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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안고 이사 간 자양동, 살기 어떠십니까

자양동이 달라지고 있다. 2007년 이후 더샵스타시티·이튼타워리버·트라팰리스 같은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와 고급 실버타운인 클래식500이 들어서면서부터다.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중산층이 대거 입주하면서 이들을 겨냥한 프리미엄 상권도 만들어졌다.


좁은 골목길 사이로 들어선 각종 음식점과 옷가게, 그 사이를 오가는 대학생. 서울의 대표 상권 중 하나로 꼽히는 광진구 자양동 모습이다. 자양동이라고 하면 전에는 지하철 건대입구역 1·2번 출구쪽 허름한 먹자골목을 떠올렸다. 그런데 이젠 좀 다르다. 길 하나만 건너면 전혀 다른 세계, 강남과 맞먹을만큼 화려한 부촌(富村)이 펼쳐진다. 최근 몇년새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와 타운 등이 이곳에 들어서면서 경제력있는 30~50대 중장년층이 모여든 결과다. 강남에서 이사온 경우도 적지 않다.

우리동네 상권 (7) 건대입구역 사거리 스타시티 주변
고급 주상복합 개발로 신흥 부촌 부상
광진구 유일의 금융회사 PB센터 있는곳
일부선 "원래 개발 어그러지며 발전 더뎌"



건국대(맨 왼쪽) 인근에 새로 지어진 고층의 주상복합 단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오른쪽엔 단층 주택가가 늘어서 있다. 청담대교만 건너면 바로 강남이다. [사진 네이버 항공사진]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1일 오후 4시 건대입구역 2번 출구로 나가자 새학기 대학가의 들뜬 분위기가 그대로 전해졌다. 대학생들은 왁자지껄 시끄럽게 무리 지어 다니며 먹자골목을 그득그득 채웠다. 5번출구 방향 양꼬치거리도 비슷했다.



뭔가 낯설다고 느낀 건 롯데백화점 건대 스타시티점 근처였다. 길 하나만 건넌 것 뿐인데 순식간에 공간이동을 한 것처럼 다른 분위기였다. 백화점과 스타시티몰 앞 인도는 넓직넓직해서 사람들이 여유있게 지나 다녔다. 롯데백화점 옆 시니어타운인 더클래식500 1층 스타벅스와 커피빈 안에도 캐주얼정장이나 오피스룩의 30대 이상 손님이 많았다.



스타시티, 동네를 바꾸다



자양동이 상권으로서 주목받은 건 2007년 스타시티 완공 이후다. 스타시티는 롯데백화점·롯데시네마·이마트·전문쇼핑몰·오피스텔 등 상업시설과 고급 아파트, 시니어타운 등 주거시설을 갖춘 4만㎡ 규모의 주상복합단지다. 특히 거주 공간인 더샵스타시티 아파트는 35~58층 4개동에 1177가구가 있는데, 모두 129~327㎡짜리 대형 평형이다. 이곳엔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정재계 인사와 유명 연예인이 여럿 산다. 이렇게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주민이 대거 들어오면서 상권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2009년 문을 연 시니어 전용 레지던스인 더클래식500도 자양동이 강북의 신흥 부촌으로 자리잡는 데 한 몫했다. 몸만 들어가면 되는 호텔식 주거공간에 스파·골프연습장·북카페 등이 한데 있어 살기 편리하다. 2년 기준으로 보증금은 10억원에 달하고 매달 관리비 250만원(1인 기준)을 낼 정도로 가격이 만만치 않다. 그런데도 380세대 모두 차 있어 새로 들어가려면 최소 두달 이상 기다려야 한다.



뿐만 아니다. 스타시티에서 뚝섬유원지쪽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이튼타워리버와 트라팰리스 등이 잇따라 들어서며 고급 주상복합단지가 형성됐다.



자연스레 유입 인구가 늘었다. 광진구에 따르면 스타시티와 이튼타워리버1~5차 등이 있는 자양3동의 2007년 인구는 입주 전인 2006년에 비해 3100여명 증가했다. 전해 350명이 증가한 것에 비하면 9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특히 40평대 기준 전세 가격이 10억원 정도로, 주민의 경제적 수준은 잠실 아파트 단지와 비슷하다.



40년간 자양동에 살았다는 전창원 우리공인중개사무소 부장은 “아파트 가격이 잠실 단지와 비슷하다보니 새로 이사온 사람 대부분 중산층 이상일 수밖에 없다”며 “특히 더샵스타시티는 강남에서 넘어온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더샵스타시티에 사는 60대 주부 한모씨는 “우리 아파트엔 자양동이나 성수동에서 줄곧 살아온 지역 토박이보다 강남이나 용산 등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이 더 많아 꼭 초기 분당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더클래식500 입주자의 60% 이상이 강남·서초·송파 3구 출신이다. 더클래식500 회원관리센터 공준환 과장은 “입주자 상당수가 압구정 현대아파트와 도곡동 타워팰리스, 삼성동 아이파크에서 왔다”고 설명했다.



더 클래식 500 건물 1층 KB국민은행의 GOLD&WISE 스타시티 PB센터가 이런 달라진 자양동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PB센터란 철저하게 돈을 따라다닌다. 광진구에 딱 하나 있던 광장동 PB센터를 접고 2009년 지금의 자리로 이전해 왔다는 사실 자체가 자양동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준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금융사는 고객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며 “광장동보다 부자 고객이 더 많다고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더클래식 500 공 과장은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다른 지역엔 금융회사 지점이 줄고 있지만 이곳은 다르다”며 “보험사 등 각종 금융회사에서 입주하고 싶다는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부자동네를 가늠하는 하나의 척도는 아파트 상가에 입주한 피트니스 센터나 골프연습장이다. 상가정보업체 상가뉴스레이다 선종필 대표는 “두 시설을 이용하려면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동시에 있어야 한다”며 “보통 고급 아파트촌에 두 시설이 함께 몰려있다”고 말했다.



