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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 시내버스 추돌사고 후 1.2㎞ 죽음의 질주 왜

19일 오후 11시46분쯤 서울 송파구 송파구청 사거리에서 시내버스 3318번이 신호를 기다리던 시내버스 30-1번(오른쪽)을 뒤에서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버스 기사와 승객 이모(19)군이 숨졌다. 17명의 부상자 중 장모(19)양은 의식불명 상태다. 사고 직후 송파구청 관계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뉴스1]

“아저씨 멈추세요!”

 지난 19일 오후 11시43분쯤 서울 시내버스 3318번에 타고 있던 강모(17)군은 운전 기사 염모(60)씨에게 다급하게 외쳤다. 버스가 송파구 석촌호수사거리에서 신호대기 중이던 택시 3대를 뒤에서 들이받은 직후였다. 사고 수습을 위해 차를 세워야 했지만 버스는 계속 달렸다. 강군의 외침에도 염씨는 “어~어”라는 말만 되뇌며 신호등도 무시하고 잠실역사거리로 달렸다. 610m를 간 버스는 잠실역사거리에서 송파구청 사거리 방면으로 우회전하며 노선까지 이탈했다. 원래 노선대로라면 다음 교차로에서 우회전해야 했다. 버스는 이후 580m를 더 간 뒤 11시46분쯤 송파구청 사거리 5차로에 신호대기 중인 승용차와 택시를 스치고 4차로에 있던 30-1번 버스를 뒤에서 들이받았다. 2대의 버스는 강한 파열음과 함께 25m가량 밀려나갔다. 염씨의 버스는 앞쪽이 완전히 박살났다. 30-1번 버스 뒷면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염씨는 곧바로 병원에 옮겼지만 숨졌다. 30-1번 버스 뒷자리에 탔던 이모(19)군도 숨졌다. 이씨 옆에 있던 장모(19)양도 현재 의식불명 상태다. 30-1 버스기사 김모(41)씨와 버스·택시·승용차 탑승객 16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이군과 장양은 경기도 한 대학의 신입생이었다. 함께 버스에 탔던 동기 한모(19)군은 “신입생 환영회에 참석하고 집으로 오다 사고가 났다”고 말했다. 장양 가족들은 ‘생존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병원 측의 의견을 듣고 장양의 장기를 기증하기로 결정했다. 염씨의 버스는 다음날 0시40분 강동구 공영차고지에 도착하는 막차였다. 이날 19명의 사상자를 낸 ‘죽음의 질주’는 3분간 약 1.2㎞를 이어갔다.

  하지만 서울 송파경찰서는 아직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사고를 낸 기사가 숨졌고 버스의 블랙박스도 파손됐기 때문이다. 염씨는 운전경력 35년에 버스기사로 20년을 근무한 베테랑이었다. 경찰은 이런 염씨가 1차 사고 후 운행을 멈추라는 승객의 말에도 계속 주행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2차 추돌 현장엔 차량 급제동을 하면 생기는 스키드 마크가 없었다”며 “추돌 직전 염씨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염씨는 추돌 직전 핸들도 꺾지 않았다.

경찰은 염씨가 정상운전을 하기 어려운 몸 상태일 수도 있다고 보고 사고 당시 염씨에게 뇌·심장 이상이 왔는지도 부검을 통해 조사할 예정이다. 하지만 염씨가 정신을 잃을 정도로 몸에 이상이 왔음에도 1차 추돌사고 후 그대로 직진하지 않고 우회전을 해 2차 추돌사고를 일으켰을지는 의문이다. 스키드 마크 조사 결과 염씨는 우회전을 하면서 속도를 약간 줄였다. 어느 정도 정신이 있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염씨의 유족은 “고인은 지난 주말 마라톤 풀코스를 뛰었을 정도로 건강했고 지난해 10월 회사 건강검진에서도 이상이 없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사고 직전 버스의 GPS가 꺼져 있는 점을 들어 차량 결함 가능성도 수사 중이다. 하지만 염씨의 버스회사 관계자는 “사고차량은 출고 1년밖에 안 됐고 사고 전날 정기점검에서 정상이었다” 고 주장했다. 경찰은 사고 차량의 블랙박스 복원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했다.

이승호·고석승·유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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