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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 남성만 병역, 양성평등에 어긋나나

[일러스트=박용석 기자]


최근 헌법재판소가 “남성에게만 병역 의무를 부과한 병역법 규정은 합헌”이란 입장을 재확인했다. 신체적 능력 측면에서 남성이 전투에 더 적합하다는 점 등을 그 이유로 들었다. 이에 대해 “급속한 사회 변화로 여성이 남성보다 뒤진다고 볼 수 없는 만큼 양성평등 차원에서 여성에게도 병역 의무가 부과돼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두 갈래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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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일방적 희생만 강요해서는 안 된다



김상겸
동국대 법대 교수
얼마 전 헌법재판소는 건강한 일정 연령의 남자에게만 병역의 의무를 규정한 병역법 제3조 제1항에 대해 위헌이 아니라고 했다. 이 병역법 조항에 대해 2011년에도 헌재는 합헌이라고 하였지만, 당시에는 두 명의 재판관이 위헌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3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헌재의 입장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남녀 사이엔 신체적 차이가 있고 신체적 능력에 따른 전투 적합성을 판단할 때 남자에게만 병역의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자의적 차별이라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헌재가 남녀 간의 신체적 차이를 이유로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한 것은 인간사회의 발전 과정에서 오랜 기간 형성된 인식에 기초하고 있는 것으로 타당한 면이 있다. 하지만 오늘날 인간사회는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격변의 시기를 거치고 있고,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인식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경험하고 있다. 특히 남녀 간의 역할 구분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병역의 의무는 병역법에 규정돼 법률상의 의무처럼 돼 있지만, 실상은 헌법 제39조에 따른 헌법상 의무이다. 병역법은 남자에게 병역의 의무를 부과하면서 신체적·경제적 여건을 고려해 예외를 두고 있다. 그럼에도 병역의 의무로 인한 희생이 크기 때문에 병역을 기피하기 위한 비리가 계속 발생하고 ,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도 야기되고 있다.



 남자에게 병역의 의무는 아킬레스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년기는 한창 공부에 열중해 인생을 설계해야 할 시점이다. 최근 청년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복무로 인해 3~4년의 시간을 보냄으로써 경쟁사회에서 엄청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병역의 의무가 더욱 기피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국가의 병역 의무 부과는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다. 하지만 의무복무를 마친다고 해도 특별한 혜택이 없는 실정에서 누구도 기꺼이 입대를 원하지 않는다.



 헌재의 결정은 너무 고정관념에 매몰된 결정이다. 지금은 과거처럼 육탄전이 필요한 시기가 아니다. 첨단의 전자장비가 국방력을 좌우하게 되면서 보병의 수로 국방력을 평가하기 힘들다. 사관학교, 대학의 ROTC 등에서 이미 여성의 진출은 보편화되고 있다. 또한 병력이 대치하는 전방과 달리 후방에서 다양한 형태로 복무가 가능하 다.



 병역의 의무가 국가와 국민, 그리고 내 가족을 지키는 신성한 의무라는 시대는 지났다. 어느 누구도 일방적인 희생만 강요하는 병역의 의무를 합리적 차별이 허용되는 영역이라고 할 수 없다. 이제 성별을 떠나 누구든지 적령기에 있으면 병역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아울러 그들에게 상대적 상실감 내지 박탈감을 주는 결과가 초래되어서도 안 된다. 현실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인식의 전환을 받아들여야 할 시점이다. 의무복무자들에게 그들의 일방적인 희생에 따르는 대가를 어떤 방법으로든 지불해야 한다. 아니면 국민 누구나 어떤 형태로든 병역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생각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김상겸 동국대 법대 교수





남녀 차이 큰 영역 … 평등이 잣대 될 수 없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양성평등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많은 것이 바뀌고 있다. 그러나 개중에는 바뀌지 말아야 할 것도 적지 않다. 평등은 모든 것을 획일적으로 같게 취급하는 것이 아니다. 동일한 대상이라 하더라도 ‘같은 점은 같게, 다른 점은 다르게’ 취급하는 것이 요청된다. 양성평등 역시 남성과 여성이 같이 취급돼야 할 점과 달리 취급돼야 할 점을 합리적으로 구분하는 가운데 실현돼야 한다.



 어떤 점을 같게 취급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도 사회현실의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예컨대 남성과 여성의 직업적 경력에 대한 평가 내지 그에 대한 대우가 그러하다. 하지만 병역의 문제는 -적어도 아직은- 남성과 여성을 획일적으로 같게 취급할 사안이 아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사회활동의 대부분이 육체적 근력보다 정신적 능력을 필요로 하며, 이 점에서 남성과 여성을 차별할 이유는 없다. 그럼에도 업무 성격에 따라서 남성 또는 여성을 선호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병역의 경우 획일적 규율에 따른 신체활동이 주를 이룬다. 따라서 남성과 여성의 신체적 차이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둘째, 여성의 경우 출산과 육아라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부담을 지고 있다. 헌법에서도 모성의 보호에 관한 특별규정을 두고 있다. 그 부담이 군복무보다 훨씬 가벼운 것이라고 단언하기 어렵다. 물론 시기의 조절과 병과의 배려 등으로 군복무를 가능케 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는 여성의 병역복무를 전제한 것이지 남성과 여성에게 병역복무 자체가 같은 의미를 갖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셋째, 지원병제도를 채택한 국가들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의무병제도다. 따라서 일정한 결격사유가 없는 모든 남성은 군복무를 해야 한다. 이 상황에서 여성들까지 모두 군복무를 하게 될 경우 관련 비용 증가 등 문제점들이 간단치 않다.



  대부분의 반대논거는 정확한 현실 분석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고 본다. 여성의 병역 의무를 인정함으로써 군복무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주장은 군사력 약화의 위험성을 간과한 것이다. 여성에 대해 군복무에 갈음하는 공익복무를 시키면 된다는 주장은 공익복무 에 따른 기회비용을 경시하고 있다. 노르웨이에서 여성의 군복무를 인정한 것은 북한과의 대치상황에서 우리 군의 역할이 노르웨이 군대와는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스라엘의 경우에는 전체 인구와 적정 군인 수라는 측면에서 우리와 다른 점이 있다.



 헌법재판소가 남성에게만 병역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평등 위반이라고 주장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현행 제도가 합헌이라고 인정한 것은 이런 점들에 근거한 것이다. 더욱이 군사력 약화 및 비용 증가에 대해서는 국방부가 직접 이를 주장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사회현실이 또다시 달라지고, 무엇보다 군대의 역할이 달라질 수 있다. 군인의 역할 및 업무방식이 크게 바뀔 경우에는 이 문제도 새로운 관점에서 재검토할 필요성이 생길 수 있다. 적어도 현시점에선 아직 아니라고 본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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