회원권 보증금이 3800만원, 연 회원비가 250만원인 더클래식500 피트니스 센터 외에도 새로 들어선 아파트 상가엔 대부분 두 시설이 있다. 특히 이튼타워리버 5단지 상가엔 상점이 11개 뿐인데도 구중 피트니스 센터가 있을 정도다.



(3)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주민이 많다보니 상가마다 빠지지 않고 피트니스 센터와 골프연습장이다. 더클래식500의 피트니스 센터는 보증금 3800만원에 연 회원비가 250만원으로, 웬만한 호텔 회원권 가격과 비슷하다. (4) 라몽떼는 프랑스 전통빵과 디저트를 판매한다. 프랜차이즈 빵집보다 2배 가까이 비싸지만 강남에서까지 찾아올 정도로 인기다. (5) 주상복합 상가엔 싼 맥주집 대신 이자카야가 많다. 이튼타워리버 1차 상가의 한 이자카야.
살기 편리하긴 한데



이곳의 장점은 젊은층부터 노년층까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편의시설이다. 송파구 신천역 인근의 재건축 단지인 엘스·리센츠 아파트처럼 주민이 한 곳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백화점·대형마트·쇼핑몰·영화관 등 각종 편의시설이 몰려있고, 초·중·고는 물론 대학교까지 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에서 30년 넘게 살다 2012년 더클래식500에 입주한 강모(68)씨는 “처음엔 강남을 벗어나는 게 싫었지만 막상 와보니 생활편의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만족한다”며 “무릎이 안 좋아 매주 2~3번 치료받아야 하는데 대학병원이 가까이 있어 든든하다”고 말했다.



강남과 가깝다는 지리적 장점도 무시할 수 없다. 청담대교나 영동대교만 건너면 차로 15분이면 청담동이나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을 갈 수 있다. 또 지하철 2·7호선 건대입구역, 그리고 7호선 뚝섬유원지역이 붙어있는 등 대중교통도 편리하다.



이런 이유로 잠실 대신 자양동을 택했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2년 전부터 이튼타워리버 입주를 기다리다 한달 전 이사온 명균성(34)씨는 “처가가 잠실동이라 자주 가는데 차가 너무 많아 불편하다”며 “외식을 많이 하는 편인데 다리 하나만 넘으면 바로 청담동이라 잠실보다 오히려 더 편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한된 일부 아파트 단지 중심의 고급상권은 오히려 이 일대 상권 발전에 걸림돌이라는 의견도 있다.



여옥경 한양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건대역을 중심으로 스타스티쪽과 다른 쪽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며 “땅 주인인 건국대에서 그곳을 개발할 당시엔 청담동에서 신사동으로 이어지는 강남 고급상권처럼 이 일대를 모두 고급화하려고 했지만 계획대로 안돼 이도저도 아닌 상권이 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여 교수는 “인근 지역 개발과 관련한 주민과의 합의, 길 한가운데 있는 고가다리같은 지형물 등 여러 이유 때문에 뻗어나가지 못하고 아파트가 있는 한 블록으로 한정돼 스타시티가 들어선 개발 초창기보단 상권 주목도가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편리한 교통은 주거지역으로서는 장점이지만 상권 형성엔 방해요인이기도 하다. 집 앞에 백화점·마트·전문 쇼핑몰·카페·은행·레스토랑·재래시장까지 갖춰져 있지만 이곳 주민들의 주요 생활 터전은 여전히 강남이다. 압구정동에서 온 강씨 역시 모임이나 쇼핑을 위해 일주일에 2~3번 강남으로 넘어간다. 그는 “스타시티 단지 내에 있는 롯데백화점과 이마트 재래시장에선 장을 보고 옷·신발·가방 등 명품 잡화는 전부터 다니던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본점에서 산다”고 말했다.



상권이나 부동산 등을 연구하는 전문업체에선 이곳을 주요 상권으로 아예 보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다. 글로벌부동산 종합서비스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김성순 이사는 “이태원이나 홍대, 압구정, 서래마을, 청담동처럼 패션이나 맛집 등 트렌디한 곳 중심으로 상권을 분석한다”며 “자양동은 그런 기준에는 못미친다”고 말했다.



강남서‘빵지순례’오는 라몽떼



하지만 자양동에도 강남 못지않은 맛집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대표적인 게 라몽떼다. 서울의 대표 윈도우 베이커리로 손꼽히는 홍대 퍼블리크 출신의 장은철 셰프가 지난해 문을 연 집이다. 라몽떼는 일반 프랜차이즈 빵집에 비해 가격이 두 배 가까이 비싸지만 이 지역 주민 뿐 아니라 원정 오는 고객도 적지 않다. 장 셰프는 “매장에 오는 고객을 보면 지역 주민이 80%”라며 “특히 유모차 끌고 오는 젊은 주부가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매장 오픈 1년만에 리뉴얼을 다시 하며 좌석을 확장했다.



여 교수는 “스타시티가 들어서면서 자양동에 중산층 유입이 많아지고 고객층 자체가 30대 이상 구매력 있는 연령대로 확대돼 고급 음식점이 들어서는 등 상권이 커진 건 맞다”며 “하지만 더 커지기 어려운 점 등 한계도 분명하다”고 말했다.



글=송정·심영주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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