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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프라이카우프, 민간이 조용히 추진해야

프라이카우프(Freikauf) 제도로 석방된 동독 정치범들이 서독지역으로 건너와 자신들에게 발급된 신분증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평화문제연구소 블로그]

독일의 프라이카우프(Freikauf·자유를 산다)가 자주 등장한다. 통일 전 서독이 동독에 현금과 현물을 지불하고 정치범 등을 송환한 방식이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지난해 10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한반도 프라이카우프’ 구성을 제안했다. 일주일 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관련 질문에 “(프라이카우프는) 과거부터 논의돼 온 방식이고 동서독에서 시행된 사례가 있기 때문에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진전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프라이카우프 도입을 검토하겠다던 통일부는 올해 청와대 업무보고에선 언급을 하지 않았다. 통일부는 장기과제로 설정하고 점진적으로 추진하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보다 대담한 접근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남북관계에서 프라이카우프는 첫 단추와도 같다”며 “이미 독일에서 합리적인 방안임이 입증된 만큼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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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기과제로만 남겨두기엔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국방부 전사편찬위원회가 1986년에 내놓은 한국전쟁요약에 따르면 국군포로는 8만2318명이다. 유엔군 집계에는 국군 행방불명자가 8만8000여 명으로 나온다. 전사자로 처리된 군인 가운데에서도 국군포로가 있었을 가능성 때문에 실제론 12만 명 정도라는 추계도 있다. 이 중 북한으로부터 돌려받은 국군포로는 7862명 수준이다. 현재까지 북한에 남아 있는 포로 중 생존자는 약 500명 규모일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 80대 이상임을 고려해야 한다.

 성공적인 프라이카우프의 전제조건은 조용한 거래다. 서독은 63년부터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89년까지 3만3755명의 정치범을 동독에서 빼내는 대가로 34억 도이치마르크(약 15억 달러 추산)를 지불했다. 이때 정부가 직접 나서지 않고 교회나 변호사 등 민간이 물밑접촉을 활발히 벌였다. 언론도 협조했다. 정치범의 존재를 부정해 온 동독의 입장을 고려해 유연하게 대처했다.

 우리나라처럼 정치권이 공개적으로 연설하는 건 오히려 남북 협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공개 발언으로 북한을 자극하기보다 비공식적인 접촉을 통해 북한이 프라이카우프를 받아들일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우선”이라며 “국군포로와 납북자들의 수명을 고려하면 통일부도 사안의 시급성을 알고 좀 더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자세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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