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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독·강연·대담 작가와 독자들 가까이 더 가까이

1 2014 라이프치히 도서전 한국관 모습. ‘한식’을 주제로 했다.
2 독특한 모습으로 책을 전시한 독일 부스.
라이프치히. 종교개혁을 이끈 루터가 성직자 에크와 격렬한 면죄부 논쟁을 벌였던 곳. 바흐가 ‘마태 수난곡’을 초연했고, 바그너가 태어난 곳. 이곳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한 괴테가 『파우스트』를 구상한 곳. 니체가 쇼펜하우어를 접하며 깨달음을 얻은 곳. 그리고 네오 라우흐가 독일 현대 미술을 이끌고 있는 곳-.

3월 13~16일 열린 라이프치히 도서전

독일 문화의 거점인 이 유서 깊은 도시는 인쇄와 출판의 도시이기도 하다. 제2차 세계대전 전까지 독일 출판물의 절반이 이곳에서 발행됐다. 하지만 분단 이후 책의 도시라는 명성은 서독의 경제적 후광을 등에 업은 프랑크푸르트로 넘어갔다.

그럼에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라이프치히는 특별한 곳이다. 매년 10월 열리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이 출판계 사람들이 중심인 비즈니스 행사라는 성격이 강하다면, 매년 3월 열리는 라이프치히 도서전(Leipziger Buchmesse)은 일반 독자와 작가 등 책 관계자들과의 ‘만남’에 방점이 찍힌다. 지난해에는 43개국에서 2069개 출판사와 기관이 참가한 가운데 무려 16만8000명의 관람객이 이곳을 찾았다. 단 4일 행사에.

인구가 50만여 명에 불과한 옛 동독의 작은 도시로 이 많은 사람이 몰려드는 이유는 뭘까. 13일부터 16일까지 진행된 올해 행사에는 42개국에서 2194개 출판사와 기관이 참가했다. 마침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국제문화도시교류협회가 주관하는 한국관도 문을 열었다. 전시장은 고서(古書)와 디지털북이 공존하는, 곳곳에서 낭독과 대담과 경청이 줄을 잇는 문향(文香) 가득한 ‘멋진 신세계’였다.

3 라이프치히 활자 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옛날식 활판. 박물관 측은 간단한 활판 인쇄를 전시장에서 재현하며 인쇄출판도시로서의 역사성을 부각했다. 4 젊은 일러스트 감각을 뽐낸 독일 미대 학생들
베스트 디자인 북으로 선정된 책의 표지들
출판사 부스마다 ‘대화석’ … 200석 스탠드 마련한 곳도
15일 오전 10시 라이프치히 도서전이 열리는 국제전시관 입구. 차단기를 올리자 줄을 서 있던 사람들이 말 그대로 ‘쏟아져’ 들어온다. 행사 개막일도 아닌데 무슨 백화점 세일 행사 첫날 같다. “사람에 떠밀려 다닌다”는 이기웅(74·열화당 대표) 사단법인 국제문화도시교류협회 이사장의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그들 틈에 끼여 다섯 개 전시관과 메인 홀을 차례로 둘러보니 몇 가지 독특한 점이 눈에 띄었다. 가장 큰 특징은 출판사 부스 사이사이로 ‘대화’의 자리가 많았다는 점. 의자 10여 개를 배치한 곳부터 200명가량 앉을 수 있는 극장형 스탠드까지 다양했는데, 빈자리가 거의 없어 보였다는 점도 놀라웠다.

“독일 사람들은 말하고 듣고 토론하는 것을 정말 좋아해요. 항상 ‘바룸(Warum·왜)?’ ‘바룸’ 하죠. 여기 작가와의 대화 시간표가 참 빽빽하죠? 그런데 자리가 없잖아요.”

5 젊은 부모와 어린이를 위한 쉼터 6 판화 체험 코너
라이프치히 예술대학에서 미디어 아트를 공부하며 지난해부터 한국관 행사를 돕고 있는 손창안씨의 설명이다. 라이프치히 지역 신문사와 국영 ARD방송사가 주최하는 세미나와 콘퍼런스는 각 전시장의 중심을 이끌며 세계 출판계의 흐름을 짚어주고 있었다. 작가가 직접 책을 읽어주는 낭독회, 만화책을 대형TV를 통해 슬라이드 영상으로 보여주며 책 속의 대화를 읊는 코너도 흥미로웠다.

10년째 도서전에 참가하고 있다는 고서적상 만프레트 노스부슈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은 주말 이틀만 일반인이 올 수 있지만 라이프치히는 나흘 내내 누구나 올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전시장뿐 아니라 시내 뮤지엄·갤러리·커피숍 등 도시 전체가 낭독회와 토론회 등 책의 행사로 들썩거린다”고 말했다.

