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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불리 허물지 마 … 요즘 건축 화두는 '재생'

서울 홍대 앞 거리에 있는 30년 넘은 붉은 벽돌의 건물 ②이 새 디자인을 입고 변신했다. 유리벽 앞을 가느다란 실처럼 장식한 3㎜ 두께, 5㎝ 간격의 강철 로프 와이어는 유리의 차가운 느낌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시각적 완충 장치다 ①.


지난 30~40년간 우리 사회는 끊임없이 건물을 짓고 부수고 또 새로 짓는 데 열중하는 ‘신축 사회’였다. 그런 흐름이 바뀌고 있다. 기존 건축물을 허물지 않고 새 숨결을 불어넣는 ‘재생 건축’이 요즘 건축계의 화두다. 이른바 건축 업사이클링(Upcycling· 물건의 디자인 또는 활용도를 더해 재탄생시킴)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상가건물에서부터 일반 주택, 공공시설 등 다양한 건축 재생 작업에 참여하는 건축가가 늘고 있다.

김선현·임영환의 실험
철거 직전 마트 건물 현대식 개조
병원 연결 구름다리 지역 명물로
우시장 창고, 낡은 상가도 재탄생



 2010년 안중근기념관을 설계해 주목받은 디림건축의 김선현(41)·임영환(44·홍익대 건축학과 교수) 두 공동대표는 2011년 전자제품 마트를 병원으로 바꾼 일을 시작해 지난 3년간 5개의 재생 프로젝트를 해왔다. 이들은 “그동안 우리 사회가 멀쩡한 건물을 부수고 새로 짓는 데 너무 익숙해진 게 문제”라며 “재생(리모델링)이야말로 경제적이며 진정한 친환경 수단이다. 이제 우리는 전면 재개발보다 재생, 신축보다 재생에 관심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 재생 프로젝트를 많이 한 이유는.



 ▶김선현=처음에는 우연히 시작했다. 수원에서 산부인과 병원(쉬즈메디)을 운영하는 건축주가 철거 계획을 이미 세운 건물이었는데 재생으로 바꿨다. 이후 다른 프로젝트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 건축가에게는 신축 설계가 더 쉬울 것 같다.



 ▶임영환=옛 건물을 고치는 일이 새로 짓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게 사실이다. 제약도 많고, 더 꼼꼼한 공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철거 위기까지 갔던 건물 안에 숨겨져 있던 잠재력을 찾아내 새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은 굉장히 흥미롭고 보람도 크다.



 첫 재생 작업을 한 건물은 병원 본관과 떨어져 있던 창고형 마트였다. 선입견을 버리고 보니 장점이 보였다고 한다. 기둥 간격이 넓고 천장이 4.5m나 돼 천장에 많은 설비를 갖춰야 하는 병원으로 바꾸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자칫 철거될 뻔 했던 마트 건물은 결국 수술실과 진료실을 갖춘 병원으로 재탄생했다. 뿐만 아니다. 이 건물은 병원 본관과 3층 높이의 44m 다리로 이어지며 병원의 ‘아이콘’ 같은 공간이 됐다. 왕복 거리가 거의 100m에 달해 산모들이 산책하고 보호자들이 즐겨 찾는 이곳이 병원의 새로운 강점이 된 것이다.



철거 계획이던 창고형 마트 ⑤를 병원 건물로 재생하면서 구관과 새 건물 사이에 다리를 놓았다 ③. 3층 높이에 길이가 44m에 달하는 이 다리는 전망이 좋아 병원을 찾는 산모들의 산책 공간과 쉼터 역할을 한다 ④. [사진 박영채 건축사진가]


 두 번째 재생은 30년 된 서울 독산동 우시장의 한 창고를 힙합 음악 기획사(스타덤 엔터테인먼트) 사옥으로 만든 일이었다. 거친 콘크리트 등 세월의 흔적을 남기면서도 새 철제 계단과 투명한 유리벽을 조화시켜 모던한 분위기로 바꾸었다.



 - 오래된 건물은 구조적으로 취약하지 않나.



 ▶임영환=구조의 안전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 재생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구조기술사와 함께 진단한다.



 - 최근에 한 재생 작업은.



 ▶김선현=서울 홍대 거리와 가로수길의 두 상가건물을 패션(H&M) 매장으로 바꾸는 일이었다. 상업매장인 만큼 브랜드를 어떻게 표현하느냐도 중요했지만,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고 주변과 어우러지게 하고 싶었다.“



 이들은 전주 풍납초등학교의 버려진 한 교실을 아이들의 놀이터로 바꾸는 작업에도 참여한 바 있다. 대화를 마치며 임 대표는 “우리 주변엔 20~40년 전 지은 건물이 많다. 앞으로 건물 수명은 하드웨어보다 그 안에 담긴 소프트웨어가 좌우하게 될 거다. 한 건물을 어떻게 재생 하느냐에 따라 지역 경제를 살려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은주 기자



◆김선현·임영환=김선현 공동대표는 홍익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프로젝트 매니지먼트를 전공(석사)했다. 임영환 공동대표는 홍익대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서울대에서 ‘지속가능건축의 계획기준’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홍익대 교수. 두 사람은 2007년부터 디림건축사사무소(dlimarch.com)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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