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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사회적 죽음

라이프치히 출장길.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연결편을 기다려야 하는 시간은 무려 네 시간이 넘었습니다. 그 오랜 시간을 어떻게 견디랴 싶어 몇 권 챙겼습니다. 별 생각 없이 골랐는데 펴보니 마침 떠남에 관한 책이 있었습니다. 『설탕의 맛』이라는 에세이에서 저자 김사과씨는 이렇게 적었네요.

“지난 시대 사람들은 여행을 통해 강해졌다. 혹은 풍요로워지거나, 아름다운 것을 만들어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시대 여행이란 소비와 다르지 않다.”

그러면서 다시 묻습니다. “왜 나는 여행을 떠나야 하는가? 왜 인간들은 떠나는가? 과연 우리에게 발견될 세계가 더 남아있는가?”

어슷비슷한 도시로, 또 휴양지로 떠나 늘 먹던 것을 먹고, 늘 보던 것을 사는 우리들. 진정한 여행의 의미란 과연 무엇일까요.

“여행을 통해 사람들은 사회적 죽음을 겪는다. 자기가 속한 사회에서 벗어남으로써 부재를 경험한다. 나 없이도 잘 돌아가는 세상을 지켜보며 자신의 가치를 생각한다.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사회적 존재로서 부활하는 기쁨을 누린다. 이것이 여행이 주는 진정한 의미다.” 대략 이런 투로 여행의 의미를 풀어냈던 게 무라카미 하루키였던 것 같습니다만, 여행과 달리 출장이란 시스템은 사회적 죽음마저도 쉽게 허락하질 않네요.

그저 공항 소파에서 ‘군중 속의 고독’을 느끼며 책을 읽다가, 졸다가 하며 아무 생각 없이 네 시간을 지낼 수 있었음을 감사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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