7 코믹함을 강조한 의자. 책상과 의자 코너에서 볼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인쇄 및 예술 등 관련 업종과의 연관성을 자연스럽게 소개하고 있다는 점. 라이프치히 활자 뮤지엄에서는 납활자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또 마인츠에 있는 구텐베르크 뮤지엄은 활판 인쇄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시연과 체험을 통해 보여주며, 특히 어린이들로부터 인기를 끌었다. 또 독일 내 여러 미술 대학이 저마다 부스를 꾸며 젊은 예술 감각을 보여주는가 하면 연세 지긋한 삽화가들은 직접 자기 작품을 소개하는 코너를 꾸렸다. 세대를 초월해 북 디자인의 흐름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었다.

도서전의 하이라이트인 ‘글씨와 책예술’ 코너에는 ‘베스트 북 디자인’에 선정된 책들이 5단 책장에 나라별로 전시되고 있었다. 표지를 조각처럼 만든 덴마크 책을 비롯해 여러 겹 사용한 겉표지를 차례로 잘라 등고선 효과로 제목을 강조한 중국 책, 밤하늘에 가득한 별자리를 선명한 사진으로 만든 일본 책 등이 돋보였다.

세 번째는 초대형 코스프레 축제를 겸하면서 젊은 매니어층을 도서전시장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이다. 코스프레란 코스튬 플레이의 일본식 조어로 만화나 영화 속 주인공과 같은 의상·액세서리를 착용하며 동질감을 느끼는 일종의 가면 무도회인데, ‘망가(일본 만화)의 세계’가 열린 1관은 전 유럽에서 모인 팬들로 인산인해였다. 세일러문, 슈퍼맨, 이누야사, 슈렉 등 유명 캐릭터 차림을 한 젊은이들이 도서 전시장을 몰려다니다가 앉아서 책을 보는 모습은 초현실적인 볼거리였다.

8 한국관에 차려진 7첩 반상 모형
9 한국의 맛 연구회 회원들이 한식 체험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10 한국관을 둘러보는 관람객들
한국관 올해 주제는 한식 … 방문객들 김치에 관심
국제관인 4관의 한가운데는 올해의 주빈국인 스위스관 자리다. 베이지색 사다리꼴 모양의 갓이 달린 전형적인 스탠드 100여 개 아래 각종 책을 배치해 집에서 책 읽는 느낌을 물씬 풍기게 했다. 한국관은 스위스관 바로 맞은편 목 좋은 길목에 있었다.

올해 한국관의 주제는 한식(韓食). ‘자연의 지혜로 빚은 점잖은 음식’이라는 부제를 붙였다. 이를 위해 다양한 한식 관련 책을 준비했다. 1460년 필사된 『식료찬요(食療簒要)』 원본을 비롯해 『음식디미방』『규합총서(閨閤叢書)』 등 음식 관련 옛 문헌 영인본과 『조선요리제법』(1937년) 등 근대 요리 관련 문헌, 서울YWCA 등 외국인들이 만든 한국 음식 조리서 같은 희귀 자료도 곳곳에 배치했다. 한국박물관협회에 소속된 박물관과 미술관, 한국문학번역원, 각종 출판사에서 기증한 관련 도서 900여 권 중에서도 고르고 추렸다.

또 전통 상차림인 백자 7첩 반상, 유기 5첩 반상, 옻칠한 목기 3첩 반상을 차려놓고 조각보 장식과 모형 음식물까지 담아 외국인들의 이해를 도왔다. 독어·영어·한국어판으로 만든 한국관 저널에는 ‘한식의 특징, 그리고 일상식과 시절식’이라는 자세한 글을 사진과 함께 실었다.

한국의 맛 연구회 이춘자 고문과 이미자 부회장, 이근형 재무이사가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미리 준비해간 약식과 다과, 호두를 넣은 곶감, 오미자차를 관람객에게 권했다. 이 고문은 “김치에 관한 질문이 구체적이었다”며 “하얀 게 자꾸 뜨는 데 이유가 무엇이냐는 등 담가 먹는 방법을 궁금해하더라. 요리책을 사고 싶다는 사람도 많았다”고 관심과 열기를 전했다.

쌍둥이 자매 로레다 라자루와 다이아나 라자루(30)는 행사 기간 내내 한국관을 찾아 더듬더듬 한글을 읽던 열성팬. “한글은 다른 아시아 언어에 비해 쉬워 공부를 시작했다”는 이들은 “한국 음식은 아직 먹어본 적이 없는데 요리책을 샀으니 집에 가서 이대로 해먹어 보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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