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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중국요리 트렌드] 中餐西吃 덜어 먹는 대신 1인 접시에 … 新派師傅 영셰프들이 퓨전요리 주도

양종대 리츠칼튼호텔 주임의 금상 요리 ‘갈릭 새우구이’① 와 ‘쇠고기 팔보 가지 요리’② , 대상 요리 ‘굴소스 쇠고기 볶음’③.


“자유(加油·파이팅)! 자유!”



 지난 5일 홍콩의 중화추이(中華廚藝)학원. 흰색 요리모와 앞치마를 착용한 중국음식 요리사 48명이 기합처럼 소리치며 등장했다. 한국·중국·일본·대만·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 6개 국가 40세 이하의 젊은 요리사들이었다. 홍콩의 소스 기업 이금기(李錦記)가 주최하는 ‘영셰프’를 위한 국제중식요리대회가 열리는 자리였다. 대회의 주제는 ‘전통과 열정: 중국음식의 새로운 장’.



 시작을 알리는 구령 소리에 참가자들의 손놀림이 빨라졌다. 주어진 시간은 90분. 사용할 수 있는 재료는 쇠고기와 새우, 중국식 소스와 약간의 야채뿐. 한국팀 코치 자격으로 참가한 왕전생(44) 63빌딩 백리향 과장은 “외부 재료도 쓸 수 없고, 시간이 철저하게 계산된 중국요리대회는 처음 본다”고 말했다. 마지막을 알리는 구령 소리 후 48명의 접시에는 개성 넘치는 산해진미들이 담겨 있었다.



 ‘중찬서흘(中餐西吃)’. 중국음식을 서양음식처럼 먹는다는 뜻이다. 요즘 중국요리에 불고 있는 서양음식의 영향을 일컫는 말이다. 대회에서도 이 흐름은 확연했다. 대상 격인 ‘지존금상’을 차지한 대만 요리사 좡위셴(莊育賢)은 한 입에 먹기 좋은 쇠고기 요리를 선보였다. 대형 접시에 음식을 한꺼번에 담아 각자 떠먹도록 하는 중국 전통 방식보다 1인용 서양접시에 어울리는 요리다.



 대회에 참가한 한국 선수는 8명. 모두 10년 이상 경력의 베테랑이다. 그중 3명이 한국인이다. 한국팀 중 양종대(35) 리츠칼튼 호텔 취홍 주임이 금상을 수상해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그가 선보인 요리는 ‘쇠고기 팔보 가지 요리’와 ‘갈릭 새우구이’였다. 가지 안에 등심과 새우살·가리비를 다져 오븐에 구웠다. 양 주임은 토종 한국인이다. 서울 마포 가든호텔에서 주방 허드렛일을 시작했다. 고된 일과에 다리에 쥐가 나 잠을 이루지 못한 날이 많았지만 짬을 내 중국어학원에 다닐 정도로 악착같이 중국요리에 매달렸다. 그는 “선배 세대는 한국 사람이 주방에 들어와도 허드렛일만 시켰지만 지금은 다르다. 음식 노하우를 서로 공유하면서 기술력을 높여간다”고 말했다.



이문정 쉐라톤워커힐호텔 주임(동상 수상)이 5일 이금기 영셰프 국제중식요리대회에서 두부에 모양을 내고 있다. 유일한 여성 참가자다. [사진 이금기]
 중국요리가 본격적으로 국내에 들어온 건 1883년 인천 개항 이후다. 그로부터 20여 년 후인 1905년에 문을 연 중국식당 공화춘은 한국식 짜장면을 처음 선보이며 중국요리 전성시대를 열었다.



 국제중식요리대회에서 화교가 아닌 한국인 요리사가 상을 탄 건 이례적이다. 원래 국내 중국요리계에서 화교의 영향력은 막강했다. 중국식당 주방에 화교가 아니면 들어갈 수도 없었다. 화교 숫자가 줄고 1990년대 들어 국내 대학에 조리학과가 개설되면서 한국인 요리사가 중국식당 주방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번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낸 한국인 요리사들도 이 시기에 대학에 입학해 경력을 쌓았다.



 대회에 참가한 유일한 여성 요리사인 이문정(34) 쉐라톤워커힐호텔 주임도 한국인이다. 수원여대 조리과를 졸업해 호텔에 입사했다. 이 주임은 “무거운 중국식 프라이팬을 들고 버티기 위해 이를 악물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래도 중국요리에서만 볼 수 있는 불의 매력에 빠져 박사 학위까지 땄다. 그가 이번 대회에서 동상을 차지한 요리 ‘3월에 핀 꽃’은 다진 새우를 꽃 모양으로 튀긴 뒤 카레소스와 함께 끓이고 두부완자와 곁들여 먹도록 했다.



