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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등장 래리 페이지 “컴퓨터 아직 투박”

래리 페이지 구글 CEO(오른쪽)가 TED 2014에서 미국 언론인 찰리 로즈와 컴퓨터의 발전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페이지는 전날 전 CI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에 이어 두 번째 특별 게스트로 출연했다. [사진 TED]

“컴퓨터는 아직도 너무나 투박합니다(Computing is still too clunky.)”

 래리 페이지(41) 구글 최고경영자(CEO)에게 ‘컴퓨터 한계론’이란 없었다. 19일(현지시간)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세계 최대 지식포럼 ‘TED 2014’ 특별 초대강사로 깜짝 등장한 그는 “컴퓨터 기술이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고 말했다. 패드의 등장 이후 많은 이들이 PC산업의 몰락을 점치지만 오히려 그는 컴퓨터 시장이 얼마든지 무궁무진하게 발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강조한 것이다.

 사실 그는 이날 출연 명단에 없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미국 공영방송인 PBS에서 대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언론인 찰리 로즈가 강연할 순서였다. 그런데 로즈는 직접 강연하는 대신 페이지와 함께 무대에 올라 30분간 대담을 진행했다.

 이날 페이지는 때때로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차근차근 질문에 답했다. 그는 왼쪽 성대 기능이 마비돼 말할 때마다 약간씩 쇳소리를 낸다. 하지만 이 때문에 청중 1200명은 더욱 그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우선 그는 컴퓨터가 더욱 똑똑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컴퓨터의 형태가 PC에서 안경·시계 등 웨어러블 기기로 전환함에 따라, 컴퓨터가 사람의 마음을 읽는 인공지능 위주로 발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컴퓨터의 기능은 단순한 명령 수행뿐만 아니라 ‘사람이 뭘 원하는지, 그 맥락은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것”이라며 “웨어러블 기기 전용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 웨어’가 바로 그러한 예”라고 답했다. 구글이 18일(현지시간) 발표한 안드로이드 웨어는 사용자의 음성을 인식할 뿐만 아니라 심장 박동 상태, 운동 거리 등을 수시로 체크할 수 있다.

 그는 최근 인수한 인공지능 관련 업체 ‘딥 마인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페이지는 “딥 마인드는 음성인식 분야에서 탁월한 기술을 보유한 회사이기 때문에 인수를 결정했다”고 답했다. 직원이 약 50명에 불과한 이 신생업체를 인수하기 위해 구글은 4억 달러(약 4336억원)를 쏟아부었다. 구글의 최종적인 목표가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인공 지능 로봇 개발이라는 점을 밝힌 셈이다. 페이지는 이날 ‘룬 프로젝트’도 말했다. 룬 프로젝트는 통신장비를 헬륨 열기구를 이용해 띄우는 방식으로 전 세계에 무선 인터넷을 공급하겠다는 구글의 야심 찬 계획이다. 페이지는 “풍선이 저 멀리 하늘로 날아가듯 온 세상에 열기구를 띄우면 지구 곳곳이 와이파이 존이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반면 인터넷을 활용한 미국 정부의 불법 정보수집 행위에 대해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사생활 보호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국민의 안전도 보장받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담이 마지막에 이르자 페이지는 ‘미래’를 사업에서 최우선으로 둬야 할 가치로 꼽았다. 그는 “수많은 회사들이 실패하는 이유는 그들이 미래를 놓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사례를 들어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을 강조하면서 대담을 마쳤다. “안드로이드 사업 초기엔 쓸데없이 시간만 낭비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 쓸데없는 짓(안드로이드)이 사실 미래였어요.”

 강연을 마친 뒤 페이지는 다른 참석자들과 뒤섞여 복도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기자가 휴대전화 케이스 안에 있는 명함을 꺼내자 그는 “갤럭시를 쓰는군요(You use Galaxy)”라고 말했다.

 이어 기자가 지난해 한국 방문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그에 대해 묻자 페이지는 “(이 부회장에게)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It is a good memory)”라고 답했다. 하지만 “구글과 삼성의 관계가 계속될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는 “여기서 답변할 게 못 되는군요(It’s not the issue I can comment in this place)”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다만 그는 다른 참석자들과의 대화 도중에도 “기업들 사이의 불필요한 경쟁과 미디어의 보도 행태가 기술 진보를 가로막고 있다”고 말했다. 구글과 삼성이 상호 특허권을 보호해주는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이유를 암시하는 대목이다.

밴쿠버(캐나다)=김영민 기자

◆래리 페이지=1998년 스탠퍼드대학원 시절 동료인 세르게이 브린과 함께 구글을 창업했다. 전문경영인인 에릭 슈밋 회장에게 경영을 맡겨 오다 2011년 4월부터 최고경영자(CEO)를 맡았다. 창업 초기부터 ‘신나게 일하는 문화(Culture of the excite to work)’를 강조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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