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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중소기업이 서쪽으로 가야 할 까닭은 …

김기찬
아시아중소기업학회장
가톨릭대 교수
중소기업을 어렵게 하는 3대 왜곡현상이 있다. 나라 전체적으로는 세계적인 글로벌·연구개발(R&D)·정보통신기술(ICT) 수준을 자랑하지만 정작 중소기업은 그 혜택에서 소외되는 패러독스다.

 첫째,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매출의 87%를 내수시장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해외수출 비중은 낮아지고 있다. 내수에 의존하는 갈라파고스화는 저성장기로 접어들수록 잔혹한 흔적을 남기는 특징이 있다. 일본의 경우 고도성장기에서 저성장기로 접어들었던 1996년 이후 10년간 90만 개의 중소기업이 문을 닫았다.

 둘째,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R&D비 비중은 4.03%로 세계 2위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R&D 집중도는 1.6%대에 불과하다. 신기술 개발에 나서기보다 기존 기술을 개량해 원가를 낮추는 데 그치고 있다. 영업방식도 시장을 얕고 넓게 훑는 잡화점 방식이다. 전문화하는 것과는 일장일단이 있다. 개발도상국의 고도성장 경제일수록 다각화와 잡화점 전략이 유리하지만, 곧 경쟁업체의 진입으로 차별적 경쟁력을 잃고 만다. 장수하고 수익성이 높은 기업일수록 전문화하는 특징이 있다.

 셋째, ICT 패러독스 문제다. 우리나라는 디지털 강국임에도 중소기업의 생산현장에서 ICT 활용도가 낮다. 기업의 정보기술(IT) 활용도를 나타내는 통계청의 IT 활용지수는 2012년 기준 대기업은 67%인 데 비해 중소기업은 34.4%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생산성이 대기업의 50% 이하에 머무르는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다.

 이제 중소기업정책은 이 3대 패러독스를 극복하는 방안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우선 중소기업의 글로벌 패러독스를 극복하기 위해 성장률이 높은 신흥 아시아시장을 목표로 ‘서쪽으로의 행진(Marching westwards)’ 정책이 필요하다. 유럽이나 미국에 진출하기보다 정서적 공감대가 큰 아시아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글로벌화에 성공한 중소기업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내수 중심 업체에 비해 평균 2.1%포인트 높았다. 특히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등을 눈여겨봐야 한다. 이스라엘이 해외 유대인 공동체의 지원을 받는 것처럼 우리도 해외 한민족 네트워크의 도움을 받는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R&D 패러독스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출연 연구기관들이 중소기업의 연구개발 활동을 지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이 중소기업이 잡화점 방식에서 더 전문화된 비즈니스모델로 바꾸는 것을 적극적으로 도울 수 있도록 하는 데 정부 정책의 힘을 쏟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소기업이 ICT 패러독스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클라우드 컴퓨팅의 확산이 필요하다.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등 중소기업이 필요로 하는 각종 IT 자원을 네트워크를 통해 제공하면 중소기업은 별도의 서버나 전산설비를 직접 구축하지 않아도 ICT화를 진행할 수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같은 연구기관이나 KT를 비롯한 기간통신망 사업자의 적극적인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김기찬 아시아중소기업학회장 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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