 ‘허브소스를 곁들인 쇠고기’로 동상을 차지한 경남 진해 출신인 조재홍(33) 하림각 조리과장의 아버지는 중국음식점 주인이었다. 조 과장은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지방대 조리과에 진학하며 중국요리사의 길을 선택했다.



 대회 출전 선수 중 맏형 격인 왕업륙(37) 조선호텔 부주방장은 화교다.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줄곧 살았다. 인천 공화춘의 식당 마당을 놀이터 삼아 지냈다. 경력 20년차 답게 그는 이번 대회에서 외양보다 맛으로 승부를 걸어 은상을 탔다. 그가 선보인 요리 ‘홍콩부귀새우’는 찐 새우와 가리비에 홍식초와 설탕으로 맛을 냈다.



 중국에선 이들처럼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젊은 요리사를 가리켜 ‘신파사부(新派師傅)’라 부른다. 음식의 새로운(新) 갈래(派)를 여는 요리사(師傅)를 뜻한다. 신파(新派)는 인터넷도 잘 쓴다. 최연소로 서울 임패리얼팰리스호텔에서 주방장이 된 화교 출신 진속림(36)씨는 요리를 위해 인터넷 친구 맺기 사이트인 페이스북을 자주 활용한다. 미슐랭 가이드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식당의 요리사와 친구를 맺어 노하우를 주고받는다.



 ◆126년간 4대째 가족기업으로 이어온 이금기=이금기의 4대 회장을 맡고 있는 찰리 리(李惠中·53)는 “최근 요리 트렌드에서 중식은 이렇게 만들고 한식은 저렇게 만들어야 한다는 구분이 사라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음식 애호가인 그는 “한국의 짜장면 춘장에 이금기 굴소스로 볶으면 맛이 더욱 살아난다”고 말했다.



 이금기는 4대째 내려오는 가족 기업인만큼 규율도 엄격하다. 핵심 가족 7명이 석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가족위원회 회의를 연다. 1980년대 심한 재산 분쟁을 겪고 나서부터다. ‘가족헌법’에는 ▶결혼을 늦게 해서는 안 되고 ▶이혼을 해서도 안 되며 ▶혼외 관계도 가져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있다. 이 조항을 어겼을 때 가족위원회에서 퇴출된다. 리 회장도 “학생 때부터 10년간 연애한 여자 친구와 결혼했다”며 손가락에 낀 낡은 결혼반지를 들어 보였다.



홍콩=김민상 기자



1970~80년대 중화요리 4대 문파, 지금은 …



지난 60년간 수타면 하나로 서울 마포 일대를 평정했던 중국음식점 ‘현래장’. 마포대교 북단에 위치한 이 음식점을 운영하던 주명연(사진) 사장이 2012년 58세의 나이에 뇌출혈로 세상을 떠났다. 1955년부터 이어온 이 가게는 아들 주세웅(30)씨가 물려받았다.



 그해 말 마포대로 맞은편 삼창프라자 지하 1층 ‘복성각’이라는 중국음식점이 들어왔다. 서울 신촌 연세대 앞에서 건물 4개 층을 모두 썼던 복성각은 평일에도 자리가 없어 줄을 서야 했던 전설의 맛집이다. 주기준(57) 복성각 사장은 “홍익대 인근 상권이 커지면서 신촌은 유동인구가 줄어 장사하기가 힘들어졌다”며 “아들에게 가게를 물려주기 위해 규모도 줄여 왔다”고 설명했다.



 70~80년대 마포에서 동부이촌동까지 아우르는 이 지역 최강자는 ‘홍보석’이었다. 경성 4대 문파(門派) 중 하나였던 당시 홍보석은 남진, 앙드레 김 등 정상급 연예인들의 단골 아지트였다. 당시 홍보석에서 근무했던 왕육성(62) 코리아나호텔 대상해 대표는 “홍보석이 새로 도입한 사천요리는 장안에서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웠다”며 “젊고 패기 있는 요리사는 누구나 홍보석에 들어가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다른 4대 문파는 서울 을지로 아서원, 명동 호화대반점, 장충동 팔선이었다. 아서원은 국내 최초로 LP가스를 사용한 신식 주방을 들여 놨고, 호화대반점은 곰발바닥찜과 자라찜 등 보양식으로 이름을 떨쳤다. 현재까지 남아 있는 유일한 4대 문파인 팔선은 신라호텔에 자리 잡고 샥스핀 등 고급 요리를 대중화하는 데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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