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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지도 않은 자산 동결한다니 … 경제 제재는 서방의 히스테리"

“우리는 신냉전을 바라지 않습니다.”

 지난 19일 서울 정동 주한 러시아대사관에서 만난 콘스탄틴 브누코프(63·사진) 대사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을 두고 서방이 제재를 논하지만 이는 21세기와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이든 미국이든 러시아와 긴밀한 경제관계를 맺고 있어 제재를 한다면 동전의 양면처럼 그들에게도 타격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날 크림반도 합병을 공식화하는 조약에 서명했다. 우크라이나가 격분하고 미국·유럽이 추가 제재를 경고했지만 러시아는 꿈쩍하지 않았다.

 브누코프 대사는 서방의 제재 명단을 언급하며 실소하기도 했다. 그는 “예컨대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상원 의장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한다고 했는데 러시아는 국내법에서 고위직의 해외자산 소유를 금하고 있다”며 “있지도 않은 자산을 동결한다는 식인데 이런 대응은 (서방의) 히스테리와 같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정권 교체를 군사쿠데타라고 주장하면서 “크림사태 책임은 본질적으로 불법적인 키예프 과도정부에 있다”고 단언했다. 러시아 공용어 폐기 등 무리한 정책이 러시아계가 다수인 크림자치공화국의 불안을 불렀고, 주민투표(찬성률 96.8%)를 거쳐 러시아 귀속을 선택한 것이라고 했다. 브누코프 대사는 “일제시대 한국어가 금지됐던 한반도 상황을 생각해 보면 러시아어를 금지당한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크림 주민들은 자유의지로 합병을 요청했고 러시아는 이를 수용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원인과 해법에 대해 서방과 러시아는 근본적 시각 차이가 있다. 문제는 부다페스트 양해각서(1994년 우크라이나의 핵무기 포기 대가로 각서 서명국들이 우크라이나의 주권·안보·영토를 보장해 주기로 약속한 문서)가 지켜지지 않은 데 따른 후유증이다. 북한이 이번 사태를 보며 ‘우리도 주변 강대국의 정권 안전 보장을 믿고 핵을 포기했다간 우크라이나 꼴이 난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브누코프 대사는 “북한의 생각은 북한에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이라크만 해도 있지도 않은 대량살상무기 때문에 (미국으로부터) 공격을 당했다. 리비아는 핵을 포기했지만 역시 (미군의) 폭격을 당했다. 분명한 것은 러시아는 북한의 핵 보유국 지위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북핵 문제는 관련 당사국 안보, 즉 북한을 포함한 6자회담 국가 모두의 안보를 영구적으로 보장하는 틀에서 논의돼야 할 것이고 이 점에서 러시아는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지지한다.”

 그 자신도 우크라이나 서부 출신인 브누코프 대사는 “우크라이나 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가 협의할 여지가 여전히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개인적인 견해라는 단서를 달면서 “근본적으론 헌법 개정을 통해 모든 계층·국민의 입장을 대변하는 정부가 세워지는 게 해결책”이라고 제안했다.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의 주권·영토 보전과 독립은 존중돼야 하며 크림 주민투표와 러시아의 크림 병합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낸 데 대해선 “크림에 가서 주민들의 밝은 표정을 보면 상황이 이해될 것”이라고 했다. 크림 이외 우크라이나의 다른 지역에 추가 개입할 가능성을 묻자 “푸틴 대통령이 밝혔듯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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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