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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의 시시각각] 규제 개혁 잔혹사

이정재
논설위원
경제연구소 연구위원
나쁜 규제는 간혹 재앙이 된다. 1958~61년 대약진운동 때 중국 공산당은 터무니없는 규제를 들고 나왔다. 식량 증산을 한다며 모를 촘촘히 심게 했다. 결과는 보나마나. 간격이 너무 좁아진 벼는 다 말라 죽었다. 대기근이 왔다. 그 3년간 3000만~6000만 명이 굶어 죽었다. 이 규제 하나로 중국이 치른 비용을 돈으로 따지면 수십, 수백조 위안이 될 것이다. 지금껏 세계 규제사에 나쁜 규제의 대표로 회자된다. 이런 나쁜 규제지만 사라지는 데 3년 넘게 걸렸다. 규제의 질긴 생명력을 알 만하다.

 그런 규제와의 싸움이 쉬울 리 없다. 역대 대통령 모두 좌절했다. 실패의 기록은 처참할 정도다. 1982년 전두환의 ‘성장발전저해요인개선위원회’를 시작으로 노태우는 88년 민관합동경제법령정비협의회→행정규제완화위원회(90년)→행정규제완화 민간자문위원회(91년)를 차례로 발족했고 김영삼은 93년 행정쇄신위원회를 만들었다. 힘도 의욕도 넘쳤지만 규제의 저항을 이겨내기엔 역부족이었다. 거창한 기구들은 이름값도 못하고 잊혀졌다.

 작지만 성과를 낸 건 98년 김대중 정부 때다. 국제통화기금의 권고로 ‘규제개혁위원회’를 만들어 이른바 외세의 힘까지 빌린 덕이다. 하지만 그해뿐이었다. 이듬해부터 규제는 다시 늘었다. 노무현은 규제총량제를 들고 나올 만큼 의욕을 보였지만 결과는 부동산 시장에 대못을 박는 것으로 끝났다. 이명박은 모든 전봇대를 뽑겠다며 기세등등했지만 퇴임 때는 더 많은 전봇대를 전국 도처에 깔아놓고 말았다.

 박근혜 대통령도 도전장을 냈다. “나만은 다르다”며 대단한 규제 척결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결과는 글쎄다. 규제 개혁이란 게 워낙 식상한 주제인 데다 실패의 기억도 생생하다.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돈키호테처럼 무모해 보이기까지 한다. 자칫 실패한 일곱 번째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어렵다고 포기할 순 없다. 이유를 찾고 고쳐야 한다. 역대 정부는 왜 실패했나. 진단은 다 나왔다. 우선 규제 권력 보유자, 관료·정치인의 저항을 계산 못 했기 때문이다. 규제는 이들에게 만능의 철밥통과 같다. 누군가 뺏으려 들면 사력을 다해 지킬 수밖에 없다. 그런 관료에게 수술을 맡겼으니 될 턱이 없다. 둘째, 대상 선정이 모호하고 불투명했다. 규제라고 다 나쁜 건 아니다. 어떤 규제는 꼭 필요하다. 심지어 환경·노동 규제 중 상당수는 국가 기본틀 유지에 필수다. 적아(敵我)가 섞여 있는데 공격이 먹힐 리 없다.

 셋째, 일도양단식 해법만 찾았다. 규제의 얼굴은 인간의 얼굴만큼 다양하다. 해법도 복잡할 수밖에 없다. 대형마트 휴일 규제를 보자. 당장 구멍가게 주인과 대형마트, 소비자 간 이해가 서로 엇갈린다. 여기에 대형마트 휴업에 따른 감원 등 일자리 문제, 지방 권력의 표 계산까지 겹치면 해법은 산으로 간다. 오죽하면 “대형마트 문제 해결은 노벨상감”이란 얘기가 나오겠나.

 난제는 또 있다. 병의 원인을 알았다고 모두 치료가 되는 건 아니다. 이유를 알았다고 변심한 연인을 되돌릴 수 없는 것과 같다. 규제 개혁도 그런 종류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순 없다. 할 수 있는 것부터 해야 한다. 대상을 경제규제로 좁히고 비용부터 제대로 따져보면 어떨까. 삼성경제연구소는 6년 전 경제규제 비용을 약 78조1000억원으로 추산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9.2%였다. 당시 기준을 적용하면 요즘엔 약 100조원쯤 될 것이다. 경제규제를 50%만 없애도 50조원이 생긴다는 얘기다. 숫자와 계산은 전망과 비전을 정교하게 포장해준다. 국민의 이해와 설득에도 효과적이다. 그래야 국민의 이름으로 규제 권력의 저항을 물리치고 갈등을 조율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어제 규제 개혁 ‘끝장 토론’을 열었다. 의지는 충분히 보여줬다. 남은 건 실천인데, 한 치의 빈틈도 없는 정교한 스텝이 필요해 보인다. 그래야 30여 년 세월, 실패의 무게를 넘어설 수 있다. 그래야 우리 역사에 실패한 일곱 번째 대통령을 남기지 않을 수 있다.

이정재 논설위원·경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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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