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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똥말 '차밍걸' 위대한 패배의 기록

101번의 아름다운 도전

이해준 지음

중앙북스, 208쪽

1만3000원




혈통부터 보잘 것 없었다. 왜소한 체구에 예쁘장한 몸매. 이름은 ‘차밍걸’. 2008년 1월부터 2013년 9월까지 101번의 경마 레이스를 펼친 경주마다. 단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고 늘 그저 그런 레이스를 펼쳤다. 차밍걸은 반에서 성적이 중간쯤 가는 얌전한 아이 같았다. 학기가 끝나도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책은 승리만이 칭송받는 경마의 세계에서 한 경주마가 쌓아올린 패배의 기록이다. 그 패배가 초라하지 않은 이유에 대한 묵묵하고 솔직한 답변이다. 고만고만한 삶을 살다 평범한 성과를 거두고 조용히 은퇴하는 이 세상의 장삼이사들을 위한 이야기다. 남들보다 뛰어나지 못하다는 이유로 어깨가 축 쳐져 있을 이들에게 건네는 위로다.



 차밍걸은 101전 101패의 성적을 거뒀다. 경주마의 전적을 승패로 기록할 때, 1등을 차지했을 때만 승리로 친다. 차밍걸은 3등도 8번뿐, 2등은 아예 못했다. 당연한 결과다. 강한 경주마가 갖춰야 할 조건에서 멀찍이 떨어진 말이었으므로.



 경마 전문가들은 그 조건을 체구와 근성, 크게 두 가지로 꼽는다. 차밍걸의 몸무게는 좋은 경주마보다 100㎏이나 덜 나갔다. 그러니 보폭이 짧았고 폐활량도 적었다. 어린아이가 어른에게 덤비는 꼴이다. 게다가 근성도 없었다. 제 몸 돌아보지 않고 아예 부서져라 달리는 오기가 부족했다.



 대신 차밍걸은 자신의 한계 안에서 꾸준히 최선을 다했다. 기를 써도 따라잡을 수 없는 천부적 조건 앞에서, 자신에게 맞춤한 생존 전략대로 달렸다. 자기 깜냥을 아는 것, 그게 차밍걸의 재능이었다.



 몸이 부서져라 달리는 말들은 정말 몸이 쉬이 부서진다. 그래서 질주 한번을 마치면 짧게는 4주, 길게는 8주를 쉬고 다음 경주에 나선다. 차밍걸은 보통 2주를 쉬었다. 큰 부상 없이 꾸준히 달렸고, 끝내는 한국 경마 사상 최다 연패 기록을 갱신했다.



 하여 차밍걸의 연패 기록은 좌절의 징표가 아니라 성실의 상징이다. 지난해 9월 차밍걸의 은퇴식은 성대했다. 사람들은 우승은 못했지만 성실한 그에게 박수를 보냈다. 자신들을 위한 박수이기도 했을 터다. 평범한 말의 ‘아름다운 도전기’는 그를 애정어린 눈길로 지켜봐 준 사람들로 인해 비로소 완성된다.



 저자의 따뜻한 어조와 시종일관 담담한 서술 덕에 감정 과잉이 적다. 술술 읽혀 책장이 빠르게 넘어간다.



이정봉 기자



‘차밍걸’과 정반대, 불꽃 같았던 ‘미스터파크’



‘차밍걸’과는 정반대로 경마팬들의 환호를 한 몸에 받았던 경주마도 있다. 불타는 승부욕으로 폭풍처럼 질주한 ‘미스터파크’다. 2011년 17연승을 기록했다. 1922년 조선경마구락부가 생긴 이래 최다 연승기록이다.



  미스터파크는 1700년대 전설적 명마인 영국 ‘이클립스’의 피를 이어받은 명문가 출신이다. 거세를 했는데도 강인한 기질을 유지할 정도로 근성이 뛰어났다.



 하지만 지나친 승부욕 탓에 몸을 혹사했다. 2012년 6월 경주에서 곡선주로를 달리던 미스터파크는 오른쪽 앞다리 인대가 파열됐다. 인대파열은 회복이 불가능하다. 고통을 멈추려면 안락사를 시키는 수밖에 없다. 미스터파크는 짧지만 강렬한 질주를 남기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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