는 매우 적습니다. 오히려 치매에 접어들면 대부분 ‘나는 정상’이라며 자신의 증상과 병을 부정하죠. 그렇기에 건망증 때문에 치매 걱정을 한다면 역설적으로 치매가 아니라는 이야기가 됩니다. 현대인의 건망증은 스트레스로 뇌가 피로해 집중력이 저하된 탓에 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치매 환자가 “치매가 아니다”라고 하는 건 인지 기능이 떨어져 실제로 자기 병을 모르는 경우도 있고, 치매를 부정하고픈 마음도 섞여 있습니다. 뭔지는 몰라도 기능이 예전 같지 않은데 인정하기 싫은 마음에 무의식적으로 부인하는 거죠.



 병을 인정하지 않으니 치매 걸린 가족 돌보는 스트레스가 다른 질환보다 더 큽니다. 게다가 뇌에 문제가 생기니 간병하는 가족 마음을 상하게 하기가 더 쉽습니다. 암 투병하는 환자 간병도 물론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치매 걸린 가족의 간병은 육체적 고통에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더해져 더 힘듭니다. 치매에 걸리면 표현이 솔직해지는 것도 주변 사람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죠. 자기 감정을 숨기는 능력이 줄기 때문입니다. 우린 평소 속상한 일이 있어도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도록 수위를 조절해서 이야기하는데, 치매에 걸리면 이 기능이 떨어지기에 상대방 언짢을 얘기를 직설적으로 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특히 최근 기억력은 떨어지지만 상대적으로 더 오래 전 과거에 대한 기억은 유지하기에 과거 섭섭했던 일을 끝도 없이 반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치매 초기에는 논리적 사고를 상당히 유지하기 때문에 환자 가족들이 혼란스러워하기도 합니다. 환자라는 걸 미처 깨닫지 못한 상태에서 심한 얘기를 들으면 섭섭한 마음이 들기 마련이지요. 심지어 함부로 말하려고 일부러 치매 환자인 척을 하는 건가, 라는 의심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몇 시간 후에 다시 보면 측은한 치매 환자일 뿐입니다. 증상의 기복이 있어 이런 혼돈이 생기는 거죠. 가족간 갈등이 생기기 쉽다는 말입니다.



 한번 예를 들어 볼까요. 어머니가 치매에 걸렸습니다. 딸이 잠깐 들러 이야기를 나눠보니 별 문제가 없는 것 같습니다. 어머니와 같이 사는 올케에게 ‘정상인데 왜 그리 유난을 떠느냐’고 한마디 합니다. 그럼 며느리는 울컥하죠. ‘좋을 때 잠깐 보고는 모르는 소리 한다’는 거죠. 부자지간까지 멀어지기도 합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이야기합니다, ‘어머니가 계속 옛날 이야기로 들들 볶아서 힘드니, 혼자 여행이라도 다녀 오겠다’고요. 그럼 아들이 쏘아 붙입니다, ‘어머니 이야기 틀린 것 없다’며 아버지가 젊었을 때 바람피고 속 썩여서 어머니가 이렇게 된 거라고 각을 세웁니다. 난리가 납니다.



 의사 입장에서 보면 치매 치료의 반은 가족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일입니다. 오래 가는 질환이기에 가족이 먼저 스트레스로 지쳐버리면 결국 환자에게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치매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우선 환자의 과장된 말과 행동을 ‘증상’으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정적 생각에 계속 매달리거나 분노 조절이 안돼 짜증을 많이 내는 것, 그리고 주변 사람을 의심하는 것 등이 아주 흔한 치매 증상입니다. 대부분 약물 치료로 상당히 호전됩니다. 그런데 이걸 증상으로 안 보고 가족들이 상식적으로만 응대하면 환자와 가족 모두 스트레스로 탈진하게 됩니다. 물론 따뜻한 가족의 보살핌이 약물 이상으로 중요합니다. 하지만 약물 치료를 병행할 때 따뜻한 마음도 잘 전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치매 환자를 주로 돌보는 가족이 있다면 다른 가족이 보살펴줘야 합니다. 혹시 큰며느리가 치매 걸린 부모를 모신다해도 가끔 다른 가족이 간병을 맡아줘 쉴 수 있게 도와줘야 합니다. 또 중증 치매 단계에 접어들어 가족이 돌보기에 한계에 다다르면 전문 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도 고려해야 합니다. 어떻게든 부모님을 집에서 모셔야 한다는 건 가족들 욕심일 수도 있습니다. 전문 기관에서 더 마음 편하게 생활하는 치매환자도 적지 않으니까요.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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