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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다(多)자녀 학부모 배려할 순 없나요"

학부모총회 참석을 위해 강남의 한 중학교에 들어가는 학부모 모습. 김경록 기자


“참석하라는 건가요, 말라는 건가요.”

초·중·고 같은 날 열린 학부모 총회



 중1, 초3 자녀를 둔 김모(44·잠원동)씨는 3월 초 가정통신문을 보고 적잖이 당황했다. 두 아이가 다니는 같은 동(洞)에 있는 중학교와 초등학교가 한날 한시에 학부모 총회를 연다고 알려왔기 때문이다. 둘 다 같은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교실을 옮겨가며 참석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학교가 다르니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했다. 그는 “고민 끝에 첫째가 처음 입학한 중학교 총회에 갔다”며 “나 뿐 아니라 비슷한 상황인 집이 많을텐데 다음부터는 다(多)자녀 학부모를 위해 인근 초·중·고가 총회 날짜를 좀 조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많은 학교가 한날 한시에 총회를 열기 때문에 곤혹스런 상황을 겪는다는 학부모가 많다. 워킹맘이 업무 시간 중이라 참석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아니다. 전업주부라도 둘 이상의 자녀가 각각 다른 학교에 다닐 때 이런 선택의 갈림길에 놓이는 거다. 대부분 대학 입시가 더 임박한 고등학교를 가거나, 새로 입학한 학교를 간다. 특히 고등학교는 입시 설명회와 함께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총회를 빠지면 입시 정보를 놓칠 수 있어 동생들은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거다.



 학부모 총회는 학부모와 담임교사가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하는 자리다. 학교 운영 위원을 뽑고, 교육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는 등 공식적인 행사도 있지만, 더 중요한 건 담임교사를 비롯해 같은 반 엄마들과 안면을 익히는 거다. 그래서 시간적 여유가 없는 워킹맘도 연차를 내고 참여할 정도다. 그런데 전업주부인데도 총회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니 당황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강남 3구 초·중·고의 학부모 총회가 몰린 19일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나는 둘째 초등학교에, 친정 엄마는 첫째 중학교에 갔다”거나 “남편이 연차 내고 둘째 학교에 갔다”는 등의 글이 여럿 올라오기도 했다.



 서초구 잠원동에 붙어있는 학교 3곳(신동초·신동중·경원중)은 모두 19일에 총회를 열었고, 압구정동에 있는 6개 학교 중 압구정초·압구정중·신사중·압구정고 등 4개 학교도 이날 총회를 했다.



 총회 일정은 전적으로 학교 자율이다. 하지만 보통 3월 셋째 주, 그중에서도 수요일에 많이 열린다. 첫 1~2주는 담임교사가 학생을 아직 파악하기 전이고, 학부모 운영 위원회 임기가 3월 31일까지라 그 전에 새로운 임원을 뽑아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학교에서 조금만 신경 쓰면 얼마든지 인근 학교와 다른 날에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학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강남 한 중학교 교사는 “학교와 교사의 고충도 이해해 달라”며 “학부모 사정 하나 하나 신경 쓸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학부모 의견을 수용해 방안을 마련 중인 곳도 있다. 신동초 김희영 교장은 “이번 총회 때 일정이 겹쳐 못 온 학부모들이 다음부터 신동중과 날짜를 다르게 해 달라고 건의했다”며 “다음 행사부터는 신동중과 논의해 결정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최미숙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대표는 “정부가 여성 일자리 고용에 집중한다면서 현장의 문제점에는 전혀 귀 기울이지 않고 있다”며 “이런 사소한 것부터 고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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