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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스펙 초월 채용' 제대로 해보자

남민우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위원장
한국벤처기업협회장
다산네트웍스 대표이사
최근 청년들의 스펙 쌓기 열풍이 과열되면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예전에는 학벌·학점·영어점수가 주요 취업 준비사항이었다면 요즘은 공모전 수상, 어학연수, 사회봉사에 더해 심지어는 성형수술까지 스펙을 위한 과정에 포함된다고 한다. 청년들이 이를 위해 지출하는 비용이 연간 385만원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있고, 스펙을 쌓기 위해 휴학하거나 졸업을 연기하는 학생이 40% 가까이 된다는 분석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기업에서는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역량을 갖춘 인재를 찾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기업에서는 스펙이 화려한 인재보다는 인성이 좋고 책임감과 성실성, 끈기와 열정을 가진 인재를 더 바라고 있다. 대기업이 신입사원을 선발할 때 주로 평가하는 기준을 보면 학점·외국어 등 소위 스펙은 28.4%에 불과한 데 반해 가치관·적극성·조직적응력 등 인성은 71.6%를 차지한다는 통계도 있다. 기업의 인사담당자들 얘기를 들어보면 다양하고 화려한 스펙은 오히려 구직자가 산만하다는 인상을 준다고 한다.

 스펙 중심 채용 문제가 청년들의 취업 부담을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기업 입장에서도 획일적인 인재 채용이 기업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라 탈(脫)스펙, 즉 ‘스펙 초월 채용 문화’ 확산 논의가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스펙 초월은 아예 스펙을 보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직무와 무관한 불필요한 스펙을 배제하자는 의미다.

 영어 토익 점수 같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토익 고득점을 위해 우리 학생들이 투자하는 시간과 돈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러나 기업에서 수준 높은 영어 능력을 필요로 하는 직무는 일부일 뿐이고, 설사 영어 능력이 필요해진다 해도 입사 후 노력을 통해 보완이 가능하다. 참고로 필자는 토익이나 토플 같은 영어시험을 한 번도 치른 적이 없다. 하지만 기업 활동 중 습득한 영어실력으로 해외 업무를 진행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필요가 발명의 어머니인 것이지, 필요할 것이니까 무작정 미리 발명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들이 토익 점수를 입사원서에서 ‘필수’가 아닌 ‘선택 항목’ 정도로 옮기거나 아예 없애버리는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의식으로 정부에서도 다양한 스펙 초월 채용 문화 확산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먼저 교육부를 중심으로 각각의 직무가 요구하는 역량을 표준화해 교과과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직무능력표준을 개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를 바탕으로 직무의 역량과 능력·인성을 평가할 수 있는 핵심직무역량 평가모델을 개발해 기업에 보급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서는 최초로 공공기관 채용박람회를 스펙 초월 채용 중심으로 구성해 운영했으며, 청년위원회는 기업들과 함께 스펙 초월 채용 협약을 체결했다. 앞으로 현장 간담회를 통해 청년들의 의견을 수렴해 향후 제도 개선에 반영할 계획이다.

 기업들도 스펙 초월 채용 제도를 도입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입사지원서에 학력이나 나이를 기재하지 않도록 하거나 사진을 빼도록 하는 경우, 그리고 이력서를 아예 제외하고 자기소개서만 제출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기업 입장에서 채용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바꾼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더 많은 기업이 지속적으로 스펙 초월 채용 규모를 늘려나가는 노력에 동참해주기를 바란다. 특히 대기업들에게는 스펙 초월 채용 노력과 함께, 청년 고용 확대 노력을 지속해 주길 간절히 요청한다. 청년층이 주 대상인 신규채용 규모를 확대해야 과도한 스펙 중시 분위기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정부에서도 공공부문이 스펙 초월 채용을 솔선수범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청년들에게도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 청년들이 획일적인 스펙 쌓기에 열중하게 된 것은 기성세대의 책임이 크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많은 분이 노력하고 있는 만큼 용기를 잃지 말고 계속 도전해 주기를 바란다. 시대는 변해도 바뀌지 않는 청년의 가장 큰 경쟁력은 스펙이 아니라 바로 여러분의 가슴속에 있는 열정과 도전정신이다.

남민우 대통령직속 청년위원 회 위원장 한국벤처기업협회장 다산네트웍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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