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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끝장토론,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어제 청와대에선 규제 개혁 장관회의가 열렸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 민간인 60여 명과 관계부처 장관까지 모두 160여 명이 참석해 이른바 ‘끝장토론’도 펼쳤다. 토론 시작부터 기업인들은 자동차 튜닝, 푸드 트럭, 공장 진입로, 인턴 지원자격, 공인인증서 등 각종 규제의 폐해를 봇물처럼 쏟아냈다. TV 생중계로 회의를 지켜본 국민이라면 이 나라가 왜 규제왕국으로 불리는지, 박근혜 대통령이 왜 규제를 ‘암덩어리’ ‘쳐부숴야 할 원수’로 부르는지 잘 알게 됐을 것이다. 끝장토론이 노린 것 중 하나가 규제 철폐에 대한 국민 공감을 끌어내는 것이었다면 충분한 성과를 거둔 셈이다.



 토론은 기업인 질문→장관 답변→대통령 코멘트→장관 재답변→다시 대통령 코멘트 형식으로 이뤄졌다. 토론 중간 수시로 박 대통령이 끼어들어 즉석 민원해결사 역할도 했다. 129 시스템을 거론하며 “국민이 모르면 애쓴 공이 없다”며 홍보를 강조하는 특유의 스타일을 드러내기도 했다. 장관들의 규제 철폐 약속은 국민 앞에 생중계됐다. 과거처럼 대통령 앞에서만 약속하고 돌아서면 나 몰라라 하는 행태를 되풀이하기엔 뒷목이 켕기게 됐다는 의미다. 이런 TV 생중계 토론을 한 달 또는 분기별에 한 번씩 정례화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그 자체가 규제 개혁의 강력한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규제 개혁 해법도 총망라됐다. 정부는 이날 규제를 새로 만들려면 그만한 비용이 들어가는 기존 규제를 폐지하는 규제비용총량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미등록 규제는 원칙적으로 폐지하되 안 되면 일몰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2016년 정권 말까지 최소 20%의 규제를 철폐하겠다며 목표를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했다. 규제총량제는 참여정부 때 처음 도입했지만 건수 위주로 운영돼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번엔 규제총량제를 비교적 성공리에 운용 중인 영국 모델을 참조해 규제 철폐 효과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영국과 달리 규제를 건수 위주로 등록하고 있어 비용 위주로 바꾸려면 비용 측정·평가 모델을 보다 정교하게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제도만 촘촘히 짜는 것으로 그쳐선 곤란하다. 중앙 정부 부처들의 규제 고삐를 푸는 것에만 그쳐서도 안 된다. 풀뿌리 규제까지 원스톱으로 뿌리 뽑아야 한다. 규제의 정점은 지방자치단체 일선 공무원이다. 마지막 단계인 지자체 공무원이 움직이지 않으면 중앙부처 규제를 열심히 풀어봐야 헛일이다. 중앙 부처와 달리 대통령의 강력한 지시도 잘 먹히지 않는다. 선출직 지자체장들은 대통령보다 지역 주민 민원을 우선시한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 더 깊이 고민해야 한다.



 보이는 규제만 풀어서도 안 된다. 말단으로 갈수록 법적 근거도 없이 내부지침이라며 기업을 옥죄는 경우가 많다. 이런 ‘보이지 않는 규제’까지 낱낱이 뒤져 없애야 한다. 특히 환경·노동·산업 등 여러 부처에 걸쳐 있어 한꺼번에 풀지 않으면 안 되는 덩어리 규제는 대통령이 직접 챙길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이번 끝장 토론이 일회성 행사로 그쳐선 안 된다. 말은 끝장 토론이지만 사실은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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