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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 조카라는 짐, 다 털었어요"

“아서왕이 돌에 굳게 박힌 칼 엑스칼리버를 빼내듯 골프백에서 클럽을 꺼냈다.”

 타이거 우즈(39·사진)의 조카 샤이엔 우즈(24)가 처음 골프를 접한 장면을 타이거의 아버지인 얼 우즈(작고)는 이렇게 표현했다. 우즈가 골프를 배운 바로 그 캘리포니아 창고에서 두 살짜리 여자아이 샤이엔도 골프를 만나게 됐다니 ‘여자 우즈’ 신화로선 매우 그럴듯해 보인다. 얼 우즈는 손녀에게 그립법을 알려 줬고 6세 때 새 골프클럽을 사 줬으며 코치도 소개해 줬다.

 이 여자 우즈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JTBC 파운더스컵이 열리는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만났다. 샤이엔은 TV 화면에서 보는 것보다 미인이었다. 모델 같은 체형이 멀리서도 확 눈에 띄었다. 피부는 검었지만 백인인 엄마를 닮아 코가 오똑했다. 커다란 눈에 메이크업은 세련됐고, 입 주위는 타이거를 빼닮았다.

LPGA 투어 JTBC 파운더스컵에 출전한 타이거 우즈의 조카 샤이엔 우즈는 “차근차근 성장해 메이저대회 우승까지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피닉스=성호준 기자]
 샤이엔은 청하지도 않았는데 한국말로 간단한 인사를 했다. “대학 때 가장 친한 친구가 한국인이어서 한국어를 조금 알고, 한국에도 가 봤고 한국 음식도 좋아한다. 한국 선수들은 LPGA 투어를 완전히 지배하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의 기술과 열정을 보는 것이 즐겁다”고 말했다. 샤이엔은 “어려서부터 그레이스 박(박지은)을 좋아했고 퍼트를 정말 잘하는 박인비와 함께 경기해 보고 싶다”고도 했다.

 전설적 스포츠 스타의 아들이 아버지만큼 성공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주위 기대가 너무 크고, 그 부담감이 그들을 짓누른다고 한다.

 사람들은 샤이엔 우즈도 타이거의 그늘에 가려 사라질 거라고 했다. 샤이엔은 프로 전향한 지 1년 반이 지났지만 아직 LPGA 투어 카드를 얻지 못했다. JTBC 파운더스컵에는 초청 선수로 나왔다.

 그러나 길은 달라질 것 같다. 샤이엔은 지난달 호주에서 열린 유럽여자골프투어 볼빅 마스터스에서 우승했다. 경기 후 눈물을 흘렸다. 샤이엔은 “호주에서 우승하면서 타이거의 조카라는 짐을 털어 버릴 수 있었다. 나는 우승할 수 있는 선수라는 걸 보여 줬고, 다른 사람이 나에 대해 뭐라고 생각하는지, 내가 그들의 기대에 맞추기 위해 무얼 해야 하는지에 대한 부담 없이 경기를 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샤이엔은 “삼촌으로부터 가끔 전화를 받지만 타이거에 관해 대답하러 경기장에 다니고 싶지 않다”며 웃었다. 그는 골프 황제인 삼촌과는 다른 아이덴티티를 만들고 있다. 박지은을 좋아하는 것도 그래서다. 그는 “선수와 여성이라는 균형을 잘 맞춘 것이 멋지다. 나도 그럴 것”이라고 했다. 샤이엔은 예쁘게 보이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그러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고 했다. 우즈가 다이내믹하게 경기하는 스타일인데 샤이엔은 부드러운 리듬을 중시한다. 그는 “페어웨이를 잘 벗어나지 않고 쇼트게임이 좋은 게 나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골프는 백인의 스포츠였다. 타이거도 백인 스포츠에 진입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LPGA 투어에 지금까지 흑인 선수는 4명밖에 되지 않았다. 샤이엔은 “내가 잘한다면 앞으로 LPGA 투어의 다양성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피닉스